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페널티킥 규정 살펴볼 교보재는 한국-세네갈전…“키커가 공차는 순간, 골키퍼 발 골라인에 닿아 있어야”
대한민국 U-20 축구대표팀 수문장 이광연은 왜 옐로카드를 받았을까. 사진=KFA
[일요신문] 6월 적용된 FIFA(국제축구연맹)의 새로운 규정이 축구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실제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페널티킥 규정의 변화다.
6월부터 FIFA 주관 축구 경기에 새로운 페널티킥 규정이 도입된다. 이제 골키퍼는 페널티킥 키커가 공을 차는 순간, 최소 한 발을 골라인에 붙이고 있어야 한다. 미세하면서도 큰 변화다. 페널티킥 규정 변화는 향후 축구 경기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신스틸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개편된 페널티킥 규정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경기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6월 9일 (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에서 열린 한국과 세네갈의 ‘2019 U-20 월드컵’ 8강전이 대표적인 예다.
경기를 지켜보던 많은 축구팬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후반 27분 세네갈 이브라히마 니아네의 페널티킥을 이광연이 막아냈다. 그다음 벌어진 상황은 축구팬에게 상당히 생소한 장면이었다.
이광연이 니아네의 페널티킥을 멋지게 막아낸 뒤 포효하던 찰나,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주심은 이광연에게 다가가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니아네는 다시 한번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고, 골을 성공시켰다. 이 골로 세네갈은 2대 1로 앞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승부차기에서였다. 양 팀의 승패를 좌우할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한국과 세네갈의 승부차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 한국 U-20 대표팀의 5번째 키커로 나선 오세훈이 페널티킥을 시도했다. 세네갈 골키퍼 디알리 은디아예가 오세훈의 슈팅을 선방했다. 한국 축구팬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심판은 세네갈 골키퍼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오세훈에게도 또 한번의 페널티킥 기회가 주어졌다. 오세훈은 침착하게 두 번째 기회를 살렸다. 세네갈 5번째 키커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한국은 36년 만에 ‘U-20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앞서 언급한 두 장면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키커가 페널티킥을 차기 전 골키퍼가 골라인에서 발을 뗐다’는 점이다. 주심은 양 팀 골키퍼에 바뀐 규정을 철저히 적용했고, 이광연과 은디아예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페널티킥 관련 두 차례 심판 판정에 경기 흐름은 요동쳤다. ‘새로운 페널티킥 규정’은 승패를 좌우할 만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경기는 ‘새로운 페널티킥 규정의 파급력을 느낄 수 있는 교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새로 도입된 페널티킥 규정은 앞으로도 축구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할 ’승부의 변곡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페널티킥 규정엔 무시해선 안될 세부적 변경사항도 포함됐다. 새 규정에 따르면, 골키퍼는 페널티킥이 진행되기 전 골대나 그물망을 만질 수 없다. 여기다 골키퍼는 키커가 공을 차기 전까지 이동할 수 없다.
키커가 공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경우에도 규정은 엄격히 적용된다. 골키퍼가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상황을 막론하고 페널티킥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
한편 ‘페널티킥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거나 골대에 맞는 경우 경기가 중단된다’는 규칙은 새로운 규정 최종안에서 빠졌다. 많은 축구 전문가는 이 규칙을 ‘새로운 페널티킥 규정의 핵심 사항’이라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FIFA는 규정 변경 최종회의 과정에서 이 규칙을 전격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