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규 한체대 총장 선거운동 도운 인물이라 청와대 인선 과정 ‘보이지 않는 손’ 의혹
교육계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 라인은 9월 21일에서 24일 사이 한체대 교수 5~6명에게 전화를 걸어 운동건강관리학과 소속 A 교수 관련 세평 조사를 마쳤다. 세평 조사란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 때 후보자의 주변인에게 후보자 평판을 알아보는 과정을 뜻한다.
이를 두고 교육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익명을 원한 한 교육계 인사는 “A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 관련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 안용규 한체대 총장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청와대와 연결되는 줄을 이용해 체육계 일선으로 나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A 교수는 논문 관련 문제로 여러 번 도마에 올랐던 인물이다. A 교수는 실제 참여하지 않은 연구에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리는 방법으로 연구비를 수령한 바 있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10년 A 교수는 교수 2명과 함께 배드민턴 요통 치료 관련 연구를 하겠다며 연구비 1250만 원을 타냈다.
세 사람은 각각 350만 원씩 연구비를 수령한 뒤 연구결과를 정리해 2012년 한국스포츠학회지에 논문을 냈다. 하지만 이 논문은 2009년 A 교수의 지도로 통과된 한 박사생 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전에 나온 제자의 논문을 베낀 뒤 두 논문이 서로 다른 연구인 것처럼 위장하려 연구대상자와 연구방법 등을 조작했다.
A 교수 연구실에서 논문 표절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대전 한 사립대학에 재직 중인 C 교수의 석사 논문과 지난해까지 한체대 학술연구교수였던 D 씨의 2010년 석사 학위 논문에는 각각 2007년 한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승섭 박사의 논문과 2009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엄현섭 건양대 스포츠의학과 교수의 논문과 동일한 실험 결과가 쪼개져 담겼다. C 교수와 D 씨의 논문 모두 A 교수의 지도 아래 발생했다. 그 외에도 A 교수의 지도를 받아 작성된 논문 4편은 현재 표절 시비가 걸려 있다(관련기사 한체대 ‘논문 갈이’ 벌어진 연구실에서 논문 표절 정황 추가 포착).
더 큰 문제는 C 교수와 D 씨가 표절 등의 학위 논문 문제가 제기되자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제출된 학위 논문을 새로운 논문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논문 바꿔치기가 이뤄진 셈이었다. 논문 바꿔치기란 이미 학위를 받은 논문을 새 논문으로 바꿔치는 방법을 말한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에 제출된 논문을 교체하려면 공문 형태의 논문 교체 신청서가 필수다. 논문 교체 신청서에는 지도 교수의 직인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A 교수가 이 내용을 이미 알면서도 승인했다는 정황인 셈이다(관련기사 정치인이 따라할라…표절 완벽히 감춘 ‘논문갈이’ 실체).
이와 같이 큰 결함이 있는 인사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용되는 과정에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체육계에는 또 다시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언급했듯 A 교수는 안용규 한체대 총장의 선거운동을 7년에 걸쳐 해 온 사람이다. 안 총장은 2012년 제6대 총장 선거 때 추문 등의 이유로 총장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교육부의 임명 제청과 청와대 인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총장이 됐고 총장 인준에 앞서 김한수 배재대 부총장과 함께 식사를 해 물의를 빚었다. 김 부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손아래 동서다(관련기사 대통령 동서 행보에 시끄러운 교육계…한체대 총장 인준에 쏠리는 눈).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화체육관광부 고위층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쪽에서 이번 문화체육 행정관 인사를 두고 거듭 만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