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충청도의 끈적한 야구’로 사상 4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정조준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개막식 전야제 카퍼레이드에 등장한 ‘빅 유닛’ 랜디 존슨. 사진=이동섭 기자
[일요신문]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가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 개막 행사엔 메이저리그의 전설 ‘빅 유닛’ 랜디 존슨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개막식은 8월 16일(한국시간) 오전 0시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볼룬티어 야구장에서 열렸다. 이날 개막식엔 ‘세계 리틀야구 최강자’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16개 리틀야구팀이 한자리에 모여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표’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리틀 대표팀은 6월 열린 ‘2019 세계 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출전을 확정 지었다.
이번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개막식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한 시대를 풍미한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투수 랜디 존슨이었다. 랜디 존슨은 개막식에서 시구를 펼치며 ‘세계 리틀야구 대제전’의 시작을 알렸다.
8월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볼룬티어 야구열린 장에서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개막식 현장. 사진
랜디 존슨은 1988년부터 2009년까지 22시즌을 MLB에서 활약한 좌완투수다. MLB 통산 성적은 618경기에 등판해 303승 166패 평균자책 3.29다. 208cm 거구에서 내리꽂는 속구와 슬라이더는 랜디 존슨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의 투구는 메이저리그 타자들 ‘공포의 대상’이었다.
랜디 존슨의 이름은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하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합작했던 까닭이다. 랜디 존슨은 2009시즌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으로 치른 뒤 만 45세 나이로 은퇴했다.
현역 시절 무려 5시즌에 걸쳐 사이영상을 수상한 랜디 존슨은 2015년 1월 6일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개막전에 등장한 랜디 존슨의 시구에 관중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카퍼레이드 행사에서 현지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사진=이동섭 기자
한편 8월 15일(한국시간) 윌리암스포트 시내에선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개막 전야제’ 격인 퍼레이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하는 16개 팀이 카퍼레이드를 펼치며 현지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현지 복수 방송매체는 이 행사를 미국 전역에 생중계했다. 현지 방송매체 해설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표’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을 “머나먼 나라 한국에 온 역동적인 팀”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할 때마다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을 자랑하는 강팀”이란 멘트를 덧붙였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카퍼레이드에서 가장 큰 호응을 받은 팀 중 하나였다. 많은 현지 시민은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드라마틱한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을 기억하고 있었다. 리틀 대표팀 ‘안방마님’ 현빈과 ‘타이슨’이란 별명을 가진 중견수 임현진은 격렬한 춤사위를 통해 현지 시민을 향한 반가움을 표현했다. 다른 선수들은 현지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사인 요청에 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80cm 큰 키를 자랑하는 리틀 대표팀 ‘슈퍼 초딩’ 정기범은 “현지 시민들이 열렬하게 호응해줘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면서 “기분이 정말 좋다. 좋은 기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대회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리틀야구 성지’ 윌리암스포트 라마드 스타디움에서 결의를 다지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과 코칭스태프. 사진=이동섭 기자
8월 16일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10일간의 열전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사상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1984년, 1985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충청남도 선수들로 구성된 팀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비수도권 리틀야구팀의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출전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리틀 대표팀 이민호 감독(대전 중구리틀)은 “충청도 특유의 끈적한 야구의 매력을 세계적인 무대에서 맘껏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은 작전과 수비다. 경기 초반 ‘세밀한 야구’로 기선을 제압하고, 경기 중·후반 들어선 ‘선 굵은 야구’로 상대방의 의지를 꺾는 경기를 펼치는 게 우리의 색깔”이라고 설명했다.
안상국 코치(세종시리틀)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과정에서의 느낌이 참 좋다”면서 “우리의 장점을 맘껏 발휘해 즐거운 야구를 펼친다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번 대회를 즐기겠다”고 전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원투펀치. 좌완투수 나진원과 우완투수 양수호. 사진=이동섭 기자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의 장점은 수비와 작전 수행 능력이다. 여기다 나진원-양수호로 이어지는 든든한 원투펀치는 끈끈한 ‘충청도 야구’의 중심축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정기범과 이시영 역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선수들이다. 리틀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두 선수를 적재적소에 투입해 소방수 역할을 맡길 전망이다.
이제 시선은 ‘충청도의 어린이’들이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란 큰 무대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에 쏠린다.
73년 역사를 자랑하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엔 미국 8개 지역 챔피언과 세계 각국에서 권역을 대표하는 8개 팀이 출전한다. 미국 지역 토너먼트와 인터내셔널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두 팀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챔피언십’에서 세계 리틀야구 최강팀을 가리는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쉽게 말해 패자부활전이 존재하는 토너먼트다. 메인 토너먼트에서 패한 팀은 패자부활 토너먼트에서 다시 한번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어떤 팀이든 대회에서 두 차례 패하면 탈락한다.
한편, ‘ESPN’, ‘ABC’ 등 현지 방송매체는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를 미국 전역에 생중계할 예정이다.
미국 윌리암스포트=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