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수 10분의 1, 개봉 첫 주말부터 상영관 확 줄어…“직배 아닌 수입 배급 탓” 의혹도
‘보헤미안 랩소디’가 지난해 국내에서 전국 99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어, ‘로켓맨’이 제2의 브리티시팝 영화 열풍을 불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흥행몰이를 위해 주인공 엘튼 존 역할을 맡은 태런 에저튼을 우리나라로 불러 행사를 하는 등 홍보에 나섰다. 태런 에저튼은 이미 ‘킹스맨’으로 두 차례 내한행사를 해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 ‘로켓맨’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하지만 ‘로켓맨’은 국내 영화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로켓맨’은 개봉 3주가 지난 6월 28일 기준 10만 명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엘튼 존의 감정을 뮤지컬 형식으로 설명하며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이나 적재적소에 나오는 명곡들, 태런 에저튼의 연기 등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해 작품성은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흥행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음악보다 이야기에 치중한 탓에 음악 영화로서 폭발력이 ‘보헤미안 랩소디’에 미치지 못하고, 국내에서 퀸에 비해 엘튼 존의 노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켓맨’이 ‘보헤미안 랩소디’ 관객 수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처참한 성적을 받아든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 영화계 일각에서는 관객들이 접하기 어려운 상영관 상황이 ‘로켓맨’ 흥행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로켓맨’ 개봉 첫날인 6월 5일 스크린 수는 640개, 상영횟수는 1752번을 기록했다. 하지만 개봉 후 첫 주말인 8일과 9일 스크린 수는 각각 505개와 480개, 상영횟수는 979회와 892번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인 CJ CGV의 경우 개봉일(6월 5일) 스크린 수 204개에서 8일과 9일에는 각각 159개와 150개로 줄였다. 특히 CJ CGV는 개봉 첫주 주말부터 브리티시 아티스트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로켓맨’을 ‘슈퍼소닉’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에이미’ ‘벨벳 골드마인’ 등과 함께 예술전용상영관을 시간대별로 분배해 나눠 상영했다. 이에 따라 상영횟수는 첫날 526번에서 첫 주말 각각 244번과 210번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개봉 1주일이 지난 8일차부터는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 모두 10~30번 수준으로 급락했다. 다른 영화들과 스크린을 나눠쓰다 보니 상영시간 역시 관객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아침이나 낮시간에 배치됐다. 결국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개봉 첫 날인 2018년 10월 31일 CGV가 268개 스크린에서 1089번을 상영했다가 첫 주말인 11월 3일과 4일 스크린 수 각각 347개, 370개와 상영횟수 각각 1394번, 1472번으로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로켓맨’은 미국 현지에서 지난 5월 31일 개봉해 4주차에 접어들었다. 개봉 첫 주 미 전역 3610개 극장에서 현재 3021개로 줄긴 했지만, 3주 동안 7168만 달러 수익을 거뒀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지난해 11월 2일 미국 4000개 극장에서 개봉해 3주차까지 1억 3816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에서도 ‘로켓맨’이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성적이 좋지 않지만, 우리나라처럼 차이가 극명하진 않다.
일각에서는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 배급사 한 관계자는 “‘로켓맨’은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수입해 배급을 맡은 반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서 직접 배급을 했다”며 “직배 영화의 경우 미국 본사와 관계도 있어 흥행이 안 돼도 조금 더 지켜보거나 상영관 수 조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반면 국내 기업 수입·배급 영화는 상대적으로 과감한 축소 선택에 자유롭다”고 귀띔했다.
CJ CGV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CJ CGV 관계자는 “CGV는 기업으로서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상영해 최대한 관객이 많이 찾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예매율, 사전인지도, 관람의향 등 다양한 반응을 분석한다”며 “영화 ‘로켓맨’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다. 상영관이 없어 관객들의 선택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찾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상영관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수직계열화라면 롯데시네마는 ‘로켓맨’을 밀어줬어야 하는데 롯데시네마도 ‘로켓맨’ 상영관이 그리 많지 않았다”며 “과거 ‘신과 함께’ 등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고 배급하는 영화도 흥행이 기대되면 CGV에서 많은 스크린을 할애해 상영했다”고 강조했다.
영화계 다른 관계자는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문제는 CJ뿐 아니라 롯데나 메가박스도 마찬가지며 극장 입장에서는 수익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배급 맡은 계열사만 생각할 수 없다”며 “일부러 다른 기업이 배급하는 영화는 차별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화요일 0시 변칙 개봉 논란 올해 상반기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 또 한 편의 마블 히어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니픽쳐스가 배급하는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이다. 하지만 개봉일을 두고 영화계에서 ‘변칙 개봉’ 논란이 불고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스틸컷. 소니픽쳐스 과거 영화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개봉해왔다. 하지만 주5일제가 정착하면서 대부분 영화가 목요일에 개봉하고 있으며, ‘문화의 날’ 등 환경변화를 반영해 수요일까지 앞당겨졌다. 그런데 소니픽쳐스에서 수요일도 모자라 월요일까지 당겨서 개봉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소니픽쳐스 측은 “할리우드 영화 중에 한국에서 최초 개봉을 하거나 동시 개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의 북미 개봉이 2일로 잡혀 부득이 국내에서도 같은 날 개봉하는 것”이라며 “기존에 ‘독전’ ‘범죄도시’ 같은 한국영화들도 화요일에 개봉한 전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소니픽쳐스의 주장에 대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관계자는 “소니픽쳐스가 언급한 ‘독전’ ‘범죄도시’는 부처님오신날과 개천절·추석연휴 등 공휴일이어서 화요일에 개봉한 것으로서 고정적인 개봉은 아니었다”며 “이런 식으로 개봉 요일 당겨지는 것이 계속되면 나쁜 선례가 되기에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