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적격’ 정봉주 무소속 출마 우려…한국당, 갑질·친일 논란 박찬주·주옥순 딜레마
12일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등 위원들이 국회에서 21대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은 2월 3일 공천관리위원회 후보검증 과정을 통해 국회의원 예비후보 신청자 592명 중 불출마자를 제외한 588명을 심사, 33명에 대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일부 예비후보자에 대해서는 정밀심사를 요청했다. 부적격 판정과 정밀심사를 통해 논란이 되는 인사를 거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부동산 투기 논란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2월 3일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회의 직전 자진 불출마 형식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 전 대변인은 “예비후보로 뛸 수만 있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개편지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띄운 후에도 당 기류가 바뀌지 않자 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변인은 2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군산 경제 발전을 위해 일해보고 싶었다. 쓰임새를 인정받고자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다해봤다. 때로는 몸부림도 쳐봤다. 하지만 이제는 멈춰 설 시간이 된 듯하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봉주 전 의원도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불출마 쪽으로 정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 전 의원이 미투 관련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긴 했지만 선거 출마 시 여권 전체에 부담이 된다는 측면을 감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실 한 보좌관은 “아무래도 정 전 의원이 출마하면 프레임도 그렇고 공격받을 여지가 너무 많아진다. 서울 전체 선거 판도에 아무래도 부정적이라고 봐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공관위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2월 11일 기자회견에서 “늘 원통하고 서럽지만 저는 영원한 민주당 의원”이라면서도 “당의 정체성이 분명한 이가 돼야 한다. 나처럼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공관위가 이해하지 못했다. 핵심, 열혈 당원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해법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명확한 이야기가 없어 애매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그 정도면 불출마 의사를 표현했다고 봐야 한다. 강서갑 이외에는 출마할 지역도 마땅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제 막 시작한 한국당 공천 역시 험난해 보인다. 한국당은 공천 신청을 2월 5일로 최종 마감하고 신청자를 공개했다. 명단에는 보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후보자들이 포함돼 있다. 공관병 갑질과 삼청교육대 발언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박찬주 전 대장과 친일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이다. 박 전 대장은 천안에, 주 대표는 울산 북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들이 공천을 받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신율 교수는 “박 전 대장은 갑질 논란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공천까지 가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면서 “비록 인재로 영입됐지만 지금과 당시는 상황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런 후보들의 공천을 놓고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다. 통합을 앞두고 극우 정당과의 스탠스 딜레마에 빠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과 함께 갈 경우 중도층으로의 확장성 부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빼고 가면 미완성 통합이라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박 전 대장 등과 같은 후보자들의 공천을 앞두고도 이런 고민에 빠진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일종의 구원투수가 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교수는 “태 전 공사가 보수 성향 유권자를 설득할 만한 적절한 인물이다. 강한 보수 성향 유권자가 선호하면서도 대중이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후보다. 일종의 교집합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태 전 공사를 지역구에 배치하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우리에게 이런 후보가 있다’고 하는 일종의 선언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후보 문제 외에도 더 큰 불씨는 따로 있다. 향후 보수 진영이 새롭게 만들 통합신당의 공천이다. 각 정파는 공천 지분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월 11일 신당에 참여하는 정당과 단체들은 공천을 한국당 통합신당준비위원회 측으로 일원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밖에 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 역시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