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전관 이용 영향력 행사 의혹” VS 제주도 “심사 과정 문제 될 일 전혀 없어”
오등봉공원 조감도. 사진=호반건설 제공
[일요신문] 제주도가 선정한 오등봉 근린공원에 대한 민간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놓고 특혜시비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도는 최근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직 공무원이 개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2월 19일 제주도에 따르면 오는 2021년 8월 일몰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인 도시공원 두 곳을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민간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제주도는 도시공원 2개소에 대해 민간특례사업 제안서 평가를 지난 13일 실시한 데 이어 이날 제주시 오등봉 근린공원은 (주)호반건설 컨소시엄을, 건입동 중부 근린공원은 제일건설(주) 컨소시엄을 민간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선정했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도시공원의 일부 지역을 아파트 단지로 조성하고 나머지는 기부채납받아 공원으로 유지하는 사업이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은 공원부지에 편입된 사유토지를 매입하고 콘서트홀 및 전시장, 어울림 과장, 오름마당 등 공원시설을 조성한 후 기부채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비공원시설 부지(9만 5426㎡)에는 공동주택 1630세대(임대주택 163세대 포함)를 공급할 방침이다.
중부공원의 경우 공원부지에 편입된 사유토지 매입과 복합문화센터, 스포츠센터와 농멍과장, 활력정원 등 공원시설을 조성한 후 기부채납한다. 비공원시설 부지(4만 4944㎡)에는 공동주택 796세대(임대주택 80세대 포함)를 공급한다.
제주도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 개 업체를 대상으로 제안된 사업내용의 타당성 검토와 도시공원·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 등 올 5월까지 협상을 진행하고 제안업체에서 수용시 도시공원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환경·재해·교통영향평가 등을 실시해 내년 3월까지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문제는 오등봉공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 컨소시엄에 대해 “선정 업체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6개 컨소시엄 중 3개 컨소시엄이 제안서 평가 과정의 공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평가점수와 순위 등 관련 정보 공개 청구와 함께 진정서를 제주도에 냈다.
제주도 공모지침에는 평가 가능한 계량 지표에 대해 57%를 반영하고 공원조성 계획 등 주관적 평가에 대한 비계량평가에는 43%를 반영한다고 고지했다. 이 경우 통상 계량지표를 우선 검토해 사업수행 가능 여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비계량 평가를 하는 평가위원회 심사를 먼저 한 뒤 계량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때문에 탈락업체들은 “제주도가 제안자의 제안 내용에 대한 요건 검토 없이 긴급히 진행하는 등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참여 업체 제안서가 마감날 일시에 접수됐고 서류가 방대해 계량 평가를 나중에 진행한 것”이라며 심사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곶자왈사람들과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세 곳의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3일 공동성명을 내고 “복마전으로 변질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은 “제주도가 심사 일정이 촉박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그만큼 심사가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제주도가 고백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대규모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만큼 지역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고 이에 따른 고려사항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빠른 사업진행만을 염두에 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 컨소시엄의 심사과정에서 여러 문제와 함께 전직 공무원 유착이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호반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도내 건설업체 한 곳의 간부가 2018년 퇴직한 건설분야 고위공직자 출신인 데다 건축경관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때문에 전관을 이용해 선정과정에 영향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더불어 이후 경관심의에서 특혜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육지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특혜시비 우려가 제주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며 “일방적 추진으로 도민사회를 혼란과 갈등으로 밀어넣지 말고 충분한 의견수렴과 대안에 대한 고민을 통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등봉공원은 (주)호반건설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도내업체 청암기업(주), (주)리헌기술단, 대도종합건설(주), 미주종합건설(주) 4개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중부공원은 제일건설(주)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도내업체 (주)동인종합건설, 금성종합건설(주), (주)시티종합건설 3개사가 각각 선정됐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