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게임 규제 완화에 매각 동기 꺾여…매각 작업 접고 이미지 쇄신 꾀할 가능성도
지난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대표는 최근까지 카카오와 협상을 벌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분 매각을 보류했다. 디즈니에 이어 카카오와 협상이 결렬되자 매각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대표는 올해 초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전량(98.64%)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지난달 열린 매각 본입찰에는 넷마블과 카카오,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이 참여한 바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본사.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매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박정훈 기자
넥슨의 매각작업이 잇달아 성과를 보이지 못한 까닭은 역시 가격 때문이다. NXC의 예상 매각 가격은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5조 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카카오는 넥슨이 최근 출시한 게임이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매출의 절반을 ‘던전앤파이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내놓은 신작들이 활성화하지 못했고 유저 접속률이 낮아져 넥슨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수가를 내리려는 카카오와 최대한 높게 받으려는 넥슨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주 대표가 가격을 낮춰서 매각할 만큼 넥슨이 조급한 상황도 아니다. 김 대표는 “넥슨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면서 본 입찰을 수차례 연기하고 디즈니 등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최적의 인수 대상을 찾아왔다. 넷마블과 사모펀드는 이 같은 기준에서 김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돈만 보고 국내 1위 게임업체를 팔아넘긴 배신자’라는 부정 여론이 형성될 수 있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넷마블에도 예비 입찰 초대장을 보내지 않을 정도로 (김 대표는 넷마블마저) 넥슨과 같은 수준의 기업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매각 동기가 꺾였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주 대표가 넥슨을 시장에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게임업계 규제로 매년 텐센트에서 던전앤파이터 수수료로 들어오는 1조 원이 끊길 수 있다는 점에서 넥슨 장래가 부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가 지속적으로 서비스되는 등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 김 대표가 넥슨 매각을 백지화하면서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준선 기자
일부에서는 매각 무산이 오히려 넥슨과 국내 게임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눈높이에 맞는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매각 작업을 계속 하기보다 신작 출시나 사업 구조 변화 등 혁신과 기업 투자를 통해 넥슨의 이미지 쇄신을 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정수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넥슨의 사업 구조를 바꾸거나 인수자로 나서서 해외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우호적인 이미지를 조성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각이 실패하면서 김 대표의 넥슨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현재 넥슨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NXC가 직간접적으로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라며 “매각이 불발되면 심리적 지배력이 떨어지고, 넥슨코리아 넥슨재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강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넥슨 매각 이슈에 출렁거리는 게임주 넥슨 매각이 백지화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관련주들이 요동치고 있다. 관계사인 넥슨지티와 넷게임즈 주가가 동반 급락세를 보이는 반면 넷마블과 카카오 주가는 상승하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넥슨지티 주가는 전일보다 24.96% 급락한 8930원에 장 마감했다. 넥슨지티는 국내 대표 FPS(1인칭 슈팅) 게임 개발 업체로, 넥슨 매각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주가 급락에 영향을 줬다. 모바일게임 개발업체 넷게임즈의 주가도 전일보다 8.49% 하락한 6900원으로 장 마감했다. 두 종목은 넥슨 매각 소식이 화두에 오른 1월부터 상승세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20일 카카오와 넥슨 간 협상 결렬로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이 퍼진 이후 하락폭이 커졌다. 반면 인수 후보로 꼽혔던 넷마블과 카카오의 경우 변화가 거의 없다. 넷마블 주가는 지난 26일 기준 전일 대비 0.82% 하락한 12만 1500원, 카카오 주가는 0.77% 떨어진 12만 9500원으로 장 마감했다. 앞서 두 종목은 넥슨과 매각 협상 결렬 소식이 퍼진 이후 주가가 잠시 높아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인수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감이 해소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