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장 여성 외 모두 김건모에 유리한 진술…‘폭로’ 강용석, 도도맘 사건 관련 피고발 영향 미칠 듯
법조계에서는 과거 사건이 지금 다시 쟁점화 된 데에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를 통해 폭로됐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세연 측이 김건모의 아내 장지연 씨에 대해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한 점과 이를 주도한 강용석 변호사가 최근 도도맘 김미나 씨가 연루된 사건 부풀리기를 시도한 점 등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피해자 A 씨 조사 후, 지난 1월 15일 피의자 김건모 소환 조사, 그 후 피해자 추가 조사와 참고인 조사까지 끝냈다. 경찰은 다시 김건모를 부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김건모가 강남경찰서에 출석할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말 바꾼 김건모와 ‘오래 전’ 사건 꺼내든 A 씨
피해 주장 여성 A 씨와 김건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설명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다.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일부 사실 관계가 그동안 주장해 온 내용들과 상반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세연 측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A 씨는 “김건모 씨가 입은 배트맨 티셔츠만 봐도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씨는 당초 사건 발생 일자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고, 오히려 비행기에서 우연히 김건모와 마주친 뒤 반갑다며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문자를 보낸 것은 2017년 4월 초. A 씨가 김건모에게 보낸 문자는 “ㅋㅋㅋ같은뱅기탔오ㅋㅋㅋㅋㅋ”라는 짧은 내용이 전부였다. A 씨가 김건모에게 ‘같은 비행기 탔어’라며 반가움을 표현한 것인데, 김건모는 이 문자에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 강용석 변호사가 가세연을 통해 성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한 시점인 2016년 8월보다 8개월 뒤에 보낸 문자 메시지다. 성폭행 정황과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통스럽다”던 A 씨가 왜 해당 문자를 김건모에게 먼저 보냈는지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사실이 아니”라며 처음부터 강하게 부인했던 김건모. 초반 A 씨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하던 입장을 바꿔, A 씨를 실명으로 고소했다. A 씨가 가명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것을 감안할 때, 김건모는 사건을 비교적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앞선 문자 내역을 찾아내 경찰에 제출할 정도로 A 씨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또 해당 술집에 갔던 것을 인정하고 당시 150만 원이 나왔다는 술값 내역까지 공개한 점 등은 거꾸로 김건모가 설명해야 할 부분이라는 평이다.
특히 A 씨가 김건모에게 2018년 3월 보낸 문자 메시지는 되레 김건모에게 불리하다. A 씨는 당시 ‘미투’가 불거진 것을 언급하며 사과할 마음이 없는지 문자로 김건모에게 물었다. 김건모는 이 문자에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폭로 시점 1년 6개월 전 이뤄진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문자는 A 씨의 진술에 힘을 보태주는 증거다.
가세연을 통해 사건이 알려진 뒤 시작된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성폭행을 당했다”, 김건모는 “아무 일도 없었다”며 양측이 일관되게 주장,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린 상황이다. 수사당국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의 문제다. 사실 관계에 부합한 얘기를 하고, 관련자 진술과도 일치하는 케이스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 A 씨 외에 사건 관련 술집 마담 등은 모두 김건모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무혐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목인데, 성 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CCTV가 없는 곳에서 수년 전 이뤄진 일”이라며 “성폭행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묘사를 한다고 해도 사건 발생 후 친구들과의 대화나 일기장 같은 내밀한 속내를 입증하지 않는 한 ‘피해를 입었음’을 경찰에 설득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조심스레 설명했다.
경찰은 이르면 2월 내, 늦어도 3월 초에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월 1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1월에 김건모 씨 소환조사가 있었고 피해자와 참고인 조사가 진행됐다”며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관계 확정 마무리를 위해 참고인 조사를 몇 명만 더 진행하면 끝날 단계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실제 이용표 청장은 김건모 추가 소환 여부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사실 관계의 큰 틀은 이미 다 정해졌음을 시사했다. 경찰은 피해자 A 씨 조사 후, 지난 1월 15일 피의자 김건모 소환 조사, 그 후 피해자 추가 조사와 참고인 조사까지 끝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부분들에 대해 김건모와 A 씨 모두에게 확인을 마친 상황이다. 그리고 피해자 추가 조사 후 다시 김건모를 부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용석 변호사에 대해 징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징계를 받더라도 수위는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가로세로연구소 방송 화면 캡처
#강용석 변호사 수사 받을까
그렇다면 사건을 폭로한 강용석 변호사는 어떻게 될까. 김건모 성폭행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신상정보 공개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정작 고소를 당하지는 않았다. 김건모 아내 장지연 씨가 김용호 전 기자를 수사당국에 고소했지만, 강용석 변호사 등 다른 가세연 멤버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김건모 역시 A 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무고 혐의 등으로 고소했을 뿐, 이를 폭로하고 A 씨 변호를 맡은 강 변호사에 대해서는 고소를 하지 않았다.
논란 속에서도 잘 피해나간 강용석 변호사. 하지만 도도맘 사건으로 고발을 당해 수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강 변호사가 도도맘 사건 당시 피해를 부풀리고 허위 진술을 조작했다는 디스패치의 보도에 대해 김상균 변호사 등이 “강용석 변호사의 무고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 물론 이는 김건모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이지만 가세연이 김건모 사건을 놓고 ‘화제성’을 고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분명 A 씨에게 불리한 흐름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연예인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연예인 사건은 사실관계가 우선이지만 여론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 중 하나”라며 “이번 사건과 별개로 사건을 대리하고 폭로하는 과정에 강용석 변호사가 포함돼 있다면 수사당국에서 이를 진정성 어린 변호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 변호사를 잘 써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진짜 처벌을 원했다면 폭로 없이, 수사당국에 고소장을 제출했어도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강 변호사에 대해서는 조심스레 징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인 의견임을 전제한 서울지방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아직 어떤 이야기도 없지만, 만일 수사가 시작돼 강용석 변호사가 기소가 되고 처벌을 받게 된다면 징계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변호사법에는 의뢰인에게 무고를 교사한 때 처벌하는 직접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품위손상 정도다. 때문에 징계를 받더라도 수위는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