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정체기 자회사 매각 등 승부수 던졌지만 전망 ‘먹구름’…넥슨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
넥슨코리아는 2018년 5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넥슨의 상장 계열사인 넥슨지티와 넷게임즈도 2019년 1~3분기 각각 45억 원과 218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19년 9월에는 넥슨코리아가 계열사 네오플로부터 4000억 원을 차입했다. 넥슨코리아는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삼아왔으며 2018년 말까지도 차입금이 0원이었다. 당시 넥슨코리아가 밝힌 차입 이유는 “운영자금 및 투자재원 마련”이었다.
넥슨코리아는 2018년 5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도 성남시 넥슨코리아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최근 몇 년간 넥슨의 게임 개발은 넥슨지티, 네오플 등 계열사가 주로 맡았고 넥슨코리아는 게임 퍼블리싱(유통)에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 넥슨이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면서 넥슨코리아의 역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019년 12월 24일 넥슨코리아는 자회사 넥슨지티로부터 넥슨레드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다른 자회사 불리언게임즈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불리언게임즈는 ‘다크어벤저’ 시리즈를 제작한 곳이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넥슨코리아의 게임 개발 역량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주요 목적은 게임 개발 회사들이 합병이나 지배구조 변화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전했다(관련기사 넥슨, 자회사 불리언게임즈 흡수합병).
넥슨코리아가 인수한 넥슨레드의 모태는 2016년 넥슨지티가 201억 원에 인수한 웰게임즈다. 2017년 12월 넥슨레드는 넥슨코리아로부터 엔도어즈를 66억 원에 인수했고, 2018년 초 엔도어즈를 흡수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엔도어즈는 넥슨이 2010년 2075억 원에 인수한 게임회사다.
이처럼 넥슨레드에 적지 않은 금액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됐지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넥슨레드는 매출 120억 원, 영업손실 230억 원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또 2018년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상황도 좋지 않다. 부진한 실적 때문인지 넥슨코리아는 그간 투자한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1억 원에 넥슨레드를 인수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회사는 좋은 게임을 개발해서 흥행을 유지하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다”며 “넥슨레드의 흥행작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소위 대박작이 없었고, 개발 인력은 많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넥슨코리아에게는 각각의 개발 법인이 보유한 노하우와 리소스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개발 조직의 역량을 제고하고, 넥슨지티에게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이다”라며 “인수 금액은 외부 기관의 기업 평가를 통해 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넥슨코리아는 2019년 한 해 동안 게임 ‘HIT’ ‘듀랑고’ ‘마블 배틀라인’ 등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2019년 11월에는 ‘드래곤하운드’ 등 5개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우선 집중해야 할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선별하고자 했다”며 “핵심 프로젝트에는 지원을 강화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고 전했다(관련기사 넥슨, 5개 내부 프로젝트 개발 중단…데브캣스튜디오의 ‘드래곤하운드’ 포함).
넥슨코리아는 2019년 한 해 동안 게임 ‘HIT’ ‘듀랑고’ ‘마블 배틀라인’ 등의 서비스를 종료했고, ‘드래곤하운드’ 등 5개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넥슨코리아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넥슨 일본법인인 넥슨재팬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넥슨의 지배구조는 ‘김정주 NXC 회장→NXC→넥슨재팬→넥슨코리아’로 이어진다. 2018년 말 기준 넥슨재팬의 자본총액은 5655억 엔(약 6조 231억 원), 넥슨코리아는 2조 3175억 원으로 기업 규모는 넥슨재팬이 더 크다.
최근 넥슨재팬의 사업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넥슨재팬의 2019년 1~3분기 매출은 1993억 엔(약 2조 1227억 원)으로 2018년 1~3분기 2076억 엔(약 2조 2111억 원)에서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944억 5300만 엔(약 1조 169억 원)에서 900억 700만 엔(약 9697억 원)으로 하락했다.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부진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12월 24일에는 넥슨재팬이 자회사 글룹스를 1엔(약 11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글룹스는 모바일 게임 제작사로 2012년 넥슨재팬이 365억 엔(약 3929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최승우 전 넥슨재팬 대표는 “지금까지 글룹스는 탄탄한 게임 포트폴리오와 성공작을 기반으로 시장의 혁신을 도모하고 견고한 실적을 만들어 왔다”며 “넥슨은 글룹스와 함께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에게 더 재밌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글룹스는 지속되는 적자로 자본잠식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넥슨재팬은 글룹스를 매각하면서 “모바일 게임 환경의 빠른 변화로 인해 게임 개발 운영에 발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고 전했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넥슨의 주된 기조는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일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하는 조직개편도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넥슨은 실적 상승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일 양국에서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넥슨 매각이 공식화된 2019년 1월 ‘넥슨 매각 사태: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김정주 회장은 넥슨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업적 판단을 한 듯하다”며 “하드코어 RPG(역할수행게임) 시장으로 넘어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캐주얼 게임 중심인 넥슨의 향후 실적도 불투명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넷마블이 최근 코웨이를 인수한 이유도 게임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게임 업체들은 게임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미 이종 산업 인수로 매출을 다각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일본 게임업체 코나미는 스포츠클럽 운영 매출액이 전체 매출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의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이 정체기로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넷마블이 코웨이를 인수해 다른 산업에 진출했다면 넥슨은 게임으로 끝까지 승부를 보려는 듯하다”고 전했다. 다만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2019년 10월 컨퍼런스콜에서 “(코웨이 인수는) 게임 산업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