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샤르·안첼로티·파브르 ‘목덜미 서늘’…나폴리는 팀 내 불화까지 설상가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솔샤르 감독에게 ‘동안의 암살자’라는 별명은 이제 옛말이 됐다. 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페이스북
이제 팬들의 눈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에메리 외에도 유럽 유명 클럽 중 ‘경질 후보’로 꼽히는 이들이 있다. 이미 바이에른 뮌헨, 토트넘 홋스퍼 등은 사령탑 교체라는 칼을 빼들었다. 다음 교체 대상은 누가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두 얼굴의 사나이 솔샤르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조세 무리뉴와 결별을 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2018-2019시즌 도중 소방수로 투입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제자이자 팀의 레전드 공격수가 감독이 돼 돌아왔다. 무리뉴와 갈등을 겪었던 선수들은 ‘팀 선배’의 부임에 신바람을 냈다. 솔샤르 부임 이후 맨유는 리그에서 12경기 무패행진을 내달렸다. 그중 무승부는 단 2회였다. 이 같은 호조에 솔샤르는 ‘미생’에서 ‘완생’으로 거듭났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팀을 한시적으로 맡는 임시 감독 신분에서 3월 28일부터 3년 계약의 정식 감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솔샤르의 맨유는 마치 두 얼굴인 듯 무너졌다. 리그 잔여 일정 8경기에서 단 2승만 거두며 부진했다. 휴식기부터 팀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후인 이번 2019-2020시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2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지만 15라운드를 치른 현재 단 5승으로 부진하다. 유로파리그에서도 조 1위로 토너먼트 진출은 확정지었지만 약체 아스타나(카자흐스탄 리그 소속)에 패하는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최근 행보는 더욱 좋지 않다. 지난 10월부터 뉴캐슬, 본머스, 셰필드 유나이티드, 아스톤 빌라 등 이름값이 떨어지는 팀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다. 5일 토트넘, 8일 맨시티와 2연전이 맨유 감독 생활 지속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올 정도다. 다행히 토트넘을 상대로 2-1로 승리하며 1차 위기를 넘겼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자신의 동영상 채널을 통해 “솔샤르의 생명연장”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의 위기
이탈리아 세리에 A 나폴리의 카를로 안첼로티는 명장으로 불리는 감독 중 한 명이다. 마르셀로 리피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최다 결승 진출(4회)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우승 횟수도 공동 1위(지네딘 지단과 동률)다.
대표적인 ‘덕장’ 안첼로티 감독은 구단주와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진=나폴리 페이스북
2018-2019시즌부터 나폴리 지휘봉을 잡은 그는 첫 시즌 비록 리그 우승은 유벤투스에 내줬지만 3위와 큰 격차를 벌리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절대 1강 유벤투스를 견제할 대항마로 부각됐다. 하지만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무너졌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과 퇴장 징계 등으로 주요 선수들이 결장하기 일쑤였고 리그 상위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팀 내 불화가 일기도 했다. 리그 순위가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구단주가 선수단이 일주일간 합숙훈련을 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선수단은 물론이고 감독 안첼로티까지 부정적 의견을 내세워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불화에 경기력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은 지난 10월 24일 잘츠부르크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에서 3-2 승리를 거둔 이후 8경기째, 약 40일간 승리가 없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했던 나폴리는 현재 7위까지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곧 안첼로티 감독이 경질되거나 스스로 팀을 떠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무기력한 전술 일관하는 파브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2018-2019시즌 승점 2점 차이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놓쳤다. 리그 중반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막판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 알짜 영입으로 우승 재도전에 나섰다.
리그 라이벌 뮌헨은 감독 교체 효과로 반전을 맞이했지만 도르트문트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페이스북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막판의 무기력함을 되풀이하고 있다. 승부를 내야 하는 시점에 과감함을 보이지 못하며 무승부가 쌓여가고 있다. 13라운드까지 치른 시점에 5무승부로 리그 최다 무승부를 거둔 팀이다.
그 사이 리그 순위는 지난 시즌 2위에서 올 시즌 5위로 떨어졌다. 문제는 ‘영원한 우승 후보’ 바이에른 뮌헨도 부진한 시즌이라는 것이다. 뮌헨의 부진은 도르트문트엔 곧 기회가 된다. 이들이 예년과 같은 기록을 냈다면 분데스리가 선두를 달리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도 있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조 3위로 토너먼트 진출에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경질론이 떠오르는 상황에서 지난 11월 10일 뮌헨과 라이벌전 0-4 패배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당시 뮌헨은 팀을 부진에 빠지게 만든 니코 코바치 감독과 상호 계약해지를 하고 한스 디터 플리크 대행 체제에서 상승세에 있었다. 두 라이벌의 상반된 대처가 대조되며 파브르 감독 경질 여론이 더욱 높아졌다.
2019-2020시즌 도중 부진한 성적에 감독을 교체한 유럽 빅클럽은 뮌헨, 토트넘, 아스널이다. 뮌헨과 토트넘은 새 감독 체제에서 각각 4연승, 3연승으로 ‘감독 교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반면 에메리를 내치고 프레드릭 융베리 체제를 내세운 아스널은 1승 1패로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부진에 빠진 일부 팀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시즌은 어느덧 중반 일정을 지나고 있다. 교체 위기에 놓인 감독들이 어떻게 이를 헤쳐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