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 최고 투수 3인이 애틀랜타 한 팀에…‘명예의 전당’에도 압도적 지지로 입성
역대 최강의 트로이카로 불리는 톰 글래빈, 존 스몰츠, 그렉 매덕스(왼쪽부터). 이들은 10년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함께 활약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는 실제로 그런 행운을 누린 팀이 존재했다.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존 스몰츠가 역사상 최강의 선발 트로이카를 이뤘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매덕스, 글래빈, 스몰츠는 1993~2002년 10년간 애틀랜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1980년대까지 약팀으로 분류되던 애틀랜타가 1990년대 들어 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한 비결이다. 이 셋을 모두 보유하고 있던 10년간, 애틀랜타는 선수 노조 파업으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았던 1994년을 제외하고 매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에도 두 차례 올랐고, 1995년엔 월드시리즈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10년 가운데 세 투수가 모두 선발로 뛴 시즌은 1992~1999년, 7년이다. 스몰츠는 2000년부터 마무리로 전환했다. 그 7년간 세 투수가 선발로 쌓아 올린 승수는 도합 340승. 매덕스가 126승, 글래빈이 114승, 스몰츠가 100승을 각각 해냈다. 특히 매덕스는 7시즌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뛴 모든 투수를 통틀어 다승과 평균자책점, 투구 이닝(1626⅔이닝) 1위에 올랐다. 글래빈과 스몰츠의 성적도 엄청났다. 글래빈은 7년간 154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23의 성적을 올렸고, 스몰츠도 1434⅔이닝을 투구하면서 평균자책점 3.24를 남겼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도 7시즌 가운데 다섯 차례나 이들이 나눠 가졌다. 1993~1995년 매덕스가 수상했고, 1996년엔 스몰츠, 1998년엔 글래빈이 각각 수상했다. 특히 매덕스는 시카고 컵스에서 뛰던 1992년까지 포함해 4년 연속 사이영상을 거머쥐는 위용을 뽐냈다.
다만 2000년부터 선발진에는 매덕스와 글래빈만 남았고, 2002년 18승을 올린 글래빈이 이듬해 뉴욕 메츠로 이적하면서 셋의 역사에 균열이 생겼다. 매덕스 역시 2003년 16승을 올린 뒤 2004년 친정팀인 시카고 컵스로 돌아갔다. 그렇게 세 사람은 마침내 모두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됐다.
트로이카는 깨졌지만, 전설은 이어졌다. 매덕스는 23년간 개인 통산 355승을 올리고 5008⅓이닝을 던지면서 역대 최고의 제구력 투수로 인정받았다. 17시즌 연속 15승 이상(1988~2004년)을 올리는 기염도 토했다. 셋 중 유일한 왼손 투수인 글래빈도 305승을 쌓아 올리면서 사이영상을 두 차례 손에 넣었다. 스몰츠는 통산 213승 154세이브를 기록해 빅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200승-150세이브를 동시 달성한 투수로 남았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최고의 영광인 ‘명예의 전당’에도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이다. 매덕스와 글래빈이 2014년 입성했고, 스몰츠가 1년 뒤인 2015년 헌액됐다. 명예의 전당 입회를 결정짓는 투표에서 매덕스는 97.2%, 글래빈은 91.9%, 스몰츠는 82.7%라는 높은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
이렇게 화려한 시절을 보낸 세 레전드에게도 애틀랜타에서 함께 뛴 7년은 선수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추억으로 남아 있다. 가장 오래 애틀랜타를 지킨 스몰츠는 은퇴하면서 “그때와 같은 선발 트리오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우리 셋은 서로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함께 계속 성장했다”고 회고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