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확대 가능성’ 사모펀드 의혹에 화력 집중…패스트트랙 사건 받아 야권 견제 카드도 확보
평소 서초동이 돌아가는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한 변호사조차 이렇게 물을 정도다. 그만큼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매일 신문을 꼼꼼히 보지 않으면 흐름을 알기 힘들 만큼, 의혹도 많고 검찰 수사 방향도 여러 갈래다. 하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처벌이 가능한 사안(조국 장관 딸 증명서 위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조국 장관 일가 사모펀드 관련) ▲수사 가능성이 있는 기타 의혹(웅동학원 및 친인척 수상한 거래, 청문회 위증 등) 정도다.
앞서 언급한 사안들은 성격이 사뭇 다르다. 검찰 시각에서 보자.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안은 조국 장관의 딸 논문 및 증명서 위조 혐의다. 그럼에도 검찰이 사력을 다해 수사하려는 건은 사모펀드다. 조국 장관의 가족(부인)이 이미 기소된 위조 혐의는, 조국 장관의 관여 입증까지 넘어야 할 단계가 많고 죄목에 따른 처벌도 비교적 약하다.
하지만 사모펀드 이슈는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폭발력이 클 수 있다는 게 특수통 검사들의 진단이다. ‘미공개 정보와 부정한 청탁’이 결부됐을 경우 등장인물에 따라 게이트로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외 조국 장관의 후보자 때 국회 청문회 위증 논란 등, 새롭게 처벌 여지가 있는 의혹들 정도다.
특수부들이 수사에 착수할 때는 ▲기소가 확실한 혐의 ▲수사하면 나올 수 있을 혐의로 나눠 접근한다. 특수통 윤석열 총장의 수사 개시 판단은 이미 ‘확실한 기소 카드’에서 비롯됐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조국 장관 청문회 당일, 소환 없이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는 자신감도 보여줬다. 법원 역시 다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각종 영장은 잇따라 기각하면서도, 조국 장관 관련 영장은 대부분 발부를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정황이 확실하다’는 게 검찰 내 평. 이제는 ‘상관(장관)’을 수사하게 된 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판단 하에,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올 4월 말 검찰 개혁 법안의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고소 고발된 사건도 넘겨받았다. 서초동(검찰) 권력이, 여의도(국회)와 청와대가 주도해 온 흐름에 갑자기 등장한 모양새가 됐다. 이제 검찰은 여권도, 야권도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박은숙 기자
# 처벌 가능한 카드 ‘사문서 위조’
제대로 링 위로 올라가야 할 만큼, 검찰은 물러설 곳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고, 검찰은 청와대와 소통 없이 수사를 개시한 ‘책임’을 져야 한다. 성과가 미진할 경우 ‘청와대 인사 개입’이라는 비판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조국 장관 관련 의혹은 ▲사모펀드 ▲딸 입시 비리 ▲웅동학원 및 기타 등 크게 3가지다.
가장 속도가 붙은 영역은 검찰은 딸 입시 비리 관련 문제. 이미 검찰은 9월 6일 조 장관의 국회 청문회 당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때 확보한 아내 정경심 교수의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동양대 측으로부터 “딸 조 아무개 씨에게 발급된 추천서는 학교 측 서류가 아니”라는 설명과 자료 등을 확보했다.
정 교수는 “어떤 경로로 총장 직인 파일이 저장됐는지 진위나 경위를 알지 못한다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직원들로부터 여러 파일을 받았는데 그 파일들 중 일부가 PC에 저장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해명했지만, 검찰은 정 교수 소환 없이 기소할 만큼 확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명운을 걸고 하는 수사라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딸 입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알지 못한다’는 입장으로 갈음해 왔지만, 수사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영외고에 재학 중이던 조 장관의 딸이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했는데, 당시 센터장은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였다. 고등학생을 인턴으로 뽑는 공고가 없었기 때문에 동료 교수와의 친분으로 비공식적으로 인턴을 받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딸 조 씨를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장영표 단국대 교수의 아들 장 아무개 씨도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턴 품앗이’ 의혹까지 불거졌다. 장 씨는 최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서울대에서 인턴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허위 인턴’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들 간 품앗이가 의심 가는 정황인데, 조국 장관이 교수로 있는 서울대인 만큼 언제든 수사가 조 장관을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를 고발할 계획이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이종현 기자
# ‘정보 거래’ 있었으면 최소 ‘게이트’ 열릴 사모펀드
아직 수사 초기지만, 검찰이 더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조국 장관 부부와 자녀, 처남 등으로 투자자가 이뤄진 사모펀드(코링크PE), 일명 조국 펀드 의혹이다. 검찰은 최근 사모펀드 관계자를 연일 소환하며 집중 조사를 벌였고 이상훈 코링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와 웰스씨앤티 최 아무개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코링크PE 역시 조국 장관 아내가 깊숙이 연결돼 있다. 코링크PE가 ‘블루코어밸류업1호´를 통해 2017년 11월, WFM(더블유에프엠)을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코링크PE가 WFM을 인수한 후 고문료 명목 등으로 매달 200만 원가량을 고문료 명분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사모펀드 개념도 잘 몰랐다.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모른다”고 청문회 등에서 해명했지만, 아내가 ‘고문료를 받는 것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코링크PE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사모펀드 자체에 대한 문제로, 정 교수가 이를 구체적으로 알고 개입했다면 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코링크PE가 펀드 규모를 부풀리기 위해 정 교수 측과 이면계약을 맺은 것이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조국 장관이 ‘미공개 정보’를 건넸거나, 관급 공사를 따내는데 개입했다면 수사는 게이트로 확대될 수도 있다. 실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와 투자자문 위임 계약을 약정한 한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2월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Wi-fi) 사업 계약을 체결했는데 체결 후 1년 2개월 뒤 사업이 철회된 이유는 해당 업체가 관련 사업 면허가 없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조국 장관 일가가 코링크PE를 통해 최대주주가 된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인 웰스씨앤티는 코링크PE 인수 후 각종 관급공사를 수주했다. 조 후보자 가족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직접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 특수통 검사는 “사문서 위조는 잘못된 모성애와 부성애가 빚어낸 작지만 확실한 범죄라면, 사모펀드 관련 이슈는 등장하는 인물에 따라 여권 정치인들까지 확대되는 게이트가 될 수 있다”며 “관급 공사 수주 정보를 건네준다든지, 특혜를 요청하는 등 조국 당시 민정수석 자격으로 개입했다면 직권남용 등 죄명이 다양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초동 대검찰청 검찰 로고. 임준선 기자
# 웅동학원, 위증 등 그 외에도 의혹 수두룩
그 외에도 조 장관을 겨눈 의혹은 산적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의 일가를 둘러싼 의혹 관련, 조 장관 동생의 전처 조 아무개 씨의 주거지를 10일 압수수색했다. 조 씨는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전 남편으로부터 넘겨받은 채권을 근거로 조 장관의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던 웅동학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이혼하고 채권양도계약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장관과 부인 정경심 씨와의 수상한 거래도 있다. 조 장관 부부는 주택 3채를 실소유하고 있었는데,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조 씨의 명의로 2채를 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씨는 2014년 12월 부산 해운대 우성빌라를 2억 7000만 원에 매입했는데, 같은 날 조 장관 부인 정경심 씨는 경남선경아파트를 같은 가격에 전세로 내줬다. 그리고 조 씨는 2017년 11월 이 아파트를 정 씨에게서 3억 9000만 원에 매입했다. 조 장관 측이 매입대금을 대신 내주고 명의신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수사에 나선 것이다.
위증 의혹도 제기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인사청문회 당시 딸 출생신고를 자신의 부친이 했다는 발언했는데,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딸 조 씨의 출생신고는 아버지인 조 장관이 직접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한 것. 곽상도 의원이 확보한 자료는 딸 조 씨가 지난 2011년 KIST에 인턴십 허가를 신청하면서 낸 기본증명서인데, 여기에는 조 씨의 출생장소로 ‘부산직할시 남구 남전동’, 신고인은 ‘부’(父)로 기재돼 있다. 특히 신청인 성명란에는 ‘조국’이라고 적혀 있어, 조 장관이 직접 딸 기본증명서 발급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위증에 따른 처벌 가능성도 거론된다.
# 사뭇 분위기 달라진 법원, 영장 발부도 척척
검찰 수사를 ‘영장’을 통해 통제 가능한 법원. 그런데 최근 법원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조 장관 관련 각종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비교적 쉽게 나온다고 한다. 법원이 아닌, 검찰에서 나오는 반응일 정도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다른 형사부나 특수부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쉽지 않은데 유독 조국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영장 발부가 잘 나온다고 들었다”며 “그만큼 수사팀이 포착한 의혹과 관련 첩보, 진술들이 구체적이라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조국 장관의 후보자 임명 직후 언론 제기 의혹들에 대해 확보할 수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구해놨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법원 역시 현재 검찰 수사 흐름을 감안해 사건을 배당했다.
앞서 법원은 사문서 위조로 기소된 부인 정경심 교수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판사 3명이 참여하는 서울중앙지법 재정합의부에 배당했다. 보통 사문서 위조는 원래 판사 1명의 단독 재판부가 맡는 게 보통이지만 향후 추가로 기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판단이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물론, 서울중앙지법도 언론 보도를 보면서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의 진행 경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기소될 규모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여야 밸런스 잡나…야권 견제할 카드도 확보한 검
조국 장관이 취임하면서, 청와대와 여당과 한판 붙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게 된 검찰은 이미 이를 타개할 카드도 확보한 모양새다. 올 4월 말 검찰 개혁 법안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고소 고발된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았다.
선거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며 정개특위 회의장 앞에서 구호 외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박은숙 기자
사건을 담당할 곳은 서울남부지검. 서울남부지검은 8월 22일 경찰과 협의해 9월 10일까지 사건을 넘겨받기로 했다. 송치 배경은 조 장관과 무관하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은 여당과 야당을 모두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한 셈이다.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로 여권으로부터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이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수사하는 방향으로 ‘좌우 밸런스 잡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패스트트랙 사건의 피고발인은 총 121명인데, 이 가운데 피고발인 국회의원은 모두 109명이고 한국당은 절반(59명)이 넘는다. 한국당 소속 의원 31명은 이미 세 차례 경찰 출석 통보를 받고도 응하지 않아,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국 장관 부인처럼, 수사 없이 기소하는 방법도 검찰이 활용할 수 있는 패다.
앞선 특수통 검사는 “정치인 관련 특수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좌우 가리지 않고 수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윤석열 총장 입장에서 패스트트랙 수사 카드는 검찰 영향력을 여의도에 확대함과 동시에 ‘한 쪽만 잡는다’는 여론과 정치권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래 정치권이 부패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검찰 권력은 그 존재감과 힘이 세졌다”며 “지금 흐름은 윤석열 총장이 전격 압수수색으로 만들어낸 부분도 있지만, 그 배경에 담긴 정치권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라는 측면을 주목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