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뭉쳐야 찬다’ 인기몰이로 매니저도 고용…김병현, 광주 햄버거 가게도 성황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인기몰이중인 ‘농구 대통령‘ 허재. 연합뉴스
[일요신문]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 등은 은퇴 후 운동선수에서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최근에는 ‘농구 대통령’ 허재와 야구 레전드 김병현이 뒤늦게 예능 프로그램에 뛰어 들었다. 특히 두 사람의 평소 이미지는 예능과 거리가 먼 ‘버럭’과 ‘진지함’이었다. 입담과 ‘끼’가 없는 스포츠인의 예능 나들이는 의외로 호평을 받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빗발치면서 방송 출연이 더 잦아지고 있다. 이에 ‘일요신문’은 허재, 김병현과의 인터뷰를 통해 예능 늦둥이로 나선 속사정을 들어봤다.
“난 뭔지도 모르고 출연한 거야. 스포츠 레전드들이 모여서 방송한다는 이야기만 듣고 나갔고, 처음에는 농구하는 줄 알았다니까. ‘뭉쳐야 찬다’가 아니라 ‘뭉쳐야 쏜다’로 이해하고 들어갔는데 축구를 한다고 하는 거야. 축구 다음에 농구할 줄 알고 일단 축구부터 시작했는데 2개월째 축구만 하고 있네(웃음).”
허재를 ‘농구 대통령’에서 예능 신생아로 이미지를 변신하게 만든 프로그램은 JTBC의 ‘뭉쳐야 찬다’였다.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후 야인으로 지낸 그에게 JTBC는 스포츠 레전드들을 모아 축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만기, 이봉주, 심권호, 양준혁, 진종오 등 각 종목별 레전드들을 출연시켰는데 이중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이가 바로 허재였다.
스포츠 레전드들의 축구 도전기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매 회마다 허재는 웃음 폭탄을 안겼다. 7회 방송에서는 강호동이 천하장사 선배 이만기를 응원한다며 촬영 현장에 수박을 보내자, 허재는 서장훈에게 전화를 걸어 “씨름계에서 수박을 보냈는데 농구계 체면이 안 선다”며 “홍삼 15인분을 보내라”고 해서 폭소를 자아냈다. 더 재미있었던 건 자신의 잦은 부상과 체력 저하로 프로그램 하차를 선언하며 서장훈에게 “네가 직접 와서 나 대신 해. 난 (프로그램을)나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해 배꼽을 잡게 했다.
최근에는 ‘축알못’ 캐릭터로 대변신에 성공한 허재라며 MBC ’라디오스타‘에도 출연했다. 허재는 20년 지기 절친인 배우 박중훈과 동반 출연했는데 서로 다른 매력으로 현실 절친 케미를 더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허재는 박중훈의 ‘라디오 스타’ 출연과 관련해서 “나와의 의리 때문에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중훈과는 용산고, 중앙대학교 동창이고 술친구다. 내가 방송에 나간다고 하니까 중훈이도 출연하겠다고 하더라. 중훈이는 의리와 우정을 앞세우는 멋진 친구다.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좋은 후배들과의 인연도 만들었다. 그중 윤종신은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더라.”
허재는 최근 매니저를 채용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직 소속사가 없는 그로서는 쏟아지는 방송 출연 제의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촬영장을 오가는 동안 직접 운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지인 소개로 매니저를 구했는데 매니저와 함께 다니니까 사람들은 내가 본격적으로 방송계에 뛰어든 줄로만 안다. 전혀 아니다. 지금의 방송 출연은 농구 휴식기 동안의 ‘외출’인 셈이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농구계로 돌아갈 계획이다. 아무리 방송에서 인기를 얻는다고 해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카메라 앞이 아닌 농구 코트 아니겠나.”
류현진이 등판하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벡스 홈경기에 깜짝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던 김병현. 연합뉴스
“제발 말 좀 많이 하라고 이야기하더라. 보기에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방송 관계자들은 내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한다. 어디에 맞춰야할지 모르겠다(웃음).”
김병현은 원래 MBC스포츠플러스로부터 전속 해설위원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김병현은 전속으로 묶이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스페셜로 해설을 맡겠다고 역제안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래 말을 잘 하는 편도 아니고, 해설이 처음이라 잘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전속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류현진 경기 때 허구연 또는 김선우 해설위원과 함께 하는데 그분들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반성 많이 했다.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준비해서 방송에 들어가신다. 내가 그렇게 하지 못했던 터라 지금은 중계 요청이 와도 다음으로 미룬다. 좀 더 연습하고 준비한 다음에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예능 출연은 갑작스런 결정이었다고 한다. 해설하면서 나름의 재미와 흥미를 느낀 그는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고.
“그런데 확실히 예능이 어렵더라. 해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힘들었다. 진행자나 출연자들의 재치와 순발력이 대단하다. 그 틈에서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방송에 나오는 내 모습은 편집의 힘이다. 그냥 라이브로 방송되었다면 아주 재미없는 캐릭터가 됐을 것이다. 편집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김병현은 얼마 전 광주에 수제 햄버거 집을 오픈했다. 가게 이름은 모교 이름을 딴 ‘광주제일햄버高’.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식재료로 건강한 맛을 내는 햄버거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200개 이상 판매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선수 생활할 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원래 먹는 걸 좋아하고,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 덕분에 샌디에이고에 일식집을 차린 게 음식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음식 장사해서 수익 남기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세금과 인건비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좋은 재료로 건강한 맛을 내려다보니 원가 단가가 높다. 돈을 벌려고 했다면 이 일을 못했을 것이다. 돈은 야구로 벌어야 하는 것 같다.”
어느새 세 아이들의 아빠이기도 한 김병현은 은퇴 후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육아라고 말할 만큼 아이를 돌보고 놀아주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막내(아들)가 아빠 ‘껌딱지’나 다름없다. 아이들과 놀아줄 때마다 아내의 존재가 위대해 보인다. 아이들은 내가 예능에 출연하는 걸 잘 모른다. 지금은 야구 그만두고 광주에서 햄버거 파는 아빠로 인식하고 있다.”
요식업, 해설위원,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김병현에게 야구 지도자로 돌아올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불러주는 데가 있다면 당연히 하고 싶다”고 말한다.
“방송을 하면서도 야구할 때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지도자로 후배들을 만나고 싶다. 미리 준비하고 공부하는 시간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내 앞에 펼쳐진 일들에 집중하고, 해결한 다음 지도자 준비를 하고 싶다.”
허재, 김병현은 인도네시아에서 촬영되는 ‘정글의 법칙’ 출연을 앞두고 있다. 김병현은 ‘정글의 법칙’ 출연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리얼 생존기였다며 허탈한 웃음을 내비쳤다.
“방송 촬영할 때만 리얼로 하고 그 외는 좋은 숙소에서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제작진들과의 회의에 참석해 보니 현지에서 노숙을 하고, 돌아올 때는 거의 초죽음이 된다고 하더라. 나의 오판으로 험난한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허재 감독님과 잘 찍고 생존해서 돌아오겠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