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후보 37명 확정, 본격 심사 돌입…KT1노조, 성명·의견서로 내부인사 선임 강조 논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KT 화재 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 사진=박은숙 기자
KT지배구조위원회에 따르면 KT 차기 회장 선임 공모의 후보는 총 37명(사외 회장후보 30명, 사내 회장후보 7명)이다. 지배구조위는 이들 후보에 대한 심층 검토 및 심사를 거쳐 후보자군을 압축, KT 회장심사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KT 내부 현직임원 중에서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본부장(사장) 등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직 임원들 중에는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전 KT IT기획실장)과 이상훈 전 ETRI 원장(전 KT 기업사업부문장), 최두환 포스코ICT 사내이사(전 KT 종합기술원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등이 올랐다. 특히 외부 인사 과거 장관급 후보로는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KT 전·현직 임원 간 경쟁에서, 정치인 출신 대 전·현직 KT 출신의 경쟁구도로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KT 안팎에서는 이들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KT노동조합(1노조)는 지난 6일 KT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1노조는 “KT CEO(최고경영자)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해야 하며, 무엇보다 종사원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며 “정치권 로비를 통해 CEO가 되려는 자와, CEO직을 경력관리와 치부수단으로 생각하는 낙하산 인사는 결단코 거부한다. 국민기업 KT에 애정과 이해가 높은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가 선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노조 측은 “지배구조위원회와 이사회가 더 이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KT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자신들에 부여된 소명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1노조는 자신들의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KT 지배구조위원회에 제출하고, 노조 집행부 관계자가 위원회에 들어가 설명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견서에는 “KT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높은 전·현직 KT 출신이 외부인사보다 적합하다. 특히 현직을 우선으로 CEO 내부 승계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KT도 포스코와 같이 내부인재가 중용되는 지배구조의 확립이 시급하다. 위원들의 의지와 신념이 중요하며 지금부터 관행으로 정착이 필요하다”, “조합원의 99%를 대변하는 교섭대표 노조와 상생의 노사관계를 잘 정립하고, 이를 대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1노조의 의견을 경청하고 경영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KT1노조가 사실상 회사 내부인사가 차기 회장에 선정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재 “후보에 오른 KT 내부인사들은 황창규 회장의 측근으로,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하며, 반대의사를 밝히는 KT새노조(위원장 오주헌)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반면 황창규 회장 및 현 경영진의 입장과는 맞닿아 있다. 앞서 황창규 회장은 “차기 CEO를 내부에서 발탁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등의 발언으로 차기 회장 선임 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4월 “차기 대표는 KT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며 “(차기 CEO 선임 절차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빌딩. 사진=고성준 기자
KT 고위 관계자는 “1노조가 그동안 불법정치자금, 경영고문 불법 위촉, 계열사 부당노동행위, 채용비리 등 KT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성명서를 낸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그런데 차기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성명서와 의견서를 내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누구에게 실익이 가는 내용인지 파악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KT 사측과 1노조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KT 관계자는 “1노조를 통해 지배구조위원회를 압박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1노조와 의견이 완전히 같지도 않다. 황 회장과 경영진은 내부·외부인사 관계없이 KT를 잘 이끌 인사가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KT1노조 관계자 역시 “노조가 경영진과 의견을 모아 차기회장 선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노조가 지배구조위원회에 압박을 가한다고 해도 압박 받겠느냐. 그저 노조의 입장을 전달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차기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지배구조위원회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이 미치고 있을까. 지배구조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는 공정성·투명성을 강조해 선임하려는데 이런 식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간섭을 하려는 것 같다”며 “만약 황창규 회장이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 하면 단호하게 배제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회의 다른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세우는 과정에서 노조 대표의 의견도 들었다. 또한 성명서를 통한 의견 개진도 보고를 받아 내용은 알고 있다. 외부 시선과 다르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후보자들의 접수 서류를 살펴보는 단계다. 절차와 일정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KT 내부에서는 차기회장 유력 후보군들의 평가에 대해 정리한 문서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서는 각 후보마다 형식이나 평가는 제각각이라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문서가 어디서 누가 작성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KT 차기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안팎의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