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교환 방식 통해 완전자회사 편입키로…오렌지라이프 주주 “주가 바닥치니 합병 발표”vs신한금융 “자기주식 소각 등 주주 보호”
다만 변수는 남아있다. 오렌지라이프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나 최초 인수가격에 비해 주가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주식교환 계약이 체결돼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취득 방식은 공개매수가 아닌 주식교환이라 두 회사 주주총회에서 승인이 필요하다.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은 강력 대응을 예고했고, 신한금융 측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을 취득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은 최근 주당 2만 8608원, 총 9584억 원(3350만 주)에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 40.85%를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취득하기로 했다. 앞서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59.15%를 2조 2989억 원에 인수한 것을 더하면 신한금융은 총 3조 2573억 원에 투입해 생보사 ‘빅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KB금융그룹과의 ‘리딩금융’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왕좌를 지킨 신한금융은 2017년 KB금융그룹에 일격을 당하며 1위 자리를 내줬다. 절치부심한 신한금융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은행 실적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리딩금융’ 쟁탈전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전환되고 있었던 만큼, 생명보험업계 5위 업체를 품으면서 판도를 뒤집겠다는 의지였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선전에 힘입어 1위 자리에 복귀한 신한금융은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렌지라이프 인수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KB금융그룹을 제치고 업계 1위 수성에 성공했고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 부문 이익기여도를 55% 내외로 낮추면서 은행부문의 이익 쏠림 문제도 해결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의 성장과 해외 실적에서 가시적 효과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의 완전자회사가 되면 그동안 신한생명과 함께 ‘한 지붕 두 계열사’로 운영해왔던 생명보험 사업 통합을 통해 영업조직이 확대되고 판매채널도 다양해진다. 계획대로 통합이 마무리 되면 총자산 66조 3748억 원으로 단숨에 생보업계 4위로 올라선다. 그동안 신한금융 재무제표에 보유 지분율(59%) 만큼만 반영됐던 오렌지라이프의 수익과 순손익도 100% 반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주력상품이 크게 다르고 판매 채널도 달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생명보험만 놓고 봤을 때 상대적으로 규모와 업계 영향력이 작은 KB생명과 체급 차이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도 있다.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가가 낮을 때 주식교환 계약이 체결되면서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이 반대의 배경이다.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주식 취득은 오렌지라이프 주식 1주당 신한지주 주식 0.66주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환가액은 신한지주 4만 3336원, 오렌지라이프 2만 8608원이다.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1주 당 2만 8608원에 팔거나 신한지주 주식 0.66주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교환가액은 지난 2017년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의 IPO 공모가 3만 3000원 보다 낮다. 신한금융으로 인수될 당시의 인수가(4만 7400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은 “오렌지라이프 주가가 3만 5000원 수준이던 올해 상반기에는 합병을 하지 않다가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난 시점에 합병을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경영진 등 임직원들이 신한금융 ‘인수가격(주당 4만 7400원)’을 기준으로 스톡옵션 행사를 보장 받았다는 점도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는 지난 1월 신한금융그룹 편입이 확정된 이후 당시 인수가격을 기준으로 옵션을 행사해 194억 4500만 원의 차익을 얻었다. 정 대표를 포함해 오렌지라이프 임원 22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은 총 차익은 513억 9000만 원이다.
신한금융과 오렌지라이프 간의 주식교환은 양사 주총의 승인이 필요하다. 신한금융은 주총을 갈음해 이사회 결의로 승인할 수 있지만 오렌지라이프는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렌지라이프는 내년 1월 10일 임시주총을 연다. 주식교환은 특별결의 안건으로, 상법상 특별결의는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 수의 3분의 1이상, 주총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이 의결권 34%를 확보할 경우 신한금융의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신한금융 완전자회사 편입을 두고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이 주가가 낮을 때 주식교환 계약이 체결돼 손실을 보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은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신한금융은 지난 9월 컨퍼런스콜에서 오렌지라이프의 완전자회사 편입 시기를 ‘2020년 말~ 2021년 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1년 가까이 앞당긴 셈이다.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이 떠안을 불확실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신한금융의 입장이다. 실제 보험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가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오렌지라이프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최근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주가 흐름을 낙관하기 어렵다. 주가가 현재보다 더 하락할 경우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의 손해는 올해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신한금융 측의 주장이다.
신한금융이 주식교환 계획과 동시에 자사주를 취득, 소각 일정을 함께 정한 것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 40%(9584억 원)를 취득하면서 6000억 원은 자사주로, 모자라는 주식은 신주를 발행해 조달하기로 했다. 신주가 늘어나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이를 위해 주식교환 이후 자기주식을 소각할 계획이다. 주식수 감소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소각은 자사주 매입 등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통한다”이라며 “은행권에서 주식 소각을 하는 건 신한금융이 처음이다. 나름 신선한 방식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밖에 신한금융은 신주를 내년 1월 발행하면서 오렌지라이프 주주에게 올해 연말 배당을 보장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의 외국인 주주들은 과거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이던 시절 높은 배당률을 보고 투자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배당수익률은 8.74%로 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8월에는 중간배당도 했는데, 이를 포함하면 올해 배당수익률도 약 8%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