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감정 고조 승객 안전 위한 조치” VS “울릉도행까지 막는 건 지나쳐”
독도 전경. 독도행 여객선을 운항하는 선사들이 지난 7월부터 일본인 승선 거부에 나섰다. 사진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일본인 여자친구와 국내여행을 나선 유튜버 A 씨는 9월 1일 울릉도행 여객선에서 탑승 거부당한 영상을 올렸다. 여객선 직원은 여자친구와 A 씨에게 다가와 “여자친구 국적이 일본인인 거냐?”고 물었다. A 씨가 그렇다고 답하자 같은 직원은 안전상 문제로 일본인 승선이 어렵다고 알렸다. A 씨는 “(울릉도) 호텔, 렌터카까지 예약을 다 해뒀는데 그러는 게 어디 있느냐. (여객선 표) 예약할 때 한번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튜버 A 씨는 영상에서 “미래에 제 아내 될 사람이 이렇게 차별당하는 것을 보니까 한편으로 속상했고 분했다”며 “여자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영상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상을 본 사람들은 댓글에서 “이 시기에 왜 일본인 여자친구를 거길 데려 가느냐”며 냉랭한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A 씨는 영상을 내렸다.
울릉도로 가는 노선은 총 4개다. 총 6개 선사가 강릉항(강릉), 묵호항(동해), 후포항(울진), 포항항(포항)에서 울릉도행 여객선을 운항한다. 6개 선사 가운데 강릉항과 묵호항에서 여객선을 운항하는 2개 선사가 일본인의 울릉도행 승선을 거부하고 있다. 후포항과 포항항에서 울릉도행 여객선을 운항하는 4개 선사는 일본인의 울릉도행을 막진 않는다. 하지만 울릉도와 독도를 잇는 배편을 운영하는 선사 4곳은 모두 일본인의 독도행 승선을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인이 후포항이나 포항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에 가는 것은 가능하나 강릉항과 묵호항에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울릉도까지는 갈 수 있지만 독도로 가는 배에 탑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울진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사진 제이에이치페리 홈페이지
강릉과 울릉도, 울릉도와 독도를 잇는 두 노선 모두를 운영하는 B 선사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반일 감정이 격해지면서 여객선 내에서 손님들의 감정싸움이 벌어질까 우려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일본인의 울릉도행과 독도행 여객선 승선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31일 동료 국회의원 5명 등과 독도를 찾아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문 절차를 거쳐 혐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의도로 가는지 확인한 뒤 일본인의 독도행을 막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지만 일본인의 울릉도행까지 막는 건 잘못된 일이다. 적법한 절차가 아니다. 그렇다면 제주도 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말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일본인 승선 거부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국제법상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입장을 다시 확인드린다”라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