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고민정 등 개인 SNS 통해 정치적 논쟁 펼쳐…“과하면 결국 청와대 부담” 의견도
넘쳐나는 가짜뉴스에 청와대가 SNS를 적극 활용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들의 과도한 SNS 정치를 두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청와대 전경. 일요신문DB
노영민 실장은 6월 28일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을 모토로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일 노 실장의 계정을 링크하며 “국민 여러분과 직접 소통하며 있는 그대로의 대한민국을 소상히 알려드리고 싶다고 한다”며 “많이 응원해주시고 소통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힘을 보탰다.
노 실장은 청와대 참모진을 향해 ‘페북 자제’를 주문한 바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월 17일 “노 실장이 14일 현안점검 회의에서 ‘혼선이 빚어지니 현안에 대해 사적이고 개별적인 발언을 자제해달라. SNS도 자기 업무와 관련되고 자기 책임으로 하면 문제가 없으나,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내용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 같은 방침은 소통 창구 일원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의식한 듯 평소 SNS를 자주 애용하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같은 달 10일 “페이스북 활동을 대폭 줄이고자 한다. 2017년 5월 초심으로 돌아가 민정수석실 업무에 더욱 몰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청와대가 왜 SNS 정치를 다시 가동했을까. 전문가는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을 그 이유로 꼽았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여당도 청와대 편을 들어주지 않는 상황 아닌가. 게다가 언론에서 청와대 편을 들어봤자 ‘청와대가 언론 사주한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청와대 입장에선 언론을 통한 논쟁이 심화되는 것보단 당사자가 정면 돌파하더라도 사실에 근거해 직접 논쟁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진동 평론가는 “부분적인 사실을 증폭시켜 확대 재생산하며 이것을 마치 전부인 것처럼 만드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불리할 것도 없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청와대가 목소리를 바로 전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SNS 활용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국면에서 더욱 이슈를 모았다. 조 수석은 7월 13일 페이스북에 “SBS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를 보는데, 한참 잊고 있던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며 ‘죽창가’를 공유했다. 이 노래는 해당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조 수석의 이러한 게시물에 ‘일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조 수석은 16일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일본판 제목을 언급하며 “혐한 일본인의 조회를 유인하고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이런 매국적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 한국 본사 소속 사람인가? 아니면 일본 온라인 공급업체 사람인가? 어느 경우건 이런 제목 뽑기를 계속할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조 수석은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WTO(국제무역기구) 일반 이사회에서 논의 예정’이라는 내용)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이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자료는 산자부가 14일 오후 5시 27분에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한 것인데, 조 수석은 이보다 14분 빠른 시점에 먼저 SNS에 게시한 것이다. 정부 공식 자료를 개인 SNS에 먼저 올린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고민정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고 대변인은 14일 “정부는 23~24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적극 설명할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15일에는 “미국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한미일 공조’에 도움이 안된다는 데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고 대변인의 SNS가 더욱 주목받은 것은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과의 설전 때문이다. 민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오사카의 문재인 행방불명 사건(G20 정상회의) 동영상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문 대통령은 일본에 뭐 하러 가셨나. 유일하게 자리를 비운 대통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우리 대통령뿐”이라고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 대통령은 1세션 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심지어 문 대통령 연설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팩트를 생명으로 생각하는 기자 출신이지 않나.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셨는데도 그렇게 말씀을 하신 거라면 의도가 뭔지 궁금하고, 팩트를 확인하지 않은 거라면 청와대 대변인까지 하셨는데 어떻게 기사를 쓰고 어떻게 브리핑 하셨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민 대변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아나운서 출신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우리 TV 생방송에서 한 판 시원하게 붙읍시다. 시시하게 혼자 라디오 방송 전화 연결해 원고 읽다가 더듬거리지 말고”라며 비꼬았다. 그러자 고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마이크 앞에 서 보신 분이니 마이크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한다. 마이크는 칼과 같아 잘 쓰면 모두를 이롭게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를 해친다”고 했다.
이 같은 청와대 참모진들의 SNS 정치를 두고 정치권에선 여러 말들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청와대 일부 참모들의 과도한 SNS 활동은 적절치 않다. 과한 SNS 활동으로 청와대가 정치의 중심이 되는 결과가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청와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청와대가 뒤로 빠지고 정부를 앞세우는 방식이 최상의 모습”이라고 조언했다.
박 평론가는 미국 백악관 참모들의 트위터 정치를 언급하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의 방식은 그들만의 정치 문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두고 옳고 그름의 문제로 판단해선 안 된다. 우리는 대한민국 방식에서 판단해야 하고, 이곳에서는 청와대 참모가 뒤로 빠져야 옳다. 드러나지 않게 일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