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몰두 경영진 도덕적 해이…올 초 부채 급증 자금조달력 회복이 관건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권고와 관련,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무용성 평가 결과를 보충 설명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문은상 대표이사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진은 물론 핵심주주들도 스톡옵션 차익 실현에 적극적이었다. 2016년 말 상장 당시 문은상 대표 외 특수관계인들은 발행주식의 23.73%인 1607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3월 말 기준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은 613만 주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인 문 대표 보유지분도 1148만 주에서 346만 주로 급감했다. 문 대표 본인이 아닌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들의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신고됐지만, 결국 최대주주와 이해를 같이 해온 핵심주주들이 주식을 팔고 떠난 셈이다.
일례로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지난 7월 1~8일 4회에 걸쳐 보통주 16만 7777주를 장내 매도했다. 약 88억 원 규모다. 당시 신 전무의 대규모 매도 소식에 시장과 업계에서는 신라젠 임상 3상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현재 회사 측은 신 전무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취소물량(58만 주)을 제외하면 스톡옵션은 146만 주가 남았다. 문 대표 보유분을 비롯해 76만 주가량의 행사가가 현 주가 아래다. 나머지 70만 주는 행사가가 7만 3500원 이상이어서 현 상태로는 무용지물이다. 외부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보상 유인마저 사라져 임직원들이 얼마나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연구개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신라젠 매출은 2017년 69억 원, 2018년 77억 원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506억 원, 590억 원이다. 지난해 영업비용을 보면 급여가 152억 원, 주식보상비용이 50억 원이다. 복리후생비와 여비교통비 20억 원까지 포함하면 사람에 들어가는 비용만 매출액의 3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부채는 280억 원에 불과하다. 증자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사채(BW) 등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덕분이다.
그런데 올 초 부채가 1062억 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3월 11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하면서다. 현재 전환가액은 4만 9078원으로 현 주가의 2.5배가 넘는다. 주식전환보다 원리금상환이 유리한 환경이다.
이 CB의 만기는 2024년 3월 21일이지만 신약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 투자자는 내년 3월 21일부터 연복리 6%의 금리로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 신라젠이 보유한 현금은 900억 원 미만이다. 신라젠이 7개월 내 시장 신뢰를 회복해 자체 자금조달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