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침체에 매각이냐 치킨 게임에서 버티느냐 기로
지난 16일 LCC업체 이스타항공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스타항공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상황별·분야별 위기극복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에어부산,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도 올해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LCC업체들의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수익 노선 부진과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외 손실 확대 등으로 성수기가 무색한 3분기 실적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 LCC업체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 됐을 때를 대비한다는 취지로 지금부터 각 사들이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항공업에는 침체기와 상승기의 패턴이 있는데 지금은 그동안 겪었던 침체기보다 타격이 크고 길어질 것 같아 일단 버티기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애경그룹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기에 애경그룹이 인수에 성공한 후 기대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LCC업계 침체가 장기화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 5989억 원, 부채비율도 659.51%에 달한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에어서울이나 에어부산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의 LCC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단거리 노선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아시아나항공처럼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항공사는 장거리 노선으로 극복하면 되지만 LCC는 대체할 노선이 별로 없다”며 “그나마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을 잡고 있지만 에어서울은 인천공항에서 타 항공사와 경쟁해야 하고 일본행 비중이 높아 현재로는 힘들다”고 전했다.
반대로 애경그룹이 에어서울·에어부산을 유지하고 불황을 버티면 LCC업계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른 LCC업체가 경영위기를 겪을 때까지 기다리는 이른바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으면 자연스럽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이번 불황을 기점으로 점유율 격차가 확대되고 재무구조 건전성의 차이에 따라 성장성 차별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특히 현금흐름 악화를 견디기 쉽지 않은 하위 항공사를 중심으로 2019년 말~2020년쯤 의미 있는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른 LCC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여러 항공사들의 치킨게임이 계속되면서 우후죽순처럼 항공사들이 하나로 합쳐진 역사적 사례가 있다”며 “특히 한국은 영토에 비해 LCC가 많다”고 전했다.
LCC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애경그룹 입장에서 LCC들간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LCC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애경그룹 입장에서 LCC들간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는 적지 않다. 항공기 기체가 많으면 기름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등 원가 경쟁에 효율적이다. 또 노선을 조율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시간대의 노선전략을 짜고, 현지 인원을 공유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에어서울·에어부산과 관련해선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인수 전략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 언급하기가 애매하다”고 전했다.
애경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이 인수 성패와 인수 후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경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비해 자금력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AK홀딩스, 애경산업, 애경유화 등 애경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줄었다. 이에 애경그룹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축적한 경영 노하우와 제주항공의 경쟁력을 자산으로 다수의 신뢰도 높은 재무적투자자(FI)와 성공적인 인수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우려가 되는 부분은) 실사 과정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FI와 협의를 하는 중이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제주항공 항공료 인상 앞과 뒤 지난 24일 제주항공이 제주를 기점으로 한 국내선의 항공료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항공은 주중 기준 김포-제주선을 6만 5000원에서 7만 원, 부산-제주선을 6만 원에서 6만 5000원으로 인상하는 등 항공료를 평균 7.5% 인상했다. 제주항공은 2005년 맺은 협약으로 항공료를 인상하려면 제주도와 협의를 해야 한다. 앞서 지난 7월 말~8월 초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등 일부 저비용항공사(LCC)가 항공료를 인상했지만 제주항공은 제주도와 협의를 거치다보니 이들보다 인상 시기가 늦은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2분기 영업손실 274억 원을 거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항공료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은 2017년 항공료 인상과 관련해 소송까지 진행했지만 법원은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에는 큰 논란 없이 협의에 성공해 항공료를 인상할 수 있었지만 향후 가격 인상을 시도할 때 얼마든지 진통이 생길 수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협의가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2017년 이후로 계속 협의에 실패하면 문제지만 이번에는 별 문제없이 협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