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강화 앞두고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정리하면 ‘지배구조 흔들’
금산분리 규제 강화를 앞두고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서초사옥 건물 전경. 고성준 기자.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28일 서면답변을 통해 보험업감독 규정과 관련한 삼성그룹 특혜 의혹에 대해 “금융위 감독규정 개정만으로 미이행 시 의무사항을 규율하는 것이 부적합하며 입법으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미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보인 입장처럼 금융위 감독규정 개정보다 국회 입법이 우선임을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는 관련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논의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에 관한 법률로서 주 타깃은 삼성그룹이다. 현행 규정으로 혜택을 보는 곳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곳뿐이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유지되는 비정상을 정상화할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된 모든 삼성생명법의 종결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계산시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시가)으로 변경하고, 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총 자산의 3%) 초과분을 매각토록 하고 있지만 증권, 은행 등 타 금융업권과 달리 자산운용비율 산정시 총자산을 취득원가에 기준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오너 일가가 지분 33%가량 보유한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을 각각 19.3%, 5% 보유하고 있다. 또 두 회사는 각각 금융계열사와 전자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8.5%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이 지분 15%를 보유 중인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지분구조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장부가액은 각각 23조 8850억 원, 4조 1737억 원 규모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삼성그룹은 삼성생명(보통주 8.51%)과 삼성화재(보통주 1.49%)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상당수를 매각해야 한다. 지난 6월 기준 삼성생명(301조 4991억)과 삼성화재(83조 3730억 원)의 자산총계를 대입하면 두 회사는 각각 9조 449억 원, 2조 5011억 원 규모의 주식만 소유하고 나머지 지분을 모두 털어내야 한다.
그러나 이 지분을 털어낼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두 회사의 지분이 급격하게 감소해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지배구조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이들 회사가 매각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해야 하지만, 워낙 규모가 큰 데다 여러 현안에 맞닥뜨린 현재로서는 이 같은 결단이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이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무작정 팔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물량이 워낙 많은 데다 블록딜로 대량매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또한 금액이 워낙 커서 처리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삼성그룹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시행 중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에 ‘집중위험’이 포함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 삼성그룹은 지난 6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그룹별 자본규제 영향 시뮬레이션’에서 통합 자본적정성 비율이 220.5%로 권고수준인 100%를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이는 중복자본과 전이위험만 반영해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집중위험을 포함할 경우 135%까지 하락한다. 금융당국의 발표 이후 ‘삼성 봐주기’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은 집중위험 포함과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그룹감독법안과 연계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대기업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사실 금융당국의 규제가 대부분 삼성 위주로 이뤄진다”며 “금융그룹통합감독 역시 7대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삼성의 금융계열사를 위주로 진행되는 만큼 추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등을 지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오랫동안 회자된 삼성증권·카드 매각설은 지금…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1조 992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9695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났고, 삼성화재도 지난해 9184억 원에서 올해 59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확 줄었다. 삼성증권은 3119억 원에서 2835억 원, 삼성카드는 2664억 원에서 2432억 원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진이 원인이 됐던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매각설은 실적 부진이 심화된 최근 오히려 잠잠하다. 롯데카드 매각 이후 삼성카드 매각설이 잠깐 돌았지만 최근에는 쏙 들어갔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한창 빅딜을 진행하던 2015년께부터 올해 7월까지 계속해서 매각설이 나왔지만 웬일인지 현재는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모두 별다른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삼성그룹 보험회사들의 실적 악화를 그 이유로 꼽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워낙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그나마 뒷받침해주는 다른 금융계열사를 쉽사리 정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본격적인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는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금융지주와 딜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현재는 조용해졌다”며 “금리 하락기에는 가뜩이나 보험 부문은 쥐약인데,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수익성 악화로 금융그룹 차원에서 비교적 수익을 잘 내는 증권사나 카드사를 내보내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