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인 “이혼 후 아이 위해 왕래한 것” vs 이웃주민 “아이 없이 부부끼리만 다니는 것도 봤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8월 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최준필 기자
조 후보자 가족은 이 과정에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술신용보증기금에도 피해를 입혀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조 후보자 모친과 동생이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 갚아야 할 돈은 50억여 원에 달한다. 야권은 이들을 ‘희대의 일가족사기단’이라고 명명했다.
조 후보자는 당시 웅동학원 이사였다. 조 후보자 부인은 시동생 전처의 빌라 구입자금까지 대줬다. 조 후보자도 위장이혼을 통한 채무변제 회피에 적극 가담했거나, 최소한 알고도 묵인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 야권 청문위원 관계자는 “조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 중 가장 핵심은 동생 부부 위장이혼 의혹이라고 본다”면서 “다른 의혹들은 도덕적인 문제는 있지만 법적인 문제점은 찾기 힘들거나 처벌 수위가 약하다. 이 문제는 사실로 밝혀지면 ‘강제집행 면탈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여러 의혹 중 가장 중범죄다. 조 후보자도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따져봐야 할 의혹”이라고 설명했다.
강제집행 면탈죄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하는 범죄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일요신문은 위장이혼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조 후보자 동생 전처가 살았던 부산 지역 한 아파트를 찾아가봤다.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경비원은 벌써 집에 안 들어온 지 오래됐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동생 부부가 이혼한 사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보통 아파트에서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처가 소유한 아파트는 입구 바로 옆 1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예상 외로 많은 주민들이 조 씨 부부를 기억하고 있었다. 기자와 만난 한 주민은 “그 집에는 부부하고 애가 같이 사는 걸로 안다”고 했다.
원 안이 조국 후보자 동생 전처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다.
전처는 입장문을 통해 “이혼 후에도 남편이 아이를 보러 주말에 오는 경우가 잦았지만 같이 산 적은 없다”고 했다. 전처는 괜한 구설에 휘말릴까봐 주변에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위장이혼 의혹이 불거졌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주민은 “저도 입장문 기사를 봤다. 이혼하고 아이 만나러 온 사람은 티가 나지 않나. 창밖으로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부부사이가 좋았다. 이혼한 부부가 그렇게 지낸다는 것은 제 기준으로는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이 주민은 “(동생 부부가) 같이 사는 게 맞다. 위장이혼이 맞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주민은 “남편이 (아이 보러)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살았다. 1층이니까 여름에 창문 열어놓고 하면 안이 보인다. 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사이가 좋아보였다. 그런 거(실제 이혼한 부부인지) 모르겠나. 이사 오고 초반에는 시어머니도 같이 살았다. 이후에도 시어머니가 잘 드나들었다. 그런(거짓말 하는) 분이 장관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남편 분이 평소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다녔다. 외부에 노출되길 조심스러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예인인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소문을 들어보니 조국 후보자 동생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저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했다. (위장이혼 의혹) 뉴스를 보고서야 왜 그랬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 주민도 아이를 보러 가끔 왔다는 해명은 믿기 힘들다고 했다. 이 주민은 “평일에도 남편을 자주 봤다. 학교 갔는지 아이가 없을 때도 부부가 함께 돌아다니는 걸 봤다. 두 사람이 차를 같이 타고 다녔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주민들도 비슷한 증언을 쏟아냈다.
전처 소유의 한 빌라도 찾아가봤다. 이 빌라 구입비는 조 후보자 부인이 냈다. 이혼한 전 동서에게 빌라 구입자금으로 2억 7000만 원을 줬다. 전처는 입장문을 통해 “원래 그 돈은 조 후보자 어머니가 살 집을 구하려고 마련한 돈”이라면서 “이혼하면서 제가 위자료도 못 받고, 아이 양육비도 못 받고 있는 사정을 딱하게 생각해 시어머니가 빌라를 제 명의로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빌라는 외부인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됐다. 경비원은 아무것도 모르니 돌아가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조 후보자 동생은 지난 2018년 8월 이 빌라에 전입신고를 했다. 전 부인 집에 전 남편이 전입신고를 한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조 후보자 측은 “우리도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후보자 일로 동생 분에게 막 물어보기가 어려운 입장”이라고 했다.
동생 부부는 이혼 후에도 여러 사업체에 경영진으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남편과 같이 사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처는 “밉지만 남편이 자리를 잡아야 아이도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혼 후에도) 남편이 사업을 한다며 이름을 빌려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도와주곤 했다”고 밝혔다.
동생 부부가 경영진으로 등록되어 있는 업체들을 직접 방문해봤다. 한 업체 주소지는 호텔 객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건물 관계자는 그런 업체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업체는 한 상가에 있는 빈사무실이었다.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니 사무실이 나간 지 몇 개월은 됐고 그 전에는 법무사 사무실이었다고 했다. 조 후보자 동생이 대표인 법인등기에는 부동산 관련 사업 업체로 등록되어 있었다.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조 후보자 측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조국 후보자 동생이 대표로 있는 회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였다.
한편 동생 전처는 위장이혼 의혹이 점차 확산되자 “아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의혹 제기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 후보자 측도 “동생 부부가 실제로 이혼한 사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