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사 “마스크 요청하니 ‘알아서 써라’”…본사 “부족하지 않게 지급”
한 택배 기사의 뒷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CJ 대한통운 택배기사 A 씨는 “마스크를 안 쓰면 손님들이 눈치를 주기 때문에 꼭 써야 한다. 하지만 본사에 마스크를 요청해도 ‘알아서 써라’라고 해서 알아서 구해다가 쓰고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아산 초사동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초사동은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경찰인재개발원이 위치한 곳이다. A 씨는 경찰인재개발원 배송도 맡고 있다.
그러나 CJ 대한통운 관계자는 “전국 모든 지점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기사들에게 마스크를 부족하지 않게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택배 업체들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주문 물량이 폭주해 새벽 배송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공지한 쿠팡은 배송기사 쿠팡맨에게 순차적으로 마스크 총 4만 개를 지급하기로 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는 마켓컬리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 지급은 물론 배송 차량 방역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예방에 현실적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맨 B 씨는 “평소 쓰지 않던 마스크를 쓰면 불편하고 숨이 차서 썼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마스크와 얼굴을 만진 손으로 박스를 만지고 또 그 손으로 마스크와 얼굴을 만진다. 이게 무슨 소용 있나 싶다”고 말했다.
김한별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차장은 “각 택배 업체들이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지급하고 있지만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상 택배기사들은 무방비나 다름없다.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손님을 마주해야 하는 택배기사들은 바이러스에 옮거나 옮길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병이 나면 지점을 폐쇄한다는 압박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알아서 자체 교육을 하기도 한다.
박성기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아산지부장은 “본사에선 누군가 바이러스에 걸리면 보건복지부 권고를 따르겠다고 말한다. 결국 서브를 폐쇄하겠다는 말”이라며 “본사에서 따로 교육이나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서 교육할 수밖에 없다. 택배기사들도 사람이라 바이러스에 걸릴까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중국발 택배는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친중 성향인 WHO 발표를 믿긴 어렵다. 비말로 전해지는데, 지금 같은 영하의 날씨엔 바이러스가 외부로 노출돼도 수일 동안 살아 있을 수 있다”며 “결국엔 개인이 마스크를 쓰는 등 위생을 철저하게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