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AD 출연 무산으로 대체…“표만 많이 팔면 된다 생각한 모양” 비판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일요신문]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록’이란 수식어를 떼어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선정된 헤드라이너가 바로 록음악과는 전혀 무관한 보이밴드 지오디(god)이기 때문이다. 조직위의 행정력 부재와 유료화 등이 겹쳐서 빚어진 참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애초 헤드라이너를 맡기로 했던 미국의 4인조 유명 록밴드 System of A Down(SOAD)의 출연이 무산되면서 불거졌다. SOAD의 출연이 무산된 것도 조직위의 안일한 행정에서 비롯됐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조직위원회(조직위)는 지난 6일 공식 SNS를 통해 SOAD의 출연 무산 소식을 전했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측은 출연 무산 이유에 대해 “계약을 진행하던 SOAD의 매니지먼트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해 SOAD에게 직접 문의한 결과, 이 매니지먼트가 실제 SOAD의 매니지먼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초 섭외 단계에서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가짜 에이전트와 공연 계약을 추진하다 뒤늦게 이를 적발한 것인데, 이 역시 전형적인 무사안일주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란 지적이다.
이후 조직위가 급하게 내세운 헤드라이너가 바로 god다. 주지하다시피 god는 록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인 힙합과 댄스, 발라드 등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음악으로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이들은 모든 멤버가 함께하는 이른바 ‘완전체’가 아니라 핵심 멤버인 윤계상이 개인 일정으로 빠진 채로 출연할 예정이다.
물론 외국의 록페스티벌에도 힙합 뮤지션이나 보이밴드가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가 아주 가끔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컬래버레이션 또는 피처링 형태로 참가하지 헤드라이너를 맡는 예는 없다. 페스티벌 운영자나 출연하는 아티스트 모두가 그런 생각은 염두에도 두지 않는다.
이 같은 사실이 발표되자 이를 보도한 한 기사에는 비판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헤드가 락밴드나 락가수도 아닌 국내 대중가수라니.. soad 공연 취소되고 3차 라인업 기다리고 있었는데...걍 부산뮤직페스티벌로 타이틀 바꾸는 게 나을 듯’(toto****), ‘락 없는 락페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네. ㅋㅋ 표는 잘 팔리겠구만’(cher****), ‘쇼음악중심이냐? ㅎㅎㅎㅎㅎ’(iron****), ‘1년을 기다린 락페인데 3차 뜨자마자 취소함’(hwan****) 등의 댓글이 달렸다.
부산시와 조직위의 이 같은 결정이 올해부터 유로화되는 록페스티벌의 흥행을 위해서라는 게 중론이다. 2일권 8만 8000원, 1일권 6만 6000원에 이르는 표를 팔기 위한 선택이란 것인데, 그렇더라도 국내외의 많은 록뮤지션을 제쳐두고 god를 헤드라이너로 성급하게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3차 라인업을 발표하며 “뮤직페스티벌이 다소 낯선 부산지역 관람객들을 위해 유료화 초기 기획 단계부터 대중성을 고려한 라인업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유연한 자세로 록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 이번 결정이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을 대하는 부산시와 조직위의 관념과 자세가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산에서 더 이상 관 주도의 록페스티벌이 진행되는 게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록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이들이 록페스티벌을 계속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방송인인 TBN부산교통방송 강세민 아나운서는 “부산시는 록페스티벌의 ‘록’이 가진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냥 표만 많이 팔면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라며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 하나가 이렇게 정체성 없이 허물어져 간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제20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7월 27일과 28일 이틀간 삼락생태공원에서 펼쳐진다. 3차 라인업으로는 god 외에 악동뮤지션, 나이트레이지, 김필, 해리빅버튼, 타이코 일렉트로 컴퍼니, 윤딴딴, LA 브릿지, 라펠코프, 더 포니, 갱키스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7월 중순에 결정되는 JTBC의 슈퍼밴드 우승팀도 합류한다. 이미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케미컬 브라더스, 코트니 바넷, 넬, 잔나비, 로맨틱 펀치 등 총 9개국 28개 팀이 출연한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