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열세’ 딛고 대역전 드라마 완성한 한국, 라이벌 타이완에 7대 2 완승… 세계 무대에서도 ‘충청도의 힘’ 보여줄까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2019 세계 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 챔피언에 등극했다. 사진=이동섭 기자
[일요신문=화성]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2019 세계 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 챔피언에 등극했다. 한국은 대회 결승전에서 타이완을 7대 2로 제압했다. 한국은 4년 연속으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하게 됐다.
6월 28일 오후 1시 20분 화성 드림파크 메인구장에선 한국과 타이완의 ‘2019 세계 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대회 내내 ‘전승 행진’을 이어오던 한국과 타이완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출전 티켓이 걸린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경기 초반은 투수전 양상을 띠었다. 한국 좌완투수 나진원과 타이완 치우위헝이 3회까지 무결점 투구를 펼쳤다. 나진원은 상대 타자를 맞춰 잡는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반면 치우위헝은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자랑하며 힘싸움에서 우위를 보였다. 그야말로 기교파 투수와 정통파 투수의 정면 대결이었다.
‘0의 행진’은 4회에 깨졌다. 선취점을 올린 건 타이완이었다. 타이완은 2아웃 이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치우위헝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리위펑이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타이완이 1대 0 리드를 잡게 됐다.
4회 말엔 한국이 반격을 시작했다. 한국은 타이완 선발투수 치우위헝이 제구 난조를 겪는 틈에 ‘눈야구’로 4연속 볼넷을 얻으며 밀어내기 득점을 올렸다. 1대 1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한 한국은 역전의 고삐를 당겼다.
4회 말 1사 만루 상황 임성주가 3타점 싹쓸이 2루타들 터뜨렸다. 리틀야구 대표팀은 순식간에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4대 1로 역전에 성공한 한국은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추가점을 뽑았다. 2사 3루 상황 ‘안방마님’ 현빈의 기습번트가 안타로 이어지며 점수는 5대 1이 됐다.
5회 말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쐐기포의 주인공은 ‘슈퍼 초딩’ 정기범이었다. 정기범은 주자가 한 명 나가있는 상황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정기범이 때린 타구는 담장 밖을 그대로 넘어갔다. 7대 1.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운 순간이었다.
리틀야구 대표팀 이민호 감독. 사진=이동섭 기자
타이완은 6회 말 2아웃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추격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기울어진 승부의 추를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7대 2 한국의 승리였다. 이로서 한국은 ‘2019 세계 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 챔피언 왕좌에 등극하게 됐다.
경기 전까지만해도 “한국의 전력이 타이완보다 한 수 아래”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집요하게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끈끈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리틀야구 대표팀 이민호 감독(대전 중구 리틀)은 “선수들 모두가 집중력을 발휘해 이길 수 있었다”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4회 말 상대 투수 공을 기다리는 전략이 주효했다. 상대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며, 경기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선수들의 호수비와 짜임새 있는 공격력이 오늘 승리의 원동력”이라면서 “3회 초 임현진의 슈퍼 캐치와 5회 말 정기범의 투런 홈런은 놀라웠다.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안상국, 고상천 코치가 팀을 짜임새 있게 다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코치들과 이 기쁨을 함께 느끼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이 감독의 시선은 벌써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로 향해 있었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의 강점은 수비다. 단점은 파워다. 장점은 더욱 부각되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훈련에 집중하겠다”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준비 계획을 밝혔다.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린 순간. 사진=이동섭 기자
한편 ‘전력상 한 수 위’란 평가를 듣던 타이완 선수단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타이완으로선 4회 말 선발투수 치우위헝의 제구 난조가 뼈아팠다.
경기를 마친 뒤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기적을 만들어 냈다”며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회장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리틀야구 대표팀은 ‘전력상 역대 최약체’란 평가를 들었다”면서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멋진 승부를 펼쳐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란 소감을 밝혔다.
이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에서 열릴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출전권을 획득했다. 대회는 8월 15일 개막할 예정이다. 리틀 대표팀은 대회 전까지 담금질을 통해 전력 상승을 노린다.
2019년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충청권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과연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리틀야구 성지’ 윌리암스포트에서 ‘충청도의 힘’을 과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