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 방에 있었다” 사실 여부가 핵심 관건…되레 ‘장지연 거론’ 강용석 처벌 가능성 더 높다는 의견도
객관적인 자료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둘만 남아 있었다는 피해자 진술을 ‘유죄’로 보기에는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 범죄 발생 시점도 3년여 전인데 김건모 측이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다투고 있어, 거꾸로 피해 여성 측이 입증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얘기다.
되레 법조계에서는 이를 폭로한 강용석 변호사 등 가로세로연구소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거론된다. 피해자 측 변호를 맡고 있다지만 김건모 부인 장지연 씨에 대한 내용을 폭로하는 등 명예훼손으로 볼 소지가 상당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수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때와 달리, 12시간여의 경찰 수사를 받고 나오는 김건모의 얼굴 표정은 사뭇 밝았다. 김건모는 “심려를 끼쳐 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경찰에서 성실히 답변했다”며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방 안에서 이뤄진 사건이라 대부분의 증거는 참고용일 뿐
1월 15일 김건모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진행된 첫 출석 조사에서 고소 여성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피의자 신분으로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조사실로 향한 김건모는 경찰에 신용카드 결제 기록과 당시 CCTV 영상을 제출하며, 성폭행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고소 여성 측이 범행 발생 시점으로 언급한 때는 2016년 8월경. 3년이 지난 뒤, 이를 언론에 알린 과정을 문제 삼으며 ‘성폭행은 없었다’라고 볼 근거로 신용카드 결제 기록을 내밀었다.
성폭행 시점으로 언급된 날 해당 유흥업소에 간 사실은 인정했지만 “매니저가 동석해 해당 여성과 단 둘이 있었던 적이 없다. 업소에서 150만 원을 결제했는데 단 둘이 마시려면 더 많은 돈을 지불했어야 한다”는 게 김건모 측의 반박이다. 당일 해당 유흥업소를 찾기 전, 다른 옷을 입었던 사진도 증거로 제출하며 ‘배트맨 옷을 입었다’던 피해 여성의 진술을 반박했다. 경찰도 객관적인 자료 확보를 위해 김건모 동선 관련 압수수색도 펼쳤다. 성폭행 사건 당일 김건모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차량 GPS 등을 압수수색 한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 중”이라며 “일부 참고인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고 추가적인 참고인 조사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성폭행의 경우 ‘방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증거들은 ‘참고’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판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수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때와 달리, 12시간 동안 수사를 받고 나오는 김건모의 얼굴 표정은 사뭇 밝아져 있었다. 김건모는 귀갓길에 “심려를 끼쳐 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경찰에서 성실히 답변했다”며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건모 변호인 역시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말씀과 다른 여러 자료들을 제출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연스레 경찰 안팎에서는 ‘무혐의 처분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김건모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성의 폭로가 또 나왔다. 이번에는 가요계 후배다. 여가수 A 씨는 김 씨가 경찰 수사를 받은 직후인 1월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성폭행 논란 중인 김 아무개 씨(김건모)는 나에게 ‘친구끼리 뽀뽀도 못 해주냐, 앞에 두고도 뽀뽀를 못하니 동사무소 직원 대하는 것 같다’ 등 성적인 농담과 장난을 했다”며 “불쾌함을 밝혔더니 ‘그럼 오빠 제가 빨아드릴까요?’ 이런 농담은 어떠냐 묻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허나 이 사건 역시 A 씨 측의 고소 등이 없어 별도의 경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폭로가 김 씨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언론에 공공연하게 드러난 성 관련 사건의 경우 경찰이나 검찰이 신중하게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미 고소된 건을 더 ‘확실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결론은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는 “둘만 방에 있었다는 피해 여성의 진술이 사실이었는지가 결국 범죄 유무를 좌지우지할 것이고, 경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업소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을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법조계는 김건모 성폭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연일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 등 가로세로연구소의 처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의 ‘인싸뉴스’ 라이브 방송 화면 캡처.
#처벌 가능성 더 높은 건 강용석 변호사(?)
오히려 법조계는 김건모 성폭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연일 다소 지나친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 등 가로세로연구소를 주목하고 있다.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히 김용호 전 기자는 1월 18일 대구에서 진행한 강연회에서 김건모의 아내 장지연 씨를 연상케 하는 말과 함께 “결혼 전에 유명 배우와 사귀었고 동거도 했다고 들었다”, “남자관계가 복잡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잇따른 폭로가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범죄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김건모의 경우 공인이고, 관련 범죄 혐의가 있다고 하지만 공인이 아닌 아내 장지연 씨 사생활까지 폭로한 부분은 고소나 고발이 들어올 경우 형사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입증할 증거 등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처벌 가능성이 높고 입증해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이미 김건모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경찰청 관계자는 “결국 이번 김건모 사건 역시 박유천 사건 때처럼, 의혹이 무성해 수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지지만 기소하거나 처벌할 만큼의 혐의는 아닐 수 있다”며 “재판에 넘겨지는 건 오히려 폭로한 가로세로연구소와 강용석 변호사가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