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하락과 주가 저평가 탓 주주환원 정책 적극적…네이버 “시대 흐름에 맞춘 것”
네이버가 자사주 55만 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네이버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주가 방어와 배당 확대 등이 이에 포함된다. 네이버는 “최근 2개년 평균 연결 잉여현금흐름의 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설정하고,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5%를 유지할 것”이라며 “주주환원 재원 중 현금배당 지급 후 잔여 재원을 한도로 자사주를 매입한 후 즉시 소각하겠다”고 전했다.
같은 날 네이버는 2019년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2018년 5조 5869억 원에서 2019년 6조 5934억 원으로 18.0%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425억 원에서 7101억 원으로 24.7%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6279억 원에서 3968억 원으로 36.8% 하락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의 적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라인 및 기타 사업부문’에서 537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네이버가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것은 영업이익 하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적 발표 후 주가 하락을 우려해 이를 방어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라인의 영업손실이 확대되고 핵심 사업인 광고와 비즈니스 플랫폼의 4분기 성장률은 12.9%로 둔화됐으며 2020년 회사의 성장 전망치도 10% 초반에 그친다”면서도 “자사주 소각과 향후 잉여현금흐름 증가에 따른 현금 배당의 확대가 예상되는 등 주주환원이 강화되고 있어 주가 강세 추이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IT업계 관계자는 “IT 업체는 시장 흐름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만 놓고 따지기에는 주가 변동폭이 너무 크다”며 “네이버가 최근 2개년 평균액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설정한 것도 변동폭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네이버의 주주환원 정책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2019년 1월 31일 네이버는 주가안정 도모 및 주주가치 환원을 이유로 1000억 12만 원을 들여 자사주 73만 5295주를 매입한 바 있다. 당시에도 네이버는 영업이익이 2017년 1조 1792억 원에서 2018년 9425억 원으로 20.1% 줄었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사실상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네이버 최대주주는 지분율 11.52%의 국민연금공단이고, 미국 펀드 운용사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5.03%)가 2대주주, 미국 투자회사 해리스 어소시에이트(5.01%)가 3대주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은 58~59%다.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지분율은 5%도 되지 않는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네이버 지분율은 5%도 되지 않는다. 2017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GIO. 사진=박은숙 기자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와 해리스 어소시에이트는 네이버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최근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했듯 이들의 태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이들이 경영에 참여하면 네이버 경영권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2017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진 GIO를 네이버의 동일인으로 지정하려 하자 네이버는 “친인척의 지분과 이를 활용한 순환출자도 없고,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계도 확립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앞으로도 순환출자 및 친족의 지분 참여가 없는 투명한 지배구조와 투명한 플랫폼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해진 GIO가 네이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주요 주주들이 주가 하락을 이유로 네이버 경영에 간섭하면 현 네이버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들을 제어할 수단이 없다. 네이버의 자사주 매입에는 주가를 안정화시켜 주주들을 달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네이버 주가가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주주환원 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네이버의 PER(주가수익비율)은 45.85배지만 동일업종의 평균 PER은 59.83배다. 라이벌인 카카오의 PER은 268.35배에 달한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PER이 낮으면 주당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은 것을 의미한다. 안 그래도 네이버 주가는 저평가받고 있는데 주가가 더 하락하면 주주들이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의 지분가치를 제거한 네이버의 PER은 여전히 저평가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앞의 IT업계 관계자는 “2019년의 경우는 라인의 적자가 네이버 실적에 영향을 미쳤는데 라인과 야후재팬이 경영을 통합한 후에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그렇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단기 실적만 보고 판단해 당장 주가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택한 듯하다”고 전했다.
또 사모펀드의 특성상 언제든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네이버가 액면분할을 단행한 직후인 2018년 10월 12일 주가는 14만 2000원이었는데 10월 29일 10만 9500원으로 10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미국계 펀드 오펜하이머펀드가 2018년 9월 30일부터 10월 17일까지 네이버 지분 2.30%를 매도하는 등 외국인 주주가 적지 않은 지분 거래에 나섰기 때문으로 증권가에서는 분석한다. 이처럼 외국인 주주들이 대규모 주식 거래에 나서면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식 가치가 상승하게 마련이어서 주식 매력을 높일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진행해왔고, IR 담당 임원들이 기업 설명회 형태로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 것도 사실”이라며 “주주환원 정책은 시대 흐름에 맞춰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