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근무일 중 40% 성남시립예술단으로 출근...서울시교육청 느림보 감사에 사안 축소 의혹 제기돼
금난새 교장이 집무를 보는 서울예고 교장실.
2013년 10월 서울예고에 부임한 금난새 교장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건 2015년 1월이었다. 교장과 지휘자 사이에서 그는 고민하다 모든 걸 다 하기로 결심했다. 금 교장은 성남시립예술단 예술총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됐다.
문제는 한정된 시간이었다. 서울예고 외 성남시립예술단을 챙기다 보니 학교에 전념할 여유가 부족했다. 그는 자주 학교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교감에게 수시로 학교 업무를 구두 및 전화로 보고 받기 시작했다. 학교 내부에서는 불만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교장이 없으니 학교에서 열리는 각종 위원회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3월 20일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 제보가 하나 들어왔다. 내용은 심각했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4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금난새 교장 복무 관련 감사를 실시했다. 금 교장의 ‘외도’는 사실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이 입수한 감사 경과 자료에 따르면 금 교장은 2015년 121일, 2016년 91일, 2017년 94일, 2018년 90일 등 4년 동안 396일을 성남시립예술단으로 출근했다. 1년 365일 가운데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근무일은 약 250일이다. 금 교장은 4년 근무일 기준 1000일 가운데 40%에 가까운 396일을 학교가 아닌 성남시립예술단으로 출근한 셈이었다.
당연히 학교 운영에도 구멍이 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예고에서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 열린 학업성적관리위원회 49회, 입학전형관리위원회 28회, 교육과정위원회 7회 등 위원회 총 86회에서 금난새 교장이 참여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 위원회를 총괄하는 위원장은 금 교장이었다. 금 교장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있었던 교무위원회 88회 가운데 10%도 미치지 못하는 8회만 참석했다. 교무위원회는 흔히 부장회의라고 불리는 학교 간부의 핵심 운영 회의다.
감사 경과 자료를 보면 표면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이 금난새 교장의 외도를 잘 파악했다고 나타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감사는 봐주기 식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은 금난새 교장의 학교 출근 내역을 확인했지만 감사 경과 자료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성남시립예술단 출근 내역만 올려놨을 뿐이었다. 금 교장이 서울예고로 출근했어야 할 근무일수에서 성남시립예술단 근무일수를 제외한 나머지 일수가 꼭 금 교장의 출근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금 교장이 성남시립예술단 외 다른 오케스트라 활동에도 열중했던 까닭이다. 금 교장은 성남시립예술단 외에 한국경제신문이 소유한 한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포니아 라움 오케스트라, 대전시립교향악단, 뉴 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활동도 해왔다.
감사 경과 자료에는 금난새 교장의 사기업 소유 오케스트라 겸직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예고는 사립이지만 사립학교 교원 역시 국공립학교 교원과 마찬가지로 국가공무원에 준하는 규정을 적용 받는다. 국가공무원은 허가가 있어야만 겸직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감사 기간과 처분심의 날짜를 보면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서울시교육청은 민원을 접수한 3월 20일에서 2주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야 감사에 착수했다. 4월 2일부터 4월 4일까지 3일 감사를 한 뒤 5월 30일이 돼서야 금난새 교장의 답변서를 제출 받았다. 무려 두 달 가까이 금 교장에게 답변 시간을 줬다. 서울시교육청은 답변서를 받은 지 2주가 다 돼가지만 아직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두 달 앞서 의욕적으로 덤벼들었던 서울공연예술고 감사와 판이하게 다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공연예술고 채용 관련 민원이 2월 28일쯤 접수되자 3월 4일 이틀짜리 감사를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3월 7일 서울공연예술고에 민원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감사관실 소속 주무관은 감사 도중인 3월 4일 학부모와의 통화에서 방침대로 따르지 않으면 교장이 구속될 거라는 발언까지 해 물의를 빚은 바 있었다. 두 사건 감사 담당자는 동일인이라고 알려졌다. (관련 기사: 서울공연예술고 사태, 그래도 여전히 찝찝한 이유)
금난새 교장(왼쪽)과 조희연 교육감. 사진=서울시교육청
금난새 교장과 조희연 교육감의 친분 때문에 ‘물 감사’가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예고 내부를 잘 아는 한 교육계 인사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금 교장에게 ‘현재로서는 문제가 좀 있으니 한쪽을 포기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금 교장은 이에 ‘난 지휘자다. 교장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원하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난색을 표하며 덮는 모양새를 취했다. 사안이 컸지만 학교발전기금을 많이 낸 부분을 거론하며 경고 등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것 같다. 조희연 교육감과 금 교장의 친분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금 교장과 조 교육감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4월 18일 둘은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아름다운가게 앞에서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금난새 교장은 13일 ‘일요신문’과의 만남에서 “서울시교육청이 파악한 건 내 성남시립예술단 근무일수뿐만 아니었다. 서울예고 근무일수까지 모두 확인했다. 사기업 오케스트라 활동은 내가 교장이 되기 전부터 해온 거다. 내가 원래부터 하던 일이라 겸직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한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활동 역시 마찬가지”라며 “내가 날마다 나올 수는 없지 않나. 난 받은 돈도 학교발전기금으로 다 냈다”고 말했다. 그는 성남시립예술단에서도 높은 연봉을 받는다. 성남시립예술단 관계자에 따르면 그의 연봉은 약 4억 원 정도에서 최근 2억 5000만 원으로 조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의 해명과 금난새 교장의 해명에는 차이가 있었다. 금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이 자신의 서울예고 근무일수를 모두 파악했다고 했지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예고에는 근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없었다. 그래서 겸직 기관 근무일수를 적은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금난새 교장이 사기업 소유 오케스트라에서 지휘한 건 겸직으로 보기 어렵다. 잠깐 지휘하러 간 거였다. 그쪽 근무일 등도 조사는 했다. 곧 발표 예정이다. 겸직 의무 위반 관련 사항도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난새 교장의 서울예고 출석률은 올해도 좋지 않을 예정이다. 그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지휘자’인 까닭이다. 3월 시작한 신포니아 라움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는 6월 18일과 10월 22일, 12월 17일에도 예정돼 있다. 4월 23일과 24일에는 대전시립교향악단을 지휘했다. 6월 26일과 28일, 11월 6일과 8일에도 대전 공연이다. 4월 27일에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지휘했다. 5월 2일에는 자신이 이끄는 또 다른 악단 뉴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인천에서 공연했다. 6월 21일에는 경남 창녕 공연도 참여한다. 그는 전북 오케스트라 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도 해마다 참여한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