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원전 부지 보관 등 돌려막기 택할 수밖에…국제적 연대 통해 올림픽 문제 항의해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일본은 기대에 못미치는 대응으로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아 왔다. 도쿄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발표가 주목을 받으며 국내 불안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최경숙 간사는 이에 대해 “국제적 연대를 해서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최경숙 간사. 이종현 기자.
―아베 정부는 왜 올림픽 직전 이런 발표를 했을까.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건 아베 정부가 거의 매년 밝혀 왔던 것이다. 그때마다 후쿠시마현 어민들이 반발하고 우리도 기자회견을 열어 왔었다.”
―왜 유독 올해 부각되는지.
“도쿄 올림픽을 1년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양국의 마찰이 심해지니 부각되는 면이 있는데, 차라리 잘된 것 같다. 이전에는 다들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시국에 따라 자연스레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드라마 ‘체르노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또한 시기가 맞물려서 일본을 압박하기 좋은 상황이 된 것 같다.”
―일본은 ‘더는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고 말한다.
“매일 170톤의 오염수가 쌓인다는데, 원전 부지 안에는 이미 자리가 없다고 일본이 주장한다. 이는 거의 확실한 내용이다. 도쿄전력은 2020년이면 물탱크가 꽉 찬다고 발표했고, 우리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이를 감당 못한 아베 정부가 이를 방류한다는 것이다.”
―방류된다면 그 양은 얼마나 될 것으로 보는지.
“현재 110만 톤이 쌓여있지만, 이 양은 매일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이 오염수를 물에 섞어 희석한 뒤 수년에 걸쳐 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나라에 오는 피해보다 전 세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주 해양연구소의 2011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여덟 곳의 해변 모래를 채취해보니 후쿠시마 앞바다의 10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된 바 있다. 보통 앞바다의 농도가 더 짙고, 멀어질수록 옅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즉 우리가 일본보다 더 큰 피해를 받을 수도 있고 덜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언론에서 보도하는 ‘동해 직격탄’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 오염수를 한꺼번에 버릴 것도 아니고 희석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영향이 있으니 막아야 하지만 과소평과도, 과도한 공포를 심어주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한 국제법이나 수단이 없는지.
“투기 방지에 대한 법이 있긴 하지만, 오염수 관련해선 적용이 안 된다. 기준치가 있다 할지라도 희석해서 방류하면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기준치 역시 대규모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예상하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높은 수치다.”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전직 촌장들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반발이 강한 곳은 후쿠시마현의 어업조합단체다. 오염수 방류가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방류밖에 없을까.
“문제가 되는 곳은 제1원전이다. 그로부터 몇 ㎞ 떨어진 곳에 제2원전이 있는데, 이곳도 곧 폐쇄될 예정이다. 이곳에 오염수를 저장하면 된다. 제2원전 부지나 그 주변에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에서 오염수를 보관해야 한다.”
―제2원전도 꽉 찬다면? ‘돌려막기’보단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돼야 하지 않을까.
“제2원전이 꽉 차면 그 근처 30㎞ 권역 내를 다 비워서 그곳에 보관해야 한다. 핵연료가 제거되는 기술이 나오는 그날까지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이를 300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고독성의 물질은 300년 정도가 지나면 농도가 옅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100년도 살지 못한다. 그런데 300년 앞을 내다보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 아닐까.”
―오염수를 제2원전에 보관하는 방법이 최선은 아닌 것 같은데.
“최선은 아니다. 차선이다. 바다에 버리는 것보단 바닥에 보관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일부 업체는 삼중수소를 정화할 수 있다는 제안도 해왔다.
“그런 방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115만 톤을 어떻게 정화하겠나. 비용과 소요 시간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오염수 정화는 300년이 지난 뒤 반감기가 지나서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00년이 흐르는 동안 이를 보관하는 기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경숙 간사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뿐 아니라 제염토, 식품 등에도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현 기자.
“탱크에 담아두는 건 그나마 통제가 되는데, 원전 건물 지하에 정화되지 못한 오염수가 고여 있다. 제거하기 위해선 오염수를 다 빼고 핵연료를 건물 잔해와 함께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로봇을 투입해 건물 내부를 조사하는데, 로봇이 계속 고장 난다더라. 그 안에 방사능 농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현재로선 없다. 2031년까지 용융(녹아내린)된 핵연료를 제거하겠다는 계획 또한 발표했는데, 이 또한 불가능하다. 핵연료가 자갈처럼 굳어있는 것은 로봇이 쉽게 제거할 수 있지만 찰흙처럼 뭉쳐져 있는 것은 제거가 어렵다.”
―후쿠시마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통제가 잘 되고 있다고 말해왔으며, 그렇게 말하면 다들 믿어줄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아베 정부 대처에 아쉬움이 있다면.
“국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정보를 공개했어야 했다. 그런 게 없이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은폐하니 사건 수습도 안 되고 불안감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시민단체 ‘모두의단체’는 일본 전역의 토양을 조사해 2011년에 책을 발간했다. 이 같은 시민들 조사에 의한 데이터는 있지만, 일본 정부의 데이터는 없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도쿄도 안전하진 않다.”
―미국드라마 ‘체르노빌’이 관심을 끌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발생과 수습과정을 다룬 이야기다.
“일본은 지금 미드 ‘체르노빌’과 같다. 이 드라마 내용 중 일부를 말하자면, 로봇을 먼저 현장에 투입해서 수습을 시도한다. 그런데 로봇이 계속 고장나니 ‘바이오 로봇’을 투입하자고 주장한다. 바이오 로봇은 사람이다. 사람이 들어가 핵 오염된 물질들을 퍼담는 장면이 나오는데, 피폭 위험 때문에 한 삽을 뜨고 다른 사람이 교체로 들어가 한 삽을 뜨는 그런 모습이다. 누가 그곳에 작업하러 가겠나. 그러니 필리핀,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작업에 투입하는 것이 그곳의 실정이다. 반인륜적이다. 인간이 수습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당시 국제적으로 도움 요청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도 세계 여러 전문가들이 ‘체르노빌처럼 석관으로 원자로를 덮어라’는 조언을 했는데, 일본은 아무 것도 듣지 않았다.”
―체르노빌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당시에도 제대로 된 대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말씀드린 미드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과장이나 축소도 없다. 당시 소련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은폐했는데, 유럽 전역에 방사능이 퍼지며 다른 나라들이 이걸 먼저 발견한 것이다. 소련은 그제야 사고를 인정했고 그 뒤에도 계속 사건을 축소했다. 그래서 피해 추산이 단체와 나라별로 다르다. 사고 후 대피령을 내릴 때에도 주민들에게 ‘이곳은 더 이상 쓸 수 없는 땅’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며칠 뒤면 돌아올 수 있다’는 식으로 대피시켰다. 그런데 일본은 이런 사례를 보고서도 더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체르노빌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30㎞ 내는 다 대피시키고 비워놨는데, 일본은 원전 코 앞까지 자리를 내주고 있다.”
―아베 정부는 왜 무책임하게 대처한다고 생각하나.
“아베 총리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처음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부터 ‘왜 저렇게 수습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염수 방류 문제는 2013년부터 거론됐고, 도쿄 올림픽 관련해서도 ‘통제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제정신이 아니구나’ 싶었다.”
―우리나라 정부의 대처는 어떻게 보는가.
“이전 정권보다 지금은 차라리 말이 잘 통하는 편이다.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도 박근혜 정권 때는 패소했는데, 지금은 기적적으로 뒤집혀 승소했다. 잘한 건 잘했다고 해줘야 하지 않겠나. 심지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할까.
“불참이 쉽진 않을 것이다. 올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청춘을 바친 선수들이지 않나. 대신에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올림픽 문제에 대해 항의 시도를 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200㎞ 넘은 거리에서 오염 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3일 만에 도쿄를 뒤덮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수돗물을 정수한 슬러지에서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물론 걸러진 물에서는 검출이 안 되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안심할 순 없다. 때문에 ‘오픈워터 스위밍’은 하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이번에 하수구 수준의 대장균이 물에서 검출됐다. 정화조가 그대로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도쿄 행정부가 알아낸 것도 아니다. 일본 시민단체가 알아낸 내용이다. 때문에 수영 등은 실내에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