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써보고 싶다’ 2030 여성 구독자 아이디어 반영…“노콘노섹, 잘 알고 잘 쓰자”
#콘돔 리뷰부터, 콘돔 제작까지?
여자든, 남자든 ‘내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느냐’는 게 성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그다. 3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첫 콘돔 리뷰에서 콘돔을 ‘초박형·사정지연형·돌기형’으로 나눠 분석하고 ‘이런 분들께 추천한다’는 맞춤형 설명까지 곁들인 이유다. 자극적 멘트 없이 필요한 정보 위주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 6개월 뒤 올라온 후속 콘돔 리뷰에는 방송인 신동엽이 패널로 참여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방송인 신동엽이 유튜버 데이지와 함께 콘돔 리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이지 제공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콘돔을 직접 제작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는 데이지는 “신혼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성인 용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콘돔과 젤을 함께 구성해 파는 건 국내 최초다. 젤을 패키지로 판매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용하면 성관계 시 마찰감이 적어지는 등 만족감과 편함을 모두 주는 것이 젤이다. 아직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다. 발열효과가 있는 제품인데, 효과를 모르고 뜨겁다는 분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젤 사용에 대해서도 따로 영상을 올린다. 여성용품 관련 리뷰에는 노란 딱지가 붙어 광고에 제한이 걸리지만, 크게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싶다는 게 그의 사업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이유
유튜버 데이지 방송의 구독자는 대부분 20~30대 여성이다. “초반에는 30대 기혼여성 위주로 의견이 있었다. 이미 결혼해 성생활을 즐기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었겠지만, 미혼여성은 남자친구와 성생활 한다는 것을 바깥에 알리는 것이 괜찮을까란 걱정이 많다. 요즘에는 미혼여성이 ‘남자친구랑 이것도 써봤는데 저런 것도 써보고 싶다’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주고 계신다. 사업에 굉장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조회수 300만을 기록한 유튜버 데이지의 콘돔 리뷰. 사진=데이지 제공
구독자와 개방적 대화를 하니 댓글창 분위기도 변했다고 한다. 데이지는 “여성용품 리뷰를 한 지 2년 가까이 됐는데 확실히 변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내려 한다”며 “주체적인 움직임이 눈에 띈다”고 했다. 구독자들의 고맙다는 댓글도 많다.
한편 남성 구독자 비율도 10%나 된다. 화장품과 옷 관련 내용이 많은 뷰티 크리에이터치곤 상당히 높은 수치다. 그동안 데이지는 유튜브를 통해 러브젤, 여성청결제 등 여성용품을 전반적으로 리뷰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까지 초청해 여성의 자위와 관련된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댓글에는 ‘여자친구 혹은 와이프에게 필요한 부분을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본다’는 남성의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리뷰와 제작을 왜 여성이 하느냐란 비판적 반응도 나온다. 악플도 더러 있다. 이에 대해 데이지는 먼저 “남자의 만족기준도 다를 수 있는데, 건설적인 비판이기 때문에 수용하고 있다. 연구원도 남성분이고, 남성의 의견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에 콘돔을 소비하는 방식이 남성 위주다. 남성이 사고 알아보는 분위기였다. 소비자에 맞춰 시장이 변화하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 여성이 특히 콘돔을 제작한 부분에 대해서 처음에는 의심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특히 “여성이 주체적으로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성 남성이 같이 이야기해 나갈 수 있는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과도기’
“미국에서 학교를 나왔는데, 보건실에 가면 바구니에 콘돔이 잔뜩 쌓여 있었다. 누가 얼마나 가져가든 상관을 안한다. 콘돔을 가져가는 게 부끄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문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콘돔 사용을 장려한다기보다는 성관계 자체를 자제하자는 기조로 성교육이 진행된다. 형, 오빠, 언니, 누나들 사이에서 ‘~카더라’ 식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체성과 책임감을 함양하는 교육이 필요한 때다.”
국내 최초로 콘돔과 젤을 함께 패키지로 내놓은 데이지. 사진=데이지 제공
그는 현재 콘돔 사용률이 낮은 것에 대해 성교육 부족을 주요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래서 청소년에게도 판매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아무래도 노출이 될 때, 성 관련 용품의 이미지들이 자극적인 부분 위주로 사회에 만연해 있다 보니 막 노출만 시키기에는 조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신중한 입장도 함께 밝혔다.
콘돔 판매에 제약이 많은 것도 지식수준이 높지 않은 요인 중 하나다. 그는 “온라인 판매가 중요한 부분인데, 오픈 마켓 등에 규제가 많이 적용된다. 유명 메신저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에선 아예 콘돔 판매가 되지 않는다. 콘돔은 ‘청소년유해물품’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라며 “TV도 제한을 많이 둔다. 이러한 점들이 소비자가 정보에 접근할 기회를 어렵게 한다고 생각한다. 제조 자체도 심의가 통과되려면 1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디어 노출도에 따라 사회적 의식은 매우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그는 “부끄럽고 민망한 인식은 개인의 탓이 아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항상 답하기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바로 달라지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확실히 말하고 싶은 건, 리뷰를 하고 제품을 만듦으로써 선택권을 더 많이 주고 싶다는 거다. 알고 선택하는 거랑 모르고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더 자유롭게 더 건강한 것을 선택할 권리가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신동엽이 데이지의 방송에 참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굴을 알리고 성과 관련된 대화를 하는 사람은 신동엽 씨가 거의 유일했는데, 여성이 나서서 유튜브에서 적극적으로 콘텐츠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좋은 취지로 영상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황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