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총선] 현역 신창현·돌아온 안상수…의왕·과천 ‘예선전’만 13명 뛴다

민주당 장진수·오동현 등 ‘재개발 공약’… 한국당 30대 주자 한승주·강태린 눈길…재선 시장 김성제 무소속으로 나올 듯

[일요신문] 의왕과천 선거구는 인구 16만의 의왕시와 5만의 과천시를 합친 선거구다. 의왕에 농업 인구가 주를 이루고 과천에 정부 부처가 모여 있던 시기에는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보수 텃밭이었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이곳에서 15대 총선부터 18대까지 4선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며 공무원들이 떠나고, 의왕 택지개발로 인구가 유입되며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송호창 후보가 처음으로 민주당 깃발을 꽂는다. 송호창 의원이 컷오프된 20대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을 선택하며 보수 텃밭이라는 말을 지우기 시작했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의왕과천은 더불어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5명, 정의당, 국가혁명배당금당, 무소속까지 13명의 예비후보가 국회 입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 예비후보가 많다는 것은 지역에 절대강자가 없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이곳의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다. 신 의원은 “하던 일 마저 하겠습니다”라는 문구로 의왕, 과천의 교통 현안을 해결하겠다며 부지런히 바닥을 훑고 있다. 하지만 신 의원은 2018년 수도권 신도시 개발 후보지 사전 공개 사건이 먼저 떠오르는 정치인이다.

신창현 의원은 2018년 9월 5일 신규 택지 후보지를 정부 발표 이전에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한국당으로부터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며 한시름 놓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혼선을 가져왔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한 예비후보는 “신창현 의원은 2018년 신도시 개발 후보지 유출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데다 열정적으로 뛰어야 할 초선임에도 지역의 기대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른 예비후보는 “지역에서 변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높다. 보다 젊은 일꾼이 의왕, 과천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현역 의원 하위 20%에 들어야 할 만큼 소극적인 활동이 아니었나 싶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신창현 의원실은 2월 4일 “신창현 의원은 하위 20%에 해당하지 않는다. 당에서 그 같은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하며 “최선을 다해 선거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창현 의원 외에도 김진숙, 오동현, 이은영, 장진수 예비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후보들은 공히 지역의 고질적 문제인 교통과 재개발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동현 예비후보

오동현 예비후보는 “지역 특화산업 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 자치단체 일자리 정책 지원, 복지정책 확대하겠다”고 했다. 대표 공약으로 오전, 고천 공업지역을 첨단소재 산업단지로 개발하고 오전동 안양교도소를 이전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변호사인 오동현 예비후보는 2012년 정치에 입문해 제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제19대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법률특보를 지내고 민변 노동위원, 의왕청년회의소 회장, 과천시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했다. 올해 42세로 민주당 예비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청년 가산점을 받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장진수 예비후보

장진수 예비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증거 인멸 사건의 공익제보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정의로운 목소리’라는 표어답게 공정한 이미지로 유권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공익제보자임에도 증거 인멸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고초를 겪기도 했다. 국회 무급 입법보조원, 전공노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공직 신분을 회복했지만 “공익제보의 경험을 살려 공익제보를 제도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출신인 김진숙 예비후보와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이은영 예비후보도 교육도시, 스마트 허브도시 등의 공약을 발표하며 민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 권오규 예비후보

자유한국당은 권오규 전 당협위원장, 4선의 안상수 전 의원, 신계용 전 과천시장, 그리고 30대의 젊은 한승주, 강태린 예비후보가 지역을 꼼꼼히 훑고 있다. 

2018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유한국당 의왕과천 당협위원장을 지낸 권오규 예비후보는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한 예비후보는 “한국당에서는 권오규 후보가 가장 앞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힘든 상황에서 당원협의회를 맡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권오규 예비후보 본인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안상수 (전) 대표와는 15년 전부터 당에서 동고동락했던 사이다. 하지만 8년 전 창원으로 갔다가 이제 와서 출마하겠다는 모습에 지역 유권자들의 실망이 크다. 선거는 본선에서 이겨야 한다. 안 대표는 표 확장성에서 한국당 다른 후보들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당원, 그리고 시민과 함께 승리할 것이다. 가슴으로 소통하는 지역일꾼이 되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예비후보

4선 의원이자 한나라당 당대표, 창원시장을 역임한 안상수 예비후보는 인지도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컷오프를 당한 이후 창원으로 내려가 8년 가까이 지역을 떠나 있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컷오프당하자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창원시장을 민주당에 넘겨주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선거 후 “창원시민으로 남겠다”는 말로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지난해 말 복당 신청을 했고 한국당이 복당을 받아들여 5선에 도전한다.

안상수 예비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양지인 경남 창원을 떠나 음지인 의왕 과천을 택한 이유는 수도권에서 승리해 나라를 구하는 것이 정치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좌파독재를 펼치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국회에서 좌파독재와 치열하게 싸워 이기겠다”고 밝혔다. 

한편 8대, 9대 의왕시장을 지낸 김성제 예비후보도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김성제 (전)시장이 사실상 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제 예비후보

김성제 예비후보는 재선 의왕시장 시절 3선 도전을 앞두고 공천 배제를 당했다. 지역에서는 신창현 의원이 김성제 전 시장의 컷오프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천을 받지 못한 김성제 전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2만 7537표를 득표하며 더불어민주당 김상돈 후보(3만 6654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김 예비후보는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지만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의 낙선을 위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복당 불허 결정을 받았고 무소속으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김 예비후보의 지지층은 민주당 지지층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 출마 자체가 민주당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김창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