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사업으로 성장 무차입경영, 내부거래 심해 폐쇄적 비판…반도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 목적”
반도건설이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 참전하며 그 자금 동원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11년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도건설은 부산·경남 지역 기반의 중견 건설사다. 크게 알려져 있지 않던 반도건설이 갑작스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한진칼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집하면서다.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2월까지 한진칼 주식을 집중 매입해 지분율을 13.3%까지 끌어올렸다. 더욱이 반도건설이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해오고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막대한 자금력에 이목이 집중됐다.
반도건설은 1980년 권홍사 회장이 창업, 부산에서 대규모 주거단지 성공을 원동력으로 성장했다. 현재 반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는 반도홀딩스가 있다. 반도홀딩스가 100% 지분을 소유한 반도종합건설은 중간지주회사 격으로 그 아래에 또 여러 계열사를 두고 있다. 권 회장과 아들 권재현 씨가 반도홀딩스 지분 99.67%를 소유하고 있다. 즉 반도그룹의 20여 계열사는 권 회장 부자의 지배 아래 있는 것이다. 반도홀딩스의 외곽회사도 있다. 권 회장의 부인 유성애 씨가 소유한 반도레저, 사위 신동철 반도건설 전무가 소유한 퍼시픽산업, 차녀 권보영 씨가 소유한 더유니콘 등이다.
반도건설은 2000년대 후반 서울과 수도권 등 중앙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는데, 공공택지 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견 건설사의 공공택지 꼼수 분양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반도건설에도 의혹의 시선이 향했다. 공공택지 사업은 추첨을 통해 토지가 공급되는데 반도건설은 분양 확률을 높이기 위해 시공능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분양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와 관련해 국민의 땅을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가 건설사의 이득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반도건설이 2009~2018년 공공택지 사업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4조 2144억 원, 수익은 7831억 원에 달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지금까지 약 2969억 원을 쏟아부어 한진칼 주식 13.3%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주명부 폐쇄 이후 반도건설이 매입한 한진칼 지분 5.02%는 계열사 간 대출로 이뤄졌다. 지분 매입을 위해 반도그룹 계열사인 한길개발이 관계사인 대호개발에 1100억 원, 한영개발에 200억 원을 차입 형태로 제공했다. 차입 기간이 2022년 말까지여서 경영권 분쟁에 최소 3년간 대응할 여력이 있다. 게다가 반도건설은 부채비율이 낮아 단기에 수천억 원대 자금을 동원할 능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도그룹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8년 17.9%에 불과하다. 대부분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수백%에 달하는 것과 대조된다.
증권업계는 반도건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추가 자금 동원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그룹이 KCGI 물량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한진그룹 일가를 제치고 단일 최대주주 등극이 가능하다.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하면 계열사 이사회까지 순차적으로 장악해 조 회장 일가를 그룹의 주요 임원에서 배제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그룹은 약 8000억 원의 자금으로 한진그룹을 인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금동원력과 차입 여력이 있는 반도건설은 8000억 원 수준으로 대한항공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이종현 기자
그러나 지배구조와 자금 조달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탓에 한진그룹을 실제 인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설사 인수하더라도 반도건설이 직접 항공업을 영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 권홍사 회장이 정작 본인이 경영하는 기업은 ‘폐쇄적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그룹 계열사는 대부분 비상장인 데다 내부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계열사들을 살펴보면 사내이사, 감사 등에 같은 인물이 올라 있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권 회장 일가와 처남 유대식 반도건설 부회장, 반도건설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김용철 부사장, 이정렬 전무 등이 반도그룹 계열사들의 임원에 포진해 있다. 반도홀딩스에는 대표이사에 유 부회장, 사내이사에 사위 신 전무, 감사에 이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외곽회사인 더유니콘에도 사내이사에 권 회장, 신 전무, 김 부사장이 올라 있고 감사는 이 전무가 맡고 있다.
내부거래 비율도 2018년 28.73%에 육박, 건설업계 상위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권 회장 일가 소유의 외곽회사들도 반도건설과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 더유니콘은 2018년 대부분 매출이 반도그룹 계열사와 거래에서 발생했다.
거주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발견됐다. 권홍사 회장의 차녀 권보영 더유니콘 대표의 강남 집은 부동산등기부상 퍼시픽산업 소유로, 전세권 설정도 돼 있지 않다. 퍼시픽산업은 권보영 씨 형부 신 전무가 소유한 회사다. 권 회장 일가가 소유와 경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단적인 예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건설은 비상장사를 활용해 성장해와 객관적으로 봐도 자금조달이 투명하지 못하다”며 “기간산업인 항공업에 전문성이 없는 반도건설이 뛰어든 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아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국토부의 대주주변경 심사 등의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오너 체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한진칼처럼 오너 일가 지분이 적은데 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 회사가 부실해지면 80%의 주주가 손해를 보는 구조를 탓하는 것”이라며 “한진칼 지분 매입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구분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반도건설이 유명세를 톡톡히 치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반건설의 사례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성장해온 호반건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면서 대내외적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세상에 알려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권홍사 회장이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비롯해 친노 인사와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알려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권 회장은 2004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해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