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얘기야?” 명예훼손 문제제기 ‘공동체설’ 힘 실려…법원 “표현의 자유” 가처분 신청 기각
‘구해줘 2’의 스틸 이미지. 사진=CJ ENM 제공
법조계에 따르면 한기총은 5월 초쯤 CJ ENM과 히든 시퀀스를 상대로 방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CJ ENM은 ‘구해줘 2’의 방송사 OCN을 소유한 회사다. 히든 시퀀스는 ‘구해줘 시리즈’ 제작사다. 2017년 처음 방영된 ‘구해줘’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OCN은 2년 만에 히든 시퀀스에 ‘구해줘 2’ 제작을 의뢰했다. ‘구해줘 2’는 수몰 예정 지역인 가상의 공간 ‘월추리’에서 구원을 담보로 사람을 현혹하는 사이비 종교인과 광신도를 다룬 허구 드라마다. 5월 8일 첫 회가 방송돼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기총은 CJ ENM과 히든 시퀀스가 정통 개신교의 상징인 십자가나 믿음이라는 가치를 사이비 종교의 상징물과 가치로 활용해 개신교가 사이비 종교로 오인되게 했다며 신청 사유를 밝혔다. ‘구해줘 2’가 한기총의 명예를 훼손하고 종교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함께했다.
한기총 단독 신청이 아니었다. 이번 방영 금지 가처분 신청에는 서울 성북구 장위2동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와 기독자유당도 한 배를 탔다. 사랑제일교회가 참전한 건 소품 때문이었다. 사랑제일교회는 “방송에서 소품으로 사용된 사이비 종교 주보에 우리 교회 건물 도안이 담겼다”며 신청 이유를 밝혔다. 사실 한기총과 사랑제일교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기총 대표인 전광훈 목사가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이기도 한 까닭이다.
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이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은 기독자유당과의 연결고리다. 추양가을햇살 대표 고영일 변호사가 기독자유당 대표인 까닭이다. 4월 2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전당대회에서 고 변호사는 당 대표로 선출됐다. 기독자유당은 2016년 3월 창당된 기독교계 정당이다. 개신교단 가운데 보수적인 교단과 교회 인사 약 1만 명이 중심이 돼 기독교 우파 이념을 표방한다. 극우 논쟁에 종종 휘말린다.
이번 신청은 이제껏 제기된 한기총과 사랑제일교회, 기독자유당 공동체설의 확증이었다. 개신교도 일각에서는 이들 세 조직이 한기총을 정치 세력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소송전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눈총도 받고 있다.
한기총이 맞닥뜨린 더 큰 문제는 정치세력화 과정에서 제기된 ‘이단 품기 행보’다. 한기총은 기독교 내 분쟁으로 기성교단이 탈퇴하자 표 늘리기에 집중하느라 이단 규정까지 풀어 세를 불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박형택 목사에 따르면 한기총은 2010년 이후 이단을 대거 받아들였다.
한기총 가입에는 이단대책위원회 심사가 필수다. 하지만 거름막이 사라졌다. 2010년 한기총은 기존 이단 연구가 4명을 제명하고 이단성 의혹이 제기된 당시 여러 교회를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한기총이 지난 3월 A 목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자 개신교 내부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A 목사는 주요 기독교 교단 8곳에서 구원론과 신사도 운동, 신비주의 등의 문제로 이단 내지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된 인물이었던 까닭이었다.
한기총 수장이자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 전광훈 목사를 둘러싼 잡음은 연일 끊이지 않는다. 5월 20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는 ‘예수님은 기호 2번?... 선거법 비웃는 정치 교회’ 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전 목사를 만났다. 전 목사가 예배시간에 신도 대상으로 자유한국당 투표를 독려한다는 제보 때문이었다. 전 목사는 예배시간에 “대한민국이 사느냐 해체되느냐 결정적인 날이 내년 4월 15일이라는 걸 나는 믿고 난 지금 기도를 빡세게 하고 있어. 여러분도 기도를 세게 하십시오”, “내년 총선에는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돼” 등의 발언을 했다고 나타났다. 또 전 목사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에게 장관직을 제의했지만 거절했다는 부분도 영상에 담겼다.
문제는 교인의 폭행 의혹이었다.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전 목사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신도 일부가 취재진의 카메라 탈취를 시도하며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경찰이 보는 앞에서 카메라를 내동댕이쳐 파손시켰다. 경찰은 교회 관계자를 폭행과 재물손괴죄로 입건했다. 카메라 기자는 전치 2주짜리 부상을 당했다.
이에 앞서 전 목사는 2005년 1월 집회에서 “이 성도가 내 성도가 되었는지 알아보려면 2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쓰 내려라, 한 번 자고 싶다’고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빤스 목사’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전광훈 목사는 이에 대해 “어떤 목사가 여집사와 불륜관계에 있었다. 그 목사는 모든 책임을 성도에게 돌렸다. 그 목사의 잘못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성도들이 목사 좋아하는 것은 선이 없다. 눈까지 빼준다. 생명도 바친다. 우리 교회 집사는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빤스 벗으라면 다 벗는다. 목사가 벗으라고 해서 안 벗으면 내 성도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집사에게 책임을 지우면 되겠느냐’라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한 바 있었다.
전광훈 목사는 태극기 집회의 주도 세력 가운데 하나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총재로 자유한국당에 우호적인 세력이기도 하다. 3월 20일 황교안 대표는 한기총에 손을 내밀었다. 한기총에 방문해 전 목사를 만났다. 전 목사는 황 대표에게 “하나님께서 황 대표를 자유한국당 대표로 세워주셨다. 황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돼 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황 대표의 첫 고비는 내년 4월 15일 총선이다.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못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한기총 대표회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법원은 한기총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5월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한기총이 신청한 방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드라마 방영 등 표현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표현 행위에 대한 사전 억제는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취지에 비춰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합리적인 시청자라면 드라마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사이비 종교에 관한 허구 드라마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기각 사유를 들었다. 허구적 사건이 소재가 되는 드라마이며 방송사 등이 회마다 시작 부분에 “드라마 내용이 픽션이며 등장인물이나 기관, 종교가 실제와는 어떤 관련도 없다”는 자막을 삽입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또한 “사랑제일교회 건물 도안과 유사한 도안이 삽입된 소품이 드라마에 사용된 건 맞지만 해당 소품이 실제 노출된 시간이나 맥락에 비춰 전체 흐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이 정도로는 한기총이나 사랑제일교회의 명예권 등이 현저히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