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현대차·통신 3사 주력사업 협력 활발…“기득권 무너지고 기술 융합 가속화될 것”
모빌리티 신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의 이합집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카카오모빌리티 미디어데이에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가장 최근 손을 잡은 기업은 카카오모빌리티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의 5G네트워크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플랫폼을 활용한 협력을 알리며 ‘미래 모빌리티 동맹군’을 선언했다. 양사는 9월 중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차별화된 미래 스마트 교통서비스 발굴에 나선다. 앞서 지난 4월에는 KT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커넥티드카 서비스 관련 협력을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와 KT가 각자 다른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키로 하면서 SK텔레콤은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됐다. SK텔레콤은 T맵 플랫폼을 통해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모빌리티 분야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맞서고 있다. SK텔레콤은 T맵택시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와 경쟁하고 있으며, 카카오T주차를 겨냥해 T맵주차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T맵택시는 지난해 카풀서비스를 둘러싸고 카카오택시와 택시업계가 극심한 갈등을 빚는 사이 카카오택시를 따라잡았다.
SK텔레콤과 카카오모빌리티로 양분된 모빌리티 시장에서 LG유플러스와 KT가 카카오에 합세한 상황이지만, 이들의 협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통신사들이 최근 5G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서비스 등 신사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데다 통신 3사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 통신 3사의 경쟁구도가 강해 사안에 따라 이합집산이 뚜렷하다”며 “얼마 전까지 유료방송과 관련해 LG유플러스의 기업결합에 대해 나머지 두 통신사가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고, 과거에는 SK텔레콤의 인수합병에 대해 두 통신사가 견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와 KT는 과거 각자 ‘U+내비’와 ‘KT내비‘를 통해 지도·내비게이션 서비스에 나선 바 있다. 후발주자로서 입지를 다지지 못한 두 통신사는 T맵을 견제하기 위해 2017년 각사의 기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통합해 ‘원내비’를 출시했다. 그러나 원내비는 부진한 성장세를 보였고, 결국 LG유플러스는 이번에 카카오모빌리티와 동맹군을 선언하며 원내비에서 손을 뗐다. 사실상 자체적인 지도·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접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원내비는 당시 내비게이션 사업을 잘하던 KT와 손을 잡은 것이고, 이번에는 사실상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내비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해나갈 것이란 계획”이라며 “원내비에서 당장 손을 뗀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원내비 서비스는 앞으로 KT가 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T는 여전히 지도·내비게이션 사업을 영위해나갈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SK텔레콤도 각자의 지도·내비게이션서비스를 활용해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한 바 있다. KT는 지난 5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내비게이션 플랫폼 원내비를 통해 그룹 주행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KT 원내비 관계자는 “원내비는 통합 브랜드를 각자 운영하는 것이었던 만큼 LG유플러스가 완전히 손을 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LG유플러스는 원내비 추가 모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KT는 원내비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스마트 모빌리티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카카오모빌리티, 통신 3사와 모두 다방면에서 손을 잡고 있다.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완성차에 탑재하거나 현대차가 개발한 모빌리티 플랫폼에 통신사의 IoT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지난 6월 기아차 K7프리미어에 SK텔레콤과 KT의 IoT서비스 ‘카투홈’ 서비스를 탑재했으며 현대차의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 ‘제트(ZET)’에는 LG유플러스의 IoT기술을 접목했다.
지난해부터 그랩, 레브 등 다수 해외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던 현대차가 올해 국내 공유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국내 차량공유 시장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 택시 기반 플랫폼 ‘마카롱택시’를 운영 중인 KST모빌리티에 50억 원을 투자하고 협력할 계획을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2017년 국내 카풀 스타트업 럭시에 투자했다가 택시업계의 반발과 규제 등의 문제로 6개월 만에 카카오모빌리티에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현대차가 향후 ‘마카롱택시’를 앞세워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와 경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대형 택시 브랜드 ‘라이언택시’ 출시를 앞두고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하는 등 택시 플랫폼 사업에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국내외 다수 모빌리티 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마카롱택시도 전략적 투자일 뿐 현대차가 직접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트랜드가 차량소유에서 차량공유로 바뀌는 만큼 앞으로 완성차 기업도 공유차 플랫폼에 차량을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현대차는 이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투자 및 협력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모빌리티 사업을 둘러싸고 기업 간 합종연횡과 이종 간 결합 등 이합집산이 굉장히 복합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반증”이라며 “자율주행차량, 공유 모빌리티 등이 섞이는 융합모델로 나아가는 상황이라 130년간 자동차 제작사가 기득권을 쥐었던 부분이 무너지고 변화에 따라 융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잘나가는 ‘공유형 전동킥보드’ 제동 걸리나 최근 서울시 강남구를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퍼지고 있다. 킥고잉, 씽씽, 고고씽 등 지난 18일 기준 앱스토어에만 15개 이상 킥보드 공유 플랫폼 앱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이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가 직접 전동킥보드 공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에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중소 스타트업 기업들이 뛰어드는 만큼 이들 기업과 협력하고 상생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전동킥보드와 관련해 아직 안전규제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이 먼저 급격하게 형성된 탓에 사고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 ‘킥라니’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18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는 500여 건에 달하고,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상해를 입었다. 올해 1~5월 접수된 사고만 123건이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전동킥보드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전 문제가 심각한 우려를 낳자 사업 운영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계도 안전규제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동킥보드 안전 규정 등을 포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017년 6월 발의됐지만 2년이 넘도록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전기자전거에 준해서 전동킥보드를 허용하도록 돼 있다”며 “이해관계자 합의와 주행안전기준까지 나와 있는데 이 법만 국회에서 통과되면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