동대문 한방천하 상가 수십억대 개발비 횡령 수차례 무혐의 처분...A 사 공사대금 수백억 원 미수 등 유착 의혹
‘김학의 성접대’ 수사 중인 윤중천 씨에 대한 한방천하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진=백소연 디자이너.
2003년 윤 씨가 회장으로 있던 중천산업개발은 서울 동대문 용두동 한방천하 상가 분양, 시행을 맡게 됐다. 시공사는 대형건설사인 A 사가 맡기로 해 당시 큰 관심을 모았다.
한방천하는 지하6층, 지상18층 규모의 테마쇼핑몰로 제기동 약령시장의 현대화 사업 취지로 주목을 받았다. 광고비로만 수십억 원에 달했던 대단위 사업이었다. 상가사업의 경우 위험요소가 많아 대형건설사들이 참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A 사의 참여는 이례적이었다.
실제로 당초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기로 했지만 자사의 자금난과 사업성 문제로 A 사가 대신했다. 당시 윤 씨는 중천산업개발과 중천디엔씨를 운영하며 서울에서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과 신림동 등지에서 고급빌라와 상가건물 건설사업도 병행하고 있었지만 자본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부분의 한방천하 분양자들 역시 대형건설사인 A 사를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던 중 한방천하는 윤 씨의 중천산업개발이 당시 피분양자 436명으로부터 70억여 원의 상가 개발비를 횡령한 혐의로 2007년부터 최근까지 10년 넘게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윤 씨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개발비 횡령 등 상가 분양 피해자들은 윤 씨가 성접대 의혹 등 고위직 관계자들의 유착으로 석연찮은 수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2년 1월까지 서울북부지검(동대문경찰서 수사)에서 한 차례, 2008년과 2010년 서울중앙지검에서 두 차례 수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모두 윤 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결국 지난해 말까지 총 6차례의 관련 수사에서도 모두 무혐의(증거불충분) 처분을 받고 재판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수사자료에서는 2008년 검찰은 윤 씨를 불기소 처분하며 상가 개발비가 분양 수수료 등으로 쓰여 횡령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같은 해 12월 고소인들의 제보에 따른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윤 씨가 상가 개발비 가운데 17억 원(대부분 현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1억 2000만 원은 전직 경찰 고위 간부에게 전달된 것까지 알려졌다.
피해를 본 상가 분양자들은 국세청 회신을 근거로 이듬해 5월 대검찰청에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 하지만 대검으로부터 ‘종결한 수사는 재수사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진정을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피해자들은 같은 해 10월 윤 씨를 같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재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윤 씨의 혐의가 2010년 6월과 10월로 공소시효가 끝났다며 또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일요신문’이 단독으로 입수한 윤중천 씨 측이 대형건설사 A 사에 70억 개발비 등의 명목으로 억대 돈을 건넸다는 내용의 윤 씨의 처남 김 아무개 씨의 자필 진술 등 당시 수사 자료들.
‘일요신문’은 계속된 상가 분양 피해 소송과정에서 확보된 윤 씨의 중천산업개발 등 관련사들의 거래내역과 수사 증거물을 입수했다. 관련 자료 등에 따르면 윤 씨는 시공사인 A 사에 현금으로 1억 원이 넘는 사례금 등을 건넨 것(2003년 7월과 10월)으로 확인됐다. 또 2003년 10월에는 당시 상가분양중도금과 개발비 등을 신탁 관리해온 한국자산신탁에 상품권을 건넨 내용도 발견됐다. 공교롭게도 이후 한방천하의 개발비 운영 관리가 윤 씨 측으로 넘어가게 된다. 통상적으로 시공사와 신탁사는 개발비와 중도금 관리를 분양 및 준공 완료까지 시행사에 건네주지 않지만 대형시공사인 A 사는 윤 씨에게 개발비 관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피해자들이 윤 씨가 A 사 로비를 통해 상가 개발비 횡령 여지를 얻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윤 씨와 A 사를 둘러싼 로비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A 사가 300억 원 가량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시행사인 윤 씨 측에게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은 A 사 승소로 2009년 4월 법원은 시행사에게 200억 원의 공사대금을 원금과 차등이자로 갚을 것을 판결한다. 그럼에도 A 사는 지금까지 공사미수금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부 대물변제 합의)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송 피고인 시행사는 중천산업개발에서 회사명을 P사로 변경한 상태다. P사 역시 윤 씨 측 회사로 피해자들은 윤 씨가 A 사와 유착관계로 미수금 집행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A 사는 미수인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것은 시행사가 자금력이나 재산이 없어 불가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윤 씨의 회사는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2013년까지에도 전국 단위의 사업을 수차례 진행 및 관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2008년경에는 A 사와의 사업 특혜 논란까지 불거져 의혹의 불씨를 남겼다. 사실상 피해자인 대형건설사가 시행사에 대한 재산 압류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A 사는 윤 씨 측과의 여러 유착 정황에 대해 “10년도 넘은 일들이라 담당은 물론 관련자가 없는 상태여서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억대 로비나 접대를 받은 사실조차 확인이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한방천하 개발비 횡령 사건 수사 자료에서 윤 씨의 처남이자 중천산업개발 등의 이사였던 김 아무개 씨는 A 사에 억대 자금을 건넨 정황을 자필로 진술했다. 물론 A 사 관계자를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A 사에 로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했다. 윤 씨에게도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 다만 윤 씨의 수사 당시 녹취록 등에서 로비나 접대로 돈을 쓴 사실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윤 씨가 A 사 관계자에게 뇌물 의혹으로 돈을 건네준 정황이 포함된 거래내역은 2003년도다. 3000만 원 이상 10년, 1억 원 15년의 공소시효를 넘긴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당시에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 점을 예로 들며 2003년 이후 거래 내역이나 장부를 찾아 재수사한다면 윤 씨의 뇌물 수사가 재개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윤 씨가 앞서 여러 차례 검경 수사를 받았던 만큼 물증을 남겨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학의 수사단 역시 공소시효 문제와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2003년 한방천하 등의 여러 의혹부터 재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 씨의 개발비 횡령 등의 자금 70억 원이 공사비 60억 원의 별장에서 벌어진 성접대 사건의 발판이 되었을 가능성과 함께 윤 씨와 친분이 있는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 등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