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양해주겠다”며 14억 받아 챙긴 데다 허위 진술까지
# 베일에 싸여 있던 이태임 남편, 알고 보니
지난해 3월, 결혼과 함께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배우 이태임 씨. 이 씨 은퇴 시점은 오 씨의 검찰 수사 선상과 맞물려 돌아갔다. 당시 이태임 씨는 소속사와 상의 없이 SNS에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며 갑작스런 은퇴를 선언했는데, 당시는 오 씨가 검찰 수사 도중 구속이 된 시점이었다. 그리고 3월 16일 오 씨는 함께 범행을 저지른 장 아무개 씨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 출처 = 이태임 인스타그램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오 씨는 상장사인 H 사 주가를 조작하던 세력들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해 주가를 띄워달라는 것. 실제 2014년 9월 2일부터 9월 12일까지 H 사가 6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자, 오 씨 등을 찾아와 “하한가를 풀어달라”며 대가로 14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에 오 씨는 “가능하다”며 인위적인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해 하한가를 종료시킬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오 씨는 실제 이를 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오 씨 등은 이미 H 사 주가가 상당기간 동안 하한가를 지속하고 있어 곧 하한가를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마치 자신들이 시세조종을 해 주가가 상승한 것처럼 행세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실제 H사의 주가는 8만3000원 대에서 6거래일 연속 하한가와 함께 2만9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오 씨가 제안을 승낙한 지 얼마 뒤인 9월 15일 하한가가 풀리며 2~3% 수준의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그러자 오 씨는 이를 제안한 세력에게 “내가 시세조종을 해서 하한가를 막았다”고 속였다. 이틀 뒤에 9월 17일부터 14억 원 규모의 수표를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았다. 검찰 수사를 대비한 오 씨는 자신의 친형이나 지인 등의 이름으로 수표를 찾거나 사용토록 해, 범죄 수익을 은닉했다.
# 반성문 써서 1심 실형 막았지만 ‘거짓말’ 문제돼 2심서 실형
재판부에 반성문을 쓰며 뉘우침을 호소했던 오 씨. 1심 재판부는 그런 오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이 14억 원으로 막대하고, 피고인들은 주식 시세조종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한 것이어서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이를 반성하고 있으며, 피고인들이 사기 피해자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감안했다”며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오 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형이 무겁다”며 항소를 선택했다. 검찰도 “집행유예 형은 가볍다”며 항소를 결정했다.
그리고 2심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택했다. 형이 가볍다는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7월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 재판부는 “오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오 씨가 주가조작임을 알면서도 사기를 쳤고, 범행을 오 씨가 주도했음에도 검찰 등에서 거짓된 진술을 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음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H 사 주가부양을 위해 시세조종을 해줄 사람을 물색하면서 발생하였다는 면에서 피해자들에게도 (주가 조작) 범행의 발생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데, 피고인이 주가부양이 절실한 피해자들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해 주식가격 시세조종을 해줄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기망해 금전을 편취한 것으로 그 범행 수법이나 내용이 매우 나쁘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또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고서도 공동 피고인 장 씨가 해외에 있음을 기회 삼아, 범행을 장 씨가 주도한 것으로 허위로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집행유예 형은 너무 가볍다고 판단한 2심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과 함께 구속을 결정했다.
# “오 씨, 가명으로 활동…주포는 아냐”
전국에서 주가 관리라는 미명 하에 주가 조작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크게 100여 명. 그들 사이에서 오 씨는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태임 씨 결혼 당시만 해도 M&A 전문가로 기사에 나왔지만 주가 조작을 통해 거액의 수익을 쫓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는 얘기다.
오 씨를 안다는 한 증권 전문가는 “오 씨는 본명이 아니라 가명으로 활동을 했고 주포(주가 조작을 설계하는 사람)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주가 조작 세력들 사이에서 이런 사건은 흔히 발생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문가는 “원래 주가를 띄울 때 두 세력 이상이 함께 들어가서 주가를 올린 뒤 처분을 하곤 하는데 세력 간 이견이 발생하면 서로 고소․고발이 이뤄진다”며 “10억 원 정도를 서로 성공 보수로 주는 것은 많이 주는 것도 아니”라고 귀띔했다.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쓰며 재판에 임했던 오 씨는 23일 기준으로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법조계는 상고를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대법원은 징역 10년 이상의 양형 부당을 다투거나, 사실 관계를 다퉈야 하는데 죄를 인정했다면 대법원에 가서 다툴 수 있는 게 없다”며 “상고를 해봐야 바뀔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