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구속영장 재청구 검토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해준 법원이 결정적인 순간에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명재권 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를 △주요 범죄(배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뤄진 점 △배임수재 부분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 조사 등 수사 경과와 피의자 건강, 범죄 전력을 참착한 결과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이라고 밝혔다.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당시의 조 국 동생 조 아무개 씨. 사진=박정훈 기자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는 법원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의 중대성은 물론이고 이미 핵심 혐의를 인정하고 영장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혐의 입증이 충분히 됐다”면서 “조 씨에게 돈을 전달한 종범 2명이 이미 구속된 데다 자신의 비리에 연루된 이들에게 관련 증거를 없애라고 지시하는 등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위(증거인멸 교사)도 있었음에 비춰 볼 때 구속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다툼의 여지가 없을 만큼 혐의가 입증됐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조 씨 혐의에 증거인멸 교사가 들어가 있는 등 구속영장 발부 사유인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이 무난한 구속영장 발부를 기대했을 것이라는 것.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씨가 영장실질심사까지 포기하면서 검찰은 영장발부를 더욱 확신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영장실질심사 포기는 구속을 받아들인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되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이번 영장기각은 다소 이례적인데 아무래도 법원이 증거인멸과 연관된 배임수재 혐의를 별건수사로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아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의 구속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의 기소 내용을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첫 의견 표시라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구속영장 기각 과정에서 명재권 판사는 웅동학원 허위소송을 둘러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다른 혐의인 웅동학원 교사 채용 지원자들에게 뒷돈을 받은 사실(배임수재 혐의)은 조 씨도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고 봤다. 검찰이 “혐의 입증이 충분히 됐다”는 입장인데 반해 법원은 웅동학원 허위소송 관련 혐의를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조 씨 관련 핵심 사안은 웅동학원 허위소송과 관련된 검찰의 기소 내용이 생각보다 탄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월 8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국민과 검찰이 함께하는 검찰개혁 추진 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는 △웅동학원 △사모펀드 △입시부정 등 세 가지 줄기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첫 번째 핵심 사안인 웅동학원 관련 혐의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 물론 교사 채용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배임수재 혐의는 조 씨도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핵심 혐의와는 무관한 사안이라 ‘별건수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검찰이 우선 조 씨를 구속하기 위해 별건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며 “행여 재판에서 핵심 혐의인 웅동학원 허위소송 관련 배임 혐의는 무죄가 나오고 배임수재 혐의만 유죄가 나올 경우 검찰이 ‘부당한 별건수사’에 대한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한 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 씨의 구속영장 기각은 10월 3일과 5일, 그리고 8일까지 세 차례 소환 조사를 가진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의 구속영장 신청을 강행했지만 이번처럼 또 기각이 될 경우 검찰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검찰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