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폭행 논란에 이용규 소환된 사연...폭행 코치엔 경고, 트레이드 요청 선수는 무기한 활동정지
3월 21일 한화 이글스로부터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중징계를 받은 외야수 이용규.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1982년 KBO리그 출범 당시 슬로건이다. 하지만 때때로 프로야구에선 동심을 파괴하는 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5월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일어난 ‘그라운드 키퍼 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날 SK행복드림구장에선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펼쳐졌다. 사건은 5회 말이 끝나고, 클리닝타임에 접어들 무렵 한화 불펜에서 발생했다. 한화 김해님 불펜코치와 그라운드 키퍼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것. 갈등 끝에 김 코치는 SK 행복드림구장 그라운드키퍼의 뺨을 때렸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폭행 사건이었다.
‘일요신문’은 5월 30일 <‘코치-그라운드 키퍼’ 멱살잡이…그 날 문학구장선 무슨 일이?>란 제하의 온라인 기사를 통해 해당 폭행 사건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한화 구단은 5월 7일 해당 사건을 인지했고, 곧장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보고했다. 그리고 한화는 김 코치와 관련한 구단 자체 징계를 내렸다. 한화가 김 코치에게 내린 자체 징계는 ‘엄중경고’였다. 김 코치의 폭행사건을 바라보는 KBO의 시각에도 큰 차이는 없었다. KBO는 본지 보도 다음날(5월 31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한화 김해님 코치를 ‘경고’ 처분했다.
한편 SK는 5월 31일 사건 당사자인 알바생 A 씨를 취재진 앞에 세웠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A 씨는 “김해님 코치와 합의를 했고, 사건이 더 커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김 코치와 악감정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A 씨는 김해님 코치의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 트레이드 요청 파문으로 한화에 ‘무기한 활동정지’ 처분받은 이용규, 대전 소재 고등학교에서 개인훈련 중
1월 30일 이용규는 한화와 총액 2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로부터 1달이 조금 지난 시점 이용규는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방식과 시기는 야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사진=한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화는 ‘야구장 내 폭행사건’에 휘말린 김해님 코치에 ‘엄중경고’ 제재를 가했다. 여기서 오버랩되는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이용규 트레이드 요청 파문’이다.
이용규는 3월 11일 한화 한용덕 감독, 3월 15일 한화 운영팀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을 거부했다. 그리고 3월 16일, 한화는 이용규를 육성군으로 내려보냈다. “16일 훈련에 불참한 뒤 경기장에 늦게 나타났다”는 이유였다.
이용규를 향한 여론은 악화됐다. 이용규는 2+1년 총액 2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여기에 “16일 훈련에 불참한 뒤 경기장에 늦게 나타났다”는 한화 측 설명은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방식과 시기는 팬들의 공분을 샀다.
3월 21일 한화는 자체적으로 구단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이용규에게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이 징계로 이용규는 경기출전은 물론 팀 훈련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당시 한화 구단은 “FA 계약을 체결한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시기와 진행 방식은 팀 질서와 기강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라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벌백계 차원에서 구단 자체적으로 최고수위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사유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선 “이용규가 타순, 수비 위치 변경에 불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용규는 이를 부인했다. 이용규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타순과 수비 위치 변경, FA 계약 불만 등을 이유로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이 아니다”라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최근 이용규는 대전 소재 고등학교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화의 자체징계, ‘이중잣대 vs 독립적인 사건’
한화 이글스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사진=연합뉴스
한화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이용규에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일벌백계라는 단어에 의문이 생긴다. 한화가 ‘김해님 코치의 그라운드키퍼 폭행 사건’과 관련해선 일벌백계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를 두고 야구계 일각에선 “김해님 코치의 폭행 건은 프로야구 품위를 심각하게 손상하는 사건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한 야구계 인사는 “김해님 코치와 이용규 징계 건은 각각 한화 구단 입맛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사건을 바라보는 한화 구단의 시각이 일관적이지 않다. 이용규에겐 ‘괘씸죄가 적용됐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가 ‘이중잣대’란 모순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로야구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다른 사례를 보더라도, 한국 야구계에선 선수가 더 강한 제재를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용규 자체 징계와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 사무총장은 “이용규의 경우 구단이 문제삼을 만한 대목은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론 ‘이용규가 구단 내부 문제점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본다. 김해님 코치의 폭행 논란과 비교하면, 한화가 서로 다른 두 사건에 대해 ‘이중잣대’를 들이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중잣대’ 논란에 대한 한화 구단 측의 입장은 어떨까. 6월 4일 한화 구단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언급하기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입을 뗐다.
한화 관계자는 “김해님 코치 건의 경우 KBO 상벌위원회에서도 구단 자체 징계(엄중경고)와 맥을 같이하는 결정을 내렸다. KBO 상벌위원회는 변호사, 언론인 등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돼 있다. KBO 상벌위원회 결정은 구단 경위서나 사건 당사자 입장을 감안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이중잣대’ 의혹을 해소할 만한 근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용규 트레이드 요청 논란 관련 징계는 한화 구단이 자체적으로 내린 징계”라면서 “(김해님 코치와 이용규 선수 건에 대한 징계 결과는) ‘이중잣대’라기보다, 독립적인 사건에 대해 독립적인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화 김해님 코치는 ‘경고’ 처분을 받고 코치 직무를 수행 중이다. 이용규의 그라운드 복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한화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일요신문’에 “한화 이글스 사장단 내부에서 이용규 복귀 시점과 관련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