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키움컨소시엄에 참여했던 KEB하나은행, 2차에서 토스에 참여하자 ‘원군’ 우르르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제3인터넷은행의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인가에는 가칭 토스뱅크, 소소스마트뱅크, 파밀리아스마트뱅크 3곳이 참여를 선언했다. 금융권은 토스뱅크의 독주 속에 소소스마트뱅크가 다크호스 역할을 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뱅크가 유력주자가 된 이유는 대어급 금융사들을 대거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에는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등이 참여했다. 비금융권에서는 이랜드월드, 중소기업중앙회 등 자본력 높은 투자자들이 눈에 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 사진=고성준 기자
제3인터넷은행 후보 선정 작업은 원래 올해 5월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당시 참여했던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각각 혁신성과 자본조달능력의 부족이라는 이유로 탈락하면서 2차전이 시작됐다.
키움과 토스가 눈을 돌린 곳은 정보통신(ICT)업계와 금융권이었다. 토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 벤처캐피탈(VC) 투자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자본 안정성을 보완해줄 대형 금융사와의 컨소시엄 구성에 사활을 걸었다. 대형 금융사인 신한금융그룹이 상반기 토스와 컨소시엄을 꾸렸다가 발을 빼면서 자본력이 약해진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신한금융은 토스와 함께 컨소시엄 구성을 조율했지만, 인터넷은행 운영에 대한 비전이 맞지 않아 불참을 선언했다. 신한금융 측은 “경쟁력 있는 생활서비스업체나 생활플랫폼을 보유한 ICT 기업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면 인터넷은행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토스는 신한에 막연한 기대를 거는 대신 대안을 찾아 나섰다. 토스는 가장 먼저 SC제일은행과 접촉했다.
SC제일은행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국내 영업기반을 보완할 묘책을 찾던 중 마침 찾아온 토스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다른 대형 은행들이 속속 인터넷뱅크 주요주주로 참여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에는 KB국민은행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케이뱅크는 우리은행이 최대주주가 된 상태다.
금융당국도 내심 대형 은행의 참여를 바랐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KT가 대주주가 되지 못하면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자 우리은행, DGB금융지주 등 은행권 주주들이 자금을 투입해 활로를 찾는 사례를 지켜봤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인터넷은행에 문제가 생길 경우 결국 뒤처리를 담당해줄 역할은 대형은행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야 ‘안전제일’ 아니겠느냐”면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해도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불을 끌 수 있는 은행이 있는 게 당국도 속이 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1차 예비인가 신청 당시만 해도 KEB하나은행을 우군으로 확보해 자본력은 걱정하지 않았던 키움은 ICT 기업들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였던 네이버, 인터파크, SK텔레콤, 11번가, 아프리카TV, 한국정보통신 등은 모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세븐일레븐, 무신사, 하나투어, 바디프랜드 등 ICT기업은 아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중인 다른 기업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들은 기대보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수익성이 높지 않아 보이고, 당국의 규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결국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불길한 기운이 감돌던 키움에 결정타가 날아온 것은 9월 들어서다. KEB하나은행이 인터넷은행 대신 핀테크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 KEB하나은행은 이미 SK텔레콤과 함께 ‘핀크’라는 핀테크 회사를 설립해둔 상태였고, 7월 말에는 증자까지 단행해 힘을 실어주는 중이었다. 이 때문에 ‘KEB하나은행이 키움 컨소시엄에서 이탈해 핀테크를 밀기로 했다’는 풍문이 끊이지 않았다.
소문은 반만 맞았다. KEB하나은행이 키움에서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핀테크가 아니라 토스를 밀기로 한 것이다. 키움 입장에서는 믿었던 KEB하나은행의 ‘배신’으로 최대 장점이던 자본력이 되레 취약점이 됐고, 결국 중도기권이라는 쓴잔을 들어야 했다.
SC제일은행에다 KEB하나은행까지 등에 업은 토스는 이때부터 거칠 것이 없었다. 금융권에서 한화투자증권과 웸컴저축은행이 추가로 주요주주로 참여했고,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도 각각 10%의 지분율로 2대 주주를 맡기로 했다. 흥미를 보이지 않던 ICT업계에서도 한국전자인증이 “간편 인증 서비스 개발에 협력하겠다”며 컨소시엄에 뛰어드는 등 참여를 선언하는 기업이 나왔다.
결국 KEB하나은행이 토스 쪽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구성 전쟁은 토스의 독주라는 결과로 막을 내렸다. 물론 토스가 인터넷은행 인가를 따낼지는 연말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금융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소상공인연합이 주도하는 소소스마트뱅크 역시 참여한 만큼 최종 승자가 토스라고 단언하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다”면서 “한 곳만 선정할지 두 곳을 인가할지는 알 수 없지만 IBK기업은행의 자금력에다 ‘소상공인 금융지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만큼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소소스마트뱅크도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