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통해 수백억 투입…남양유업 “설비 투자 목적이지만 구체적 내용 설명 어려워”
남양F&B의 자본 확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남양F&B의 초기 자본금은 3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3월 증자를 통해 3억 5000만 원으로 늘렸고, 지난해 7월 한 번 더 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은 4억 원이 됐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남양F&B는 남양유업이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로 최근 세 차례 증자는 모두 남양유업이 참여했다. 지난 4월 남양F&B의 증자 후 자본금 5000만 원이 늘었지만 이는 액면가일 뿐, 남양유업이 남양F&B에 실제 투입한 금액은 435억 원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남양유업이 남양F&B에 지원한 액수도 270억 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남양F&B의 지난해 매출은 187억 원 수준으로 남양유업의 전체 연매출(1조 797억 원)에 비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남양F&B의 수익이 크지 않다고 해서 재무구조까지 불량한 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남양F&B의 부채비율은 14.85%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남양유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볼보빌딩을 바른손이앤에이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가는 520억 원, 처분일자는 지난 4월 5일이었다. 즉, 볼보빌딩 처분 20여일 후에 남양F&B에 증자를 단행한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남양유업은 빌딩 매각으로 얻은 수익 일부를 남양F&B에 지원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양유업은 볼보빌딩 매각 이유에 대해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운용 효율화”라고 공시했다.
남양유업도 부동산을 매각할 정도로 당장의 현금이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볼보빌딩을 매각한 시기인 지난해 9월 말 기준 남양유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677억 원이었고, 부채비율도 20%가 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3월, 남양F&B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었다. 당시 충청남도 홍성군청은 “남양F&B, 은성전장, 지노아이앤티와 557억 원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했다”며 “남양유업 자회사인 남양F&B는 다류, 탄산음료수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결성면 교항리 12만 9532㎡(약 3만 9183평) 부지에 400억 원을 투자해 신규 생산라인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남양F&B가 부채비율은 낮지만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85억 원에 불과해 400억 원을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특히 남양유업은 4무경영(무차입·무파벌·무사옥·무분규)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회사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부채가 하나도 없기는 힘들지만 무차입 경영을 방침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은행권 대출을 최소화 할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정리하면 남양F&B는 남양유업이 증자를 통해 지원한 돈으로 새로운 공장 설립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남양F&B는 교항리에 신규 공장 착공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홍성군청 관계자는 “최근 교항리 부지의 공장 건설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남양유업의 매출은 251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2561억 원에 비해 하락했다. 남양유업이 신규 투자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대외적 이미지가 하락한 현 상황을 감안하면 투자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양유업 측이 최근 남양F&B의 투자에 대해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아 섣부른 예측은 아직 이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F&B의 증자는) 설비 투자 목적”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 수사 어디까지 왔나 지난 4월,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가 구속됐다. 황 씨는 2015년 필로폰을 세 차례에 걸쳐 투약하고, 지난해 4월에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가수 박유천 씨와 필로폰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도 있다. 황 씨 구속 후 남양유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남양유업은 황 씨와의 선긋기에 나섰다. 황 씨 구속 당시 남양유업은 “황 씨는 남양유업 경영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몇 차례 밝혔다. 심지어 “저희(남양유업) 역시 황 씨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공정하고 강력하게 처벌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지난 4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가 체포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이미 황 씨의 마약 투약 사실을 알았지만 황 씨를 조사하지 않아 부실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어 재벌과 경찰의 유착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황 씨의 마약 사건을 수사한 경찰 2명은 지난 4월 대기 발령된 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3일 경찰은 직무유기 및 뇌물수수 혐의로 박 아무개 경위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은 5일 “박 경위가 본인이 차용한 돈이라 주장하고 있어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영장을 반려했다. 지난 10일에는 황 씨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황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하고 추징금 220만 560원을 주문했다. 황 씨는 최후 변론에서 “제 가족들이 사회적으로 모진 비난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 것을 구치소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치료를 병행해 온전한 사람으로 사회에 복귀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9일에 열릴 예정이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