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1만 명이 단기 목표” 현재 200~400명 수준…‘너무 이른 발표’ 우려도
16일 한국노총에서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위원장(가운데) 등 회견 참가자들이 삼성전자노조 출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지난 16일, 삼성전자노조는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식적인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진윤석 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탁월한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해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며 “그들이 축제를 벌일 때 내 몸보다 납기일이 우선이었던 우리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고,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불합리한 처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고 전했다.
노동계에서는 그간 삼성이 회사 차원에서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11일 검찰은 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강 부사장은 2011년 6월~2018년 3월 삼성 미래전략실 노사전략을 토대로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노조 간부들을 미행해 비위를 수집한 후 해고하는 등 에버랜드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사측에서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찾아갔다”며 “당사자는 가족을 리조트로 피신시키기도 했지만 결국 제대로 된 노조 설립에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한국노총 소속 삼성전자노조가 설립 총회를 개최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박정훈 기자
현재 삼성전자에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 외에도 3개 노조가 더 있다. 그렇지만 3개 중 2개 노조는 조합원 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나머지 1개 노조 조합원도 30명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급단체도 없다. 반면 이번 노조는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산하로 편입됐다.
앞의 노동계 관계자는 “3개 노조는 그들이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것 때문에 항의 차원에서 노조를 만들었다고 들었다”며 “삼성전자는 이들 노조가 확장력이 없다고 판단해 그냥 놔두는 듯하다”고 전했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그간 노동계의 영원한 숙제인 삼성전자노조 설립을 위해 다양한 경로로 설립 의지를 가진 사람을 찾아다녔다”며 “2018년에는 포스코노조 설립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삼성전자에 집중해 노조 설립에 이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설립된 삼성전자노조는 거대 조직인 한국노총 소속인만큼 타 노조와의 지원도 예상된다. 이장호 SK하이닉스 이천노조 위원장은 “서로 연대하고 정보도 교환하면서 거대자본과 함께 싸워나가야 우리 전체가 살 수 있다”며 “삼성전자노조가 종국에는 10만 노조로 성장해서 삼성전자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선봉장이 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삼성전자노조 설립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노동단체와 시민단체에서도 삼성전자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지만 삼성의 정보망을 피해 노조 설립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다. 노동계 다른 관계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할 것 없이 문의가 들어왔지만 삼성전자에서는 통제를 굉장히 잘했다”며 “주로 돈으로 해결했는데 그러다보니 삼성전자에서 불이익을 받은 사람들이 노조를 협상 수단으로 쓰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놓고 내부에서 많은 얘기를 했다”며 “비교를 한 끝에 투표를 통해서 한국노총을 상위단체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내에서는 한국노총이 공식적으로 노조 설립을 발표한 것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노총 내 한 인사는 “삼성처럼 통제가 강한 기업에서는 초반 교육과 훈련, 조직 확대를 위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국노총이 지나치게 일찍 시작한 것 같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민주노총도 삼성전자노조 설립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노총이 그 사실을 언제 공개할 건지는 선택의 문제고, 수면 위로 드러나면 협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소속 삼성전자노조 조합원은 200~400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2018년 4월 민주노총이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 노조 파괴 규탄 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했을 때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삼성전자노조는 당분간 외연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은 대부분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이며 조합원 수는 200~400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총 직원은 10만 5767명으로 현재는 회사 규모에 비해 조합원이 많다고 할 수 없다. 노조는 향후 전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직종에 상관없이 조합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경험상 계기가 생기면 단기간에 조합원 수가 늘어날 수 있다”며 “포스코도 현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2개 노조 조합원을 합치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소수”라고 전했다.
노조 측은 외연 확장 후 사측을 상대로 대대적 움직임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측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차단하고, 금속노련 내 전자업종협의회와 연대를 통해 지원할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 전 사업장 동시다발 선전전, 홈페이지, SNS를 통한 온라인 홍보 등을 통해 조직화 사업을 전개하고, 일정 규모의 조직화 이후 삼성전자 사측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노조 관계자는 “최종 목표는 국내 삼성전자 임직원 전부를 조합원으로 만드는 것이고, 단기적인 목표는 1만 명 돌파를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사측에서 신원을 확실하게 파악한 조합원은 3명으로 알려졌다. 이 3명은 고용노동부에 설립 신고서를 제출한 사람들로 고용노동부 담당자가 삼성전자에 재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밝혀졌다. 삼성전자는 이 3명뿐 아니라 노조 설립과 관련해 회유나 압박 등 눈에 띌 만한 움직임을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 조합원은 “홍보를 위해 삼성전자 사업장 앞에 집회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일부 사업장에서는 삼성이 먼저 신고하는 소위 알박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