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월 노히트노런 기록한 맥과이어 방출… 대체자 라이블리 활약 여부에 촉각
4월 21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덱 맥과이어. 8월 8일 삼성 라이온즈는 맥과이어의 웨이버 공시를 전격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KBO리그 ‘노히트노런 외국인 투수 잔혹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찰리 쉬렉(전 NC 다이노스), 유네스키 마야, 마이클 보우덴(이하 전 두산 베어스)에 이어 삼성 라이온즈 덱 맥과이어도 노히트노런 잔혹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8월 8일 삼성 구단은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를 웨이버 공시하고, 벤 라이블리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맥과이어는 ‘노히터 투수’로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맥과이어는 4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9이닝 13탈삼진 무피안타 2볼넷 완벽투로 노히트노런 진기록을 세웠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 사상 4번째 노히트노런이었다. 맥과이어는 시즌 첫 승을 노히트노런으로 장식하며,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동시에 “시즌 초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던 맥과이어가 노히트노런을 계기로 반등할 것”이란 희망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반전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맥과이어는 노히트노런 이후 15경기에 등판해 3승 6패 평균자책 5.18로 부진했다. 선발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외국인 투수로서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그러던 8월 1일 맥과이어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 선발 등판에서 2이닝 7자책으로 부진하던 중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껴 강판됐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결국 삼성은 8월 2일 맥과이어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마지막 등판으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였던 8일 맥과이어는 웨이버 공시됐다. 삼성은 새 외국인 투수 라이블리를 전격 영입했다. 이젠 라이블리의 활약 여부가 KBO리그 초미의 관심사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가 노히트노런이란 대기록을 작성한 뒤 부진에 빠지는 현상은 일종의 ‘저주’처럼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히트노런 저주의 당사자가 된 투수는 누구였고, 그 후임자들은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일요신문’이 살펴봤다.
2014년 6월 24일 KBO리그 외국인 투수 사상 첫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찰리 쉬렉. 사진=연합뉴스
‘노히트 저주’의 첫 번째 주인공은 NC 다이노스 개국공신이었던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이었다. 2013년 찰리는 정규시즌 평균자책 1위(2.48)를 기록하며, KBO리그에 이듬해인 2014년 6월 24일 찰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2000년 송진우 이후 14년 만에 등장한 대기록이었다.
하지만 찰리는 노히트노런 이후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찰리는 2014년 8월 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리고 맞이한 2015시즌. 찰리는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5패 평균자책 5.74라는 초라한 성적을 올렸다. 결국 찰리는 시즌이 한창이던 2015년 6월 5일 NC로부터 방출통보를 받았다.
찰리의 대체자로 낙점된 재크 스튜어트는 2015시즌 중반부터 2016시즌까지 ‘마산 예수’란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튜어트는 KBO리그 통산 20승 10패 평균자책 3.73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찰리의 뒤를 이어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작성한 선수는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유네스키 마야였다. 마야는 2014년 7월 25일 크리스 볼스테드의 대체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마야는 KBO리그 데뷔 첫 시즌 11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 4.86을 기록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2015년 4월 9일 마야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36구를 던지며,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하지만 노히트노런 이후 마야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마야는 6월 12일까지 13경기에 등판해 2승 5패 평균자책 8.17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두산은 6월 13일 마야를 방출했다.
두산은 마야의 대체 선수로 앤서니 스와잭을 영입했다. 스와잭의 2015시즌 성적은 20경기(17선발) 등판, 5승 7패 평균자책 5.26이었다. 인상적이진 못한 활약이었다. 두산은 2015시즌을 마친 뒤 스와잭과 결별을 선언했다.
KBO리그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스와잭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뒤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거듭났다. 스와잭은 2016시즌부터 뉴욕 양키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6개 구단을 거치며, 안정적인 불펜 투수 역할을 수행했다. 올 시즌 스와잭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28경기에 등판해 1패 1세이브 평균자책 3.04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던 외국인 투수 유네스키 마야와 마이클 보우덴. 사진=연합뉴스
마야 다음으로 ‘노히터 계보’를 이어간 투수 역시 두산에서 배출됐다. 주인공은 마이클 보우덴이었다. 보우덴은 KBO리그 데뷔 첫해였던 2016년 6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39구를 던지는 투혼 끝에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보우덴은 2016시즌을 18승 7패 평균자책 3.80으로 잘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에선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보우덴은 연봉 110만 달러에 두산과의 재계약에 골인했다. 이때까지 ‘노히터 저주’는 보우덴을 비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 보우덴에게도 어김없이 저주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2017시즌 보우덴은 17경기에 등판해 3승 5패 평균자책 4.64를 기록했다. 전년도 성적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이었다. 보우덴은 시즌 내내 어깨 부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고질화된 부상은 구위 하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보우덴 또한 2017시즌을 끝으로 두산과 작별을 고하게 됐다.
2017시즌을 마친 뒤 두산은 대대적인 외국인 투수 물갈이에 돌입했다. 두산은 ‘프랜차이즈 스타’ 대우를 받던 더스틴 니퍼트와도 결별했다. 니퍼트와 보우덴의 후임자로 들어온 투수는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다. 두 투수는 올 시즌에도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그중 린드블럼의 활약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올 시즌(8월 12일 기준) 린드블럼은 23경기에서 18승 1패 평균자책 1.95라는 경이적인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현 시점에서 KBO리그 최고 투수로 린드블럼을 꼽는 데엔 큰 이견이 없다. 한편 후랭코프는 올 시즌 15경기에 선발등판해 5승 6패 평균자책 4.27을 기록하고 있다.
맥과이어 후임자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게 된 벤 라이블리. 사진=삼성
이처럼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가 한국을 떠난 뒤, 그 후임자들의 성적은 복불복이었다. 이제 ‘복불복 주사위’는 삼성 새 외국인 투수 라이블리에게 넘겨졌다.
1992년생 라이블리는 193cm/ 86kg 건장한 체격을 갖춘 오른손 투수로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직 빅리거 라이블리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6경기(20선발) 등판 4승 10패 평균자책 4.80이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라이블리를 “속구 평균 구속이 140km/h 중·후반대에 형성되는 정통파 투수”라면서 “커브와 슬라이더의 각이 좋고, 경기 운영 능력에도 강점을 갖춘 투수”라고 소개했다.
‘노히터 저주’의 희생양이 된 맥과이어 후임자로 삼성에 입단한 라이블리. 그가 KBO리그에서 향후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할 만하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