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계약 세부 조율 전 주장 확정 화제…최주환과 치열한 2루 쟁탈전 벌일 듯
김태형 두산 감독이 지난 15일 창단기념식 겸 시무식에서 오재원을 2020시즌 주장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오재원의 FA 계약이 화제를 모았는데 구단과 선수는 일주일 후에 세부 조건을 조율하며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이로써 오재원은 2007년 두산 입단 후 2022년까지 16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뛸 수 있게 됐다.
오재원은 FA 계약 확정 발표가 나기 전에 이미 두산 선수단 주장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사진=임준선 기자
오재원이 2019년 타율 0.164로 부진한 성적에도 FA 시장에 나온 건 ‘자리’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최주환과의 2루 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한 터라 매일 경기에 뛸 수 있는 팀을 찾고 싶어 했다. 오재원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다소 우여곡절이 많았던 2019시즌을 이렇게 회상했다.
“지난 시즌 출전한 경기들을 계산해보면 일주일에 한 타석, 두 타석, 20일에 한 경기 선발 출전하는 등 177타수가 전부였다. FA를 앞둔 상황이라 초조할 수밖에 없었지만 주장이기 때문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내 자신을 어떻게 지켜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오재원이 FA 신청을 했을 때 일부 팬들은 그가 2019년 11월에 열리는 2차 드래프트를 고려해 구단과 사전 교감을 나눈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오재원은 당시 이를 강하게 부정했다.
“두산이 내 집이고 영원히 남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나는 매일 경기에 나서고 싶다. 일주일에 한 타석 들어가 대수비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매일 뛰고 싶다. 야구가 하고 싶어 FA를 신청한 것이다.”
오재원은 해를 넘겨 FA 협상을 이어갔다. 그 사이에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덕 래타 코치한테 타격 레슨을 받고 돌아오기도 했다. 호주로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두산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준 오재원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에게 계약 기간 3년을 제시했다. 리더십만큼은 대체 불가라는 걸 구단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KBO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이승엽은 얼마 전 2020시즌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의 강연을 통해 오재원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오재원은 상대팀으로 만나면 굉장히 얄미운 선수다. 삼성에서 뛸 때 정말 얄미웠다. (중략) 그런데 은퇴하고 프리미어12 해설을 하게 됐을 때 대표팀의 오재원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오재원은) 팀을 이끌어주는 파이팅의 소유자다.”
2020시즌에도 오재원은 최주환과 함께 치열한 2루 자리 쟁탈전을 펼칠 예정이다. 오재원의 희망사항인 ‘매일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숙제로 남아 있지만 오재원은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후배와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로써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들을 모두 잔류시켰다.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을 선언했던 김재환까지 돌아오면서 더욱 탄탄한 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김태형 감독이 계약도 하지 않은 오재원에게 두산 주장을 맡기겠다고 선언한 배경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