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는커녕 남부지검에 건물 올리고 합수단장실 명패까지 제작…검찰 “금융범죄 전문성 제고” 마이웨이
검찰은 2014년 서울중앙지검에 있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전했다. 왼쪽부터 당시 구자익 남부지검 사무국장, 조재연 합동수사단장, 이영렬 남부지검장, 이상호 차장, 김관정 형사5부장, 김영현 합동수사단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은 금융범죄를 중점으로 하는 검찰청이다. 그 중에서도 증권범죄합수단은 금융과 증권범죄를 조사하는 전담부서다. 증권범죄합수단은 10층짜리 남부지검 청사의 꼭대기 층에 자리잡고 있다. 현재 남부지검은 본관 옆에 6층 규모의 별관을 짓고 있다. 남부지검 홈페이지에서는 별관 신축 관련 정보는 아직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별관 청사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층별 안내 명판까지 제작됐다.
6층 규모로 지어진 남부지검 별관 건물 1층에는 수사관실, 2층에는 금융조사제2부장검사실, 3층에는 금융조사제1부장검사실, 4층은 형사제6부장검사실, 5층은 검사실, 6층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실 입주가 예정돼 있다. 별관 꼭대기 층에 증권범죄합수단장실을 마련하자 직접수사 폐지 기조에 역행하는 검찰의 마이웨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특수부 폐지 발표가 나오고, 직접수사 최소화한다고 했지만 새 건물을 올리고 심지어 합수단장실 명패까지 제작했다”며 “검찰 스스로 개혁의지가 있어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의 자체 개혁을 지시하자, 대검찰청은 하루 만에 개혁안을 내놨다. 검찰 자체 개혁안에는 특수부 대폭 축소와 외부기관 파견 검사 전원 복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검찰이 폐지하기로 한 특수부를 포함해 총 41개의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하는 직제 개편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무·검찰개혁위는 검찰의 비직제 직접수사에 대한 검찰의 개혁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특히 개혁위는 중앙지검 특수부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직접수사 축소 대상으로 콕 집어 언급했다. 특수부와 비직제 직접수사 부서 폐지를 시사한 것.
검찰의 특수부 폐지안이 발표되면서 증권범죄합수단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직접수사와 인지수사를 할 수 있는 합수단 성격상 ‘유사 특수부’로 기능할 수 있어 증권범죄합수단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권범죄합수단은 금융범죄 전담 부서다. 특정 부서가 큰 자금이 움직이는 금융범죄를 도맡아 수사하다보니 검찰과 업계의 유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근 김형준 전 증권범죄합수단장의 비리 의혹이 도마에 오르며 검찰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주춤했던 검찰개혁은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재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비직제 직접수사 부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우후죽순 신설됐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조직이 비대해지고 인지수사 쏠림현상으로 지적을 받자, 증권범죄합수단은 남부지검으로 이전하고 방산비리합수단은 방산비리수사부로 축소했다.
검찰은 특성화 영역을 개발해 수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수사 부서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능화되는 금융범죄와 주가조작 실태를 고려하면 수사역량의 제고는 절실하다. 하지만 특별한 직제를 만든다고 해서 검사의 수사 역량이 높아지기는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고발한 범죄의 기소율을 살펴보면 수사역량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증권범죄합수단 설립 직후인 2014년 85.4%였던 기소율은 2018년 68%로까지 떨어졌다. 금감원이 조사한 자료를 받아 수사한 검찰이 10건 중 3건은 기소를 하지 않는 셈이다.
증권범죄합수단에서는 금감원 금융위 등에서 고발한 사건, 피해자가 직접 고소한 사건 등을 주로 맡는다. 이처럼 금융당국에서 고발한 건을 주로 수사하는데 굳이 특별 직제로 합수단을 유지할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것.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범죄는 전문가가 봐도 복잡하고 어렵다. 금융당국이 수상한 거래를 포착해도, 공범자들의 공모과정 돈거래 내역 등이 나와야 혐의를 구체화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에서는 통신이나 계좌조회가 불가능해 범죄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그 단계를 이제 검찰이 맡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부 폐지와 더불어 급물살을 타던 직접수사 축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임으로 주춤했다. 멈춰있던 개혁은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며 다시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추미애 후보자는 그동안 검찰개혁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밝힌 적은 없다. 장관에 내정된 후에도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뒤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추 후보자는 판사로 일하던 시절에도 강한 원칙적 소신을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