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카우트 “김광현 시장에 나오면 영입전 뛰어들 것”...SK 구단도 메이저리그 진출에 긍정적
SK 와이번스 김광현.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8월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31·SK와이번스)은 7이닝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13승을 거뒀다. 당시 관중석에는 김광현의 호투를 흥미롭게 지켜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있었다.
그중 미국 동부 지역의 A 팀 B 스카우트는 스카우팅 리포트 작성을 위해 올 시즌 단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김광현의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2016시즌 후 SK와 4년 85억 원의 규모에 FA 계약을 맺었다. 계약대로라면 2021시즌이 돼야 FA로 풀릴 수 있지만 김광현이 마음만 먹는다면 SK에서 김광현의 메이저리그행을 적극 도울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올 시즌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김광현은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로 향할 수 있을까?
2016년을 마치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김광현은 2017시즌 동안 재활에 매달리며 절치부심했다. 힘든 시간을 보낸 그는 2018시즌 25경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98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고, 올 시즌에도 22경기 13승 3패 평균자책점 2.58을 기록하며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하는 중이다.
그동안 김광현은 두 차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기회가 있었다. 해외 진출 자격을 얻은 2014시즌 이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진출을 추진했을 때 샌디에이고가 200만 달러(약 24억 원)의 응찰액을 써냈지만 계약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2년 뒤인 2016년을 마치고 다시 FA 자격을 얻었는데 이번에는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해외 진출 대신 SK와의 재계약을 선택했다.
팔꿈치 수술 후 완벽하게 돌아온 김광현은 올 시즌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며 실력과 경험을 곁들인 노련한 투구로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야구계에서는 올 시즌 이후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는 김광현의 실력과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올 시즌 김광현의 경기를 모두 ‘직관’해서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 중이라는 미국 동부 지역 A 팀 B 스카우트는 A 팀은 물론 다른 메이저리그 팀에서도 김광현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을 보기 위해 야구장에 갈 때마다 항상 다른 메이저리그 팀 스카우트들이 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우리 팀 외에도 김광현을 영입 대상에 올려 놓고 면밀히 검토 중인 팀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김광현이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시장에 나올 것으로 가정하고 그의 경기를 지켜보는 중이다. 김광현이 86년생인데 지금 나이에서는 더 미루지 말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
B 스카우트는 A 팀이 김광현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시장에 나올 결심만 한다면 우리는 바로 영입전에 뛰어들 것이다. 그걸 준비하기 위해 등판 때마다 경기장을 찾는 것이다.”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 마무리투수로 팀 우승을 확정지은 김광현.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그는 김광현이 선발만 고집하지 말고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해주기를 바랐다.
“김광현이 선발투수로 나서길 바라겠지만 만약 오프너(야구 경기에서 첫 1~2회에 등판하는 불펜투수)나 불펜 투수로 뛰는 것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즉 선발투수로서의 계약만이 아니라 오프너, 불펜투수로 계약한 다음 팀 상황에 따라 선발로 돌아설 수 있도록 여유를 갖고 협상에 임했으면 좋겠다. 김광현이 선발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그에게 관심을 두는 메이저리그 팀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B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의 김광현이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나섰을 때 더 유리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광현의 주무기는 직구와 슬라이더다. 투 피치의 강점은 선발보다 불펜일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인터벌이 빨라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탁월한 투구를 선보인다. 그런 부분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B 스카우트의 말은 김광현이 현실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포함됐다. 선발을 내세우는 것보다 일단 불펜에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하고 자신감을 회복한 후 4,5선발로 가는 방향이 김광현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
“KBO 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선수는 김광현과 나성범 외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중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매력적인 카드로 통할 수 있다. 올 시즌 내내 건강한 투구를 하고 있고, SK 에이스로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보이는 중이다. SK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김광현이 KBO 리그에서 이룰 수 있는 건 이미 다 이룬 셈이라 동기부여 면에서도 올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하는 게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SK 손혁 투수코치와 김광현. 사진=연합뉴스
SK의 손혁 투수코치는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해서 두 가지 입장으로 설명했다. 팀 투수코치로서는 김광현이 팀에 남아 마운드를 이끌어 가길 바랐고, 야구 선배로서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자신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메릴 켈리가 SK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입단 후 4,5선발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 김광현이 미국으로 향한다면 켈리 못지않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류현진도 LA 다저스에 입단할 수 있었던 건 체인지업 때문이었다. 김광현의 직구, 슬라이더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구종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류현진처럼 또 다른 구종을 개발해내면 된다. 가기 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지를 따지지 말고 일단 가서 부딪혀가며 적응해 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손혁 코치는 팀 선수의 미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이 김광현의 위치라면 당연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모하겠지만 에이스 김광현은 무작정 자신의 꿈을 좇기에는 걸려 있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선수가 꿈을 좇느냐, 돈이냐, 아니면 자존심이냐도 중요할 것이다. 마음을 정한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팀에서 김광현을 어떻게 대우할지, 계약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김광현은 무조건 선발로 가야 한다. 불펜은 의미가 없다. 선발 등판 경기 수,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 등이 포함된다면 설령 첫 시즌에 힘든 모습을 보여도 심적으로 쫓기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김광현의 모습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 8승에서 10승 이상은 무난하다고 본다. 영리하고 성실한 선수라 첫해에 잘 적응한다면 이듬해부터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손혁 코치는 직구, 슬라이더만으로도 충분했던 김광현이 올 시즌 커브와 투심 패스트볼의 비중을 높이는 이유 중에는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둔 배경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김광현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이유들 중에는 커브와 투심의 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잘 공략이 안 돼도 계속 그 공들을 경기 중에 시험했다. 올 시즌 김광현은 아주 공격적인 투수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투구 수를 줄였고, 마운드에서 훨씬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치 입장에서는 남아주길 바라고, 야구 선배로서는 도전하길 바라지만 가장 중요한 건 김광현의 진심일 것이다.”
김광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시즌 중이라 자신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게 어렵겠지만 올 시즌을 마치고 김광현이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 구단도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일 SK의 한 구단 관계자는 “김광현 선수가 원한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단, 좋은 조건이 우선돼야 한다. 좋은 조건이라는 것은 김광현 선수가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돼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광현 선수가 워낙 신중하고 판단을 잘하는 터라 구단은 선수의 결정을 믿고 존중해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앞서 언급된 B 스카우트는 김광현의 계약 규모에 대해서는 “2+1년에 500만 달러 이상이 합리적인 몸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