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주도형 감사·교육장 공모제 실시…교육자치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일요신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정치와 행정, 교육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찰하거나 행동에 참가해 온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인사다. 성공회대 총장과 국회의원, 통일부 장관, 노무현재단 이사 등 굵직한 삶의 이력이 이를 말해준다. 그런 그가 경기도교육감직을 5년째 수행해오고 있다. 교육계에 다시 돌아와 경기도 미래교육을 담금질하고 있는 이 교육감을 일요신문이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학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자신이 만들어낸 ‘혁신교육’, ‘꿈의학교’, ‘꿈의대학’, ‘미래교육’을 강조했다.
━민선 4기 1년이 지났다. 민선 3기까지 포함하면 5년째다. 교육감으로서 그동안 이뤄낸 정책과 성과를 소개한다면.
“저에게 교육정책에 대한 핵심 키워드는 학생이다. 어떻게 하면 ‘학생을 교육의 중심에 둘까’, ‘행복하게 만들까’,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할까’를 놓고 고민해왔다. 그래서 9시 등교 실시,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상벌점제 폐지, 야간자율학습 폐지 등을 교육정책에 반영했다. 이 정책들은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혁신교육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혁신교육은 학교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기존에 경쟁 교육을 했다면, 혁신교육은 협동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나누어 주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내 거의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 혁신공감학교로 운영 중이다.”
━올 초 계획했던 학교민주주의 실현 등 학교 자치정책의 진행 상황은.
“교육자치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해왔다. 교육자치는 교육부나 교육청을 통해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학교자치팀을 신설하고, 학교기본운영비를 자율편성하도록 했으며, 학교주도형 종합감사를 도입했다. 특히 9월 1일자로 지역참여 교육장 공모제를 시행한다. 교사, 학부모,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이 모바일 투표를 통해 교육장을 선출한다. 올해 8개교가 시범적으로 참여했다. 아울러 24개 교육지원청에 청소년교육의회가 자율적으로 구성됐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각 시군의 학생회 대표들이 모여서 의회를 만들고, 의장을 뽑는다. 교육자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혁신학교 10주년이다. 혁신학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말씀해 달라.
“혁신학교는 2009년 13개교로 출발했다. 10년이 지난 2019년 5월 현재 664개교다. 전체학교(2380개교)의 27.9%를 차지한다. 2015년부터는 혁신공감학교를 만들었다. 혁신공감학교는 혁신학교 과정으로 가는 학교를 말한다. 현재 1699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의 모든 학교가 혁신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혁신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체는 교사들의 열정과 학생들의 참여, 학부모들의 지원이다. 경기도의 경우, 혁신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이 모여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조직, 운영해왔다. 참여교사가 8만 5193명이 이른다. 전체 교사의 95%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혁신교육의 미래는 밝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힘은 혁신교육에 있는 셈이다.”
━꿈의대학이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꿈의대학 주요 성과는.
“자신의 학교를 벗어나서 다른 학교와 어울려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꿈의학교다. 2015년 209개교로 시작해 지금은 1908개교로 늘었다. 2017년 1645개 강좌로 출발한 꿈의대학은 2018년 2003개 강좌로 증가했다. 현재 진행 중이며 대학과 공공기관, 기업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꿈의대학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각자의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한화미래기술연구소는 ‘과학기술이 융합된 기업 업무에서 펼쳐지는 과학이야기’ 강좌를 열고, 한화 임직원이 계열사 업무와 관련된 과학 기술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김포우리병원은 ‘예비의료인의 진로체험과 미래전망’ 강좌를 통해 현직 전문 의료 인력이 응급실 중환자 간호, 감염관리대처 등 현장실습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자신들의 진로에 관련된 것을 체험하고, 미래의 직업도 미리 경험한다.”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강조하고 계신다. 8대 체험학습에 대해 소개한다면.
“미래교육과 관련해 저에게 감명을 준 사람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의 소장 토마스 프레이(Fray) 박사다. 한국에서 만난 프레이 박사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려고 하지 말고, 동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기는 교과서를 통해 전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8대 체험학습을 내걸었다. 통일, 역사, 인성, 인문, 예술, 과학, 미래, 자연(생태) 분야가 바로 그것이다. 1박 2일 현장체험을 하면서 동기가 부여된다. 체험 교육을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교육을 할 수 없다고 본다. 이것을 융합교육으로 본다. 핵심은 8대 체험학습 분야를 학생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서대문형무소 빈터에서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서대문형무소가 세워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아이들이 너무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경기도는 사립유치원 1003개, 공립유치원 1400개 등 총 2400개 유치원이 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투명성과 공공성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에듀파인이라는 회계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여기에 경기도 사립유치원 743개, 74.1%가 참여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나머지 사립유치원에 대한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 아울러, 처음학교라는 입학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향후 경기도 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장·단기 계획이 있다면.
“단기적으로 혁신학교의 혁신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혁신교육을 실시하려고 한다. 각 시마다 혁신교육포럼을 만들고, 포럼에서 나온 내용으로 그 지역에 맞는 혁신교육을 하려고 한다. 이는 31개 시군이 문화적, 경제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 중심으로 해오던 혁신교육을 이제는 지역중심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미래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학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꿈의학교를 모으면 미래학교라고 볼 수 있다. 미래학교는 틀 속의 학교가 아니라 틀을 벗어나 새로운 학교가 되어야 한다. 미래학교는 학교 시스템, 학교 체제, 교원 임용방법도 다를 것이다. 10년 후 학교의 모습, 교육과정의 모습, 교원 임용에 대한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지금 발표하고, 토론한다면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이에 지난 3월 미래교육국과 교육과정국을 신설했다. 10년 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10년 후에 시작도 못한다. 현재 사회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이대로는 절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없다. 10년 후에 학교의 모습은 지금 같은 학교가 아닐 것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김장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