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리그 꼴찌’ NC 다이노스 탈바꿈한 양의지의 기록 대해부
NC 다이노스 팀 전력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포수 양의지.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양의지 영입’에 125억 원을 베팅한 공룡 군단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숫자가 ‘양의지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어느덧 ‘2019 KBO리그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돌입했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20경기 내외의 잔여 경기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올 시즌 순위표에서 가장 돋보이는 팀은 NC 다이노스와 KT 위즈다. 2018시즌 탈꼴찌 경쟁을 벌이던 두 팀이 올 시즌엔 치열한 5강 다툼을 펼치고 있는 까닭이다.
그 가운데 NC의 약진은 놀랍다. 지난해 NC는 투·타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시즌 내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2018년 12월 ‘FA 최대어’ 양의지를 4년 총액 125억 원에 영입한 뒤 NC는 환골탈태했다.
“양의지라는 선수 한 명이 팀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느낌표로 바뀌어가고 있다. 양의지의 ‘미친 존재감’은 경기장 안에서뿐 아니라, 기록상으로도 명백히 드러난다.
양의지가 NC에 가장 크게 공헌한 대목은 ‘구멍난 포수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했다’는 점이다.
2018시즌 NC 포수진의 성적은 ‘F학점’이었다. 1군 무대에서 활약한 포수 6명 모두가 마이너스대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을 기록했다. 쉽게 말해 1군과 2군을 오가는 ‘대체선수’ 급 활약을 펼친 선수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포수 6명 중 2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지난 시즌 NC 포수 6명 WAR 총합은 –1.60이었다.
2019시즌을 앞두고 공룡군단에 합류한 양의지는 NC의 ‘포수 공백’을 완벽하게 해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살펴봐야 할 대목은 2019시즌 NC 포수진 WAR이다. 양의지가 합류한 뒤 2019시즌(9월 3일 기준) NC 포수진의 WAR 수치의 합은 5.83이다. 지난 시즌과 단순 비교했을 때, ‘NC가 포수 활약으로만 7승 이상을 더 수확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NC 포수진 WAR 5.83 중 97.5%(5.69) 지분을 양의지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포수 양의지’가 순수한 개인의 힘으로 NC가 7승을 더하는 데 기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양의지가 7월 10일부터 8월 12일까지 한 달여 간 부상 공백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는 것. 한 달 공백이 있었음에도 양의지는 놀라운 팀 공헌도를 자랑하고 있다.
NC 백업 포수들의 동반 성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타격과 수비에 걸쳐 만족스럽지 못한 활약을 펼쳤던 김형준과 정범모는 양의지가 합류한 뒤에 기량 면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1할대에 머무르던 두 포수의 타율은 올 시즌 2할 초반대로 상승했다. 특히 프로 2년차 포수 김형준은 ‘차세대 안방마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까지가 ‘포수진 활약’에만 국한된 양의지 효과의 단면이다.
안정감 있는 포수의 존재는 마운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한 야구계 관계자는 “지난 시즌 NC의 포수진은 그야말로 ‘전멸’ 상태였다. 하지만 올 시즌 양의지가 가세하면서 안방에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수는 그라운드 안에서 야전 사령관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다. 포수의 역량에 따라 투수들이 발휘할 수 있는 기량의 편차가 있다. 그런 면에서 양의지의 존재감은 NC 투수진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C 다이노스와 FA 계약 체결 당시의 양의지. 사진=연합뉴스
2013시즌 KBO리그 1군에 진입한 뒤 NC는 줄곧 탄탄한 마운드를 갖춘 팀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2018년 김태군의 군복무로 ‘포수 공백’이 발생하면서 NC 마운드의 아성은 무너졌다.
포수 공백과 함께 그간 좋은 활약을 펼치던 투수들이 집단 부진에 빠졌다. 창단 이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던 NC 투수진 평균자책은 2018년 5.50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안방 공백으로부터 촉발된 연쇄적인 부작용은 뼈아팠다.
하지만 2019시즌엔 이야기가 달라졌다. 양의지가 안방을 지키기 시작하면서, NC 투수진은 안정감을 되찾았다. 양의지 합류 이후 NC 마운드는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박진우, 구창모, 배재환, 최성영 등 영건들이 향상된 기량으로 NC 마운드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까닭이다.
올 시즌(9월 3일 기준) NC 마운드 평균자책은 4.19로 리그 5위다. 같은 기간 NC 투수진 WAR은 14.71로 리그 4위다. 지난해 NC 투수진 WAR 최종 수치가 11.15(리그 10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NC 마운드가 안정감을 되찾았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마운드가 안정된 것만으로 NC가 3승 이상을 추가 수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잔여 경기를 모두 마쳤을 때 NC 마운드의 승리 기여도 상승폭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양의지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등 4개 부문 리그 1위에 올라 있는 타자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눈부신 개인 성적은 보너스다. 9월 3일 기준 양의지는 9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4/ 출루율 0.446/ 장타율 0.582/ OPS(출루율+장타율) 1.028를 기록했다. 4개 부문 모두 리그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17홈런/ 2도루/ 56타점/ 52득점 다른 기록에도 모자람이 없다. ‘양의지 효과’란 단어가 관용어구처럼 쓰이기에 모자람이 없는 활약이다.
이처럼 ‘양의지 효과’라는 다섯 글자는 NC 구단 전력 자체를 뒤바꿔놓았다. 그 이면의 기록들은 양의지의 공헌도에 대한 구체성을 증명할 근거 자료가 되기 충분하다. 개인의 능력으로 10승의 가치를 생산한 양의지 효과가 KBO리그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어쩌면 ‘양의지 효과’는 정상급 포수가 팀 전반에 걸쳐 동반 상승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낸 모범사례로 남을지 모른다. FA 계약 이후 첫 시즌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양의지의 다음 3년이 더 큰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