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플랫트랙 레이스 현지 취재
트랙 밖에 설치된 RSD 슈퍼훌리건 부스. 이날을 이벤트 성격의 RSD 슈퍼훌리건 레이스가 있었다
플랫트랙은 고전적인 장르입니다. 흙길을 질주한다는 것은 이미 모터사이클이 태동하던 1910년대부터 라이더들이 하고 있던 놀이이자 경쟁이었기에 이것이 모터스포츠로 발전한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여기에서 개활지를 질주하느냐 트랙을 달리느냐의 차이로 대회의 성격이 달라지며 오늘날의 엔듀로 레이스나 플랫트랙 레이스 등으로 발전했습니다.
레이서들이 출발 그리드에서 출발하고 있다
아메리칸 플랫트랙 레이스
플랫트랙 레이스를 하나의 레이스로 구체화하고 정식 경기로 만든 것이 바로 아메리칸 플랫트랙 레이스입니다. V트윈 레이스 머신으로 경기를 하는 AFT 트윈전과 엔듀로 바이크를 레이스 머신으로 개조한 형태의 AFT 싱글전으로 클래스가 나뉘어 있습니다. 여기에 양산형 V트윈 모델을 개조한 AFT 프로덕션 트윈전이나 RSD 슈퍼훌리건 등 이벤트 레이스가 함께 진행되기도 합니다.
사우스 캘리포니아 패리스 오토 스피드웨이 경기장 전경
직접 현장을 가보니 관중석에서 트랙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어 경기의 몰입도가 높고, 레이서와 관객의 거리가 멀지 않아 현장감이 뛰어납니다. 관중들은 함께 소리를 지르며 경기에 몰입했고 관객과 관객들도 함께 이어져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관객석 풍경
트랙 안에서 경기를 직접 취재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트랙 노면이 미끄럽습니다. 꽤 단단하게 다져진 흙이었는데 발로 비벼봤을 때 신발이 쉽게 밀려날 정도였습니다. 이런 트랙을 달리기 위해 레이서는 발 한쪽을 노면에 슬쩍 대며 몸을 코너 진행 방향 바깥으로 빼는 특유의 린아웃 레이싱 포즈를 취하게 됩니다. 코너를 돌 때면 뒷바퀴가 밖으로 빠지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관중들은 레이서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주시하며 손에 땀을 쥡니다.
아동용 전기 바이크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플랫트랙 레이스 머신은 앞바퀴 브레이크가 제거되어 있습니다. 노면의 마찰력으로 바이크를 제동하는 프런트 브레이크 작동이 온로드에 비해 오프로드에서 활용도가 낮기 때문에 이것을 없애는 쪽으로 발전했고, 현대 플랫트랙 레이스에서는 아예 제거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엔듀로를 개조한 형태의 AFT 싱글전 레이스 머신
사우스 캘리포니아 하프마일 아메리칸 플랫트랙 레이스
아메리칸 플랫트랙 레이스를 직접 방문했던 것은 지난 5월 11일 사우스 캘리포니아 페리스 오토 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된 AFT 사우스 캘리포니아 하프마일 경기입니다. 현장에 직접 가보니 트랙 특유의 흥분감과 긴장감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거나 테크니션과 대화를 나누는 등 레이서들의 경기 준비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페리스 경기장은 하프마일 트랙으로 경기장 전체 면적이 크지 않아 이 모든 것을 생동감 있게 지켜볼 수 있었던 것도 장점입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 부스에서 경기 준비가 한창이다
경기장 밖의 풍경도 재미있습니다. 미국 모터스포츠를 다뤘던 영화의 한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합니다. 팝콘이나 핫도그 등 먹거리를 팔기도 하고요 바이크 관련 브랜드의 부스들도 펼쳐져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경기장 밖에 설치된 부스 풍경
관람객들은 마치 유원지에 놀러 온 것처럼 이 모든 것들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펼쳐지며 트랙 주변은 마치 작은 로컬 축제 현장 같습니다.
AFT 싱글전은 엔듀로 기반의 레이스 머신에서 느껴지는 경쾌함이 있었다
AFT 싱글전은 엔듀로 기반의 레이스 머신 특유의 가벼움이 느껴지며 호쾌한 레이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승자는 에스텐슨Estenson 레이싱의 라이언 웰스(#94)로 2위 미켈 이너비진Michael Inderbitzin(#54)과 0.406 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보여주었습니다.
AFT 싱글전 포디움
AFT 트윈전은 2위와의 격차를 1.833초로 벌린 케네디 레이싱Kennedy Racing의 브랜든 로빈슨Brandon Robinson(#44)이 차지했습니다.
AFT 트윈 결승전에서 1, 2위 다툼을 하고 있다
2위는 인디언 레이싱팀의 브라이어 바우먼Briar Bauman(#14)이 3위는 할리데이비슨의 새미 할버트Sammy Halbert(#69)가 차지했습니다. 묵직한 엔진 배기음과 머신의 중량감이 트랙을 채우고 관객들의 환호가 더해지며 현장감을 더했습니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브랜든 로빈슨(#44)
국내에서 플랫트랙 레이스는 생소한 장르입니다. 경기가 아니더라도 해외에서는 이벤트 레이스로 넓은 공터에서 라이더들끼리 즐기곤 한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런 환경 조성도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하지만 언젠가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마장을 활용해 이벤트를 한다거나, 지자체와 협의해 공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한국의 모터사이클 라이프 즐기는 많은 라이더들에게 더 많은 재미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역 축제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