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사람이 좋다’ 캡처
28일 방송되는 MBC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 350회는 ‘멋있지 않아도 괜찮아, 이훈’ 편으로 꾸며진다.
탄탄한 몸매와 화려한 액션 연기로 1990년대 터프가이의 대명사가 된 배우 이훈.
1994년 우연한 기회로 MBC 시사 코미디 ‘청년내각’에 출연한 그는 MBC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배우 채시라의 동생 역으로 데뷔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당대 최고의 프로그램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휘재 후임 MC까지 꿰찬 뒤 장르 불문,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KBS 일일드라마 ‘우아한 모녀’로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훈. 데뷔 27년 차 연기자지만 아직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촬영장에서 끝없는 연습을 이어간다.
오랜만에 들어온 고정 배역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 고정 예능 프로그램 스케줄까지 생겨 감사하다는 이훈.
풋풋했던 20대 이훈은 어느덧 쉰을 앞둔 중년 남자가 됐다. 흰머리도 나고 몸이 성한 곳도 없어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한 가지. 20년 넘게 자기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 운동을 하고 하루 세끼 닭가슴살 쉐이크 식단만 고집하며 자신의 철칙을 지키고 있다.
운동마니아로 2006년부터 본격 스포츠센터 사업에 뛰어들었던 이훈. 잘되는 듯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건물주와의 갈등으로 30억 원대의 빚을 떠안고 사업을 접고 만다.
이후 법적 도움을 받아 개인회생절차를 밟은 그.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채무를 10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게 됐다.
현재 3년째 빚을 갚아 나가고 있고 7년을 더 갚아야만 한다. 30대에 맛본 사업 실패는 이훈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정육점 오픈 행사, 화장품 가게 행사, 칠순, 결혼식 사회 등 물불 안 가리고 행사도 뛰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온 14년. 긴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 미안한 사람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이훈은 자신을 철없는 남편, 무서운 아빠, 무뚝뚝한 자식이라고 말한다. 특히 가장 대하기 어려운 것은 두 아들, 첫째 아들 이우(19)와 둘째 아들 이정(16)이다.
아직 아들들에 대해 잘 모르는 아빠 이훈은 첫째 아들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된 걸 모르는가 하면 농구선수 꿈나무 둘째 아들의 농구경기에서 아들의 등번호를 잘못 알기도 한다.
바쁘게 사느라 자식들에게 무심했던 아빠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 두 아들을 위해 직접 데이트를 준비한 아빠 이훈.
하지만 출발부터 아슬아슬한 세 사람, 차 안에는 정적까지 흐른다.
그가 이렇게 아들들에게 서툴고 무뚝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훈은 어린 시절 어머니 없이 아버지 밑에서 동생과 함께 자라왔다.
남자 셋이 한집에 살며 아버지는 홀로 두 아들을 키워냈다. 하지만 바쁜 아버지는 한 달에 두세 번만 집에 들어올 뿐 함께 여행을 간 추억은 물론 어린 시절 아버지와 같이 찍은 사진조차도 없다고 한다.
어린 이훈에게 아버지는 항상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아버지를 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지만 실패했던 지난날, 그가 다시 일어나야 했던 이유는 가족이었고 그가 일어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은 지인들이었다.
힘든 시절 이훈에게 행사 스케줄을 만들어주고 사업실패로 인해 온 가족이 반지하 집을 구할 때는 집 보증금을 내주기까지한 은인들이었다.
이훈은 그때 도와준 형님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도 그 감사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 병원비가 없을 때 첫 만남 자리에서 큰돈을 선뜻 빌려준 지인을 찾은 이훈.
두 사람이 나누는 진한 대화는 그에게 삶의 의지를 다져주는 시간이다.
아직 갈 길은 멀고 가야 할 길은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고마운 나의 사람들을 위해 이대로 멈출 수 없다는 이훈.
온 힘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