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의료법인 세워 문어발식 병원 운영…비리·횡령 ‘구덕원’ 해체 후 이름 바꿔 자녀 승계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환자 관리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폐쇄병동에는 정신질환자가 입원했는데 치료보다 요양병원처럼 운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들은 병상이 아닌 온돌방에서 공동생활을 했다. 환자별 개인 병상이 없고, 시설이 낙후된 데다 개인별 인식표조차 없어 충격을 줬다. 인식표는 환자별 특성과 치료 및 진료 내용을 알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다. 서울에서 대남병원으로 파견된 의료진은 환자 인식표가 없어 치료에 애를 먹기도 했다.
정신과 폐쇄병동에서는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온돌방처럼 병실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와 연관돼 사망한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영양결핍, 면역력 저하 등 양상을 보여 병원 측이 제대로 환자를 관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게다가 한 사망자는 20년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생활해온 무연고자로 알려져 수용된 환자들의 입원 배경이나 의료비 지불 주체에 대해서도 의혹이 증폭됐다.
청도 대남병원은 대남의료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1990년 설립된 대남의료재단의 운영은 고 오성환 전 이사장이 하다가 그 아들인 오한영 이사장(37)이 맡고 있다. 오 이사장은 청도에서 또 다른 사회복지법인 에덴원을 운영한다. 에덴원은 효사랑실버센터, 청도군주간보호센터, 효사랑시니어센터 등을 운영한다.
오한영 이사장 일가의 병원 운영은 조부 세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독교 신앙심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오 이사장의 조부는 1953년 부산에서 기도원을 세웠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갈 곳 없는 부랑자, 행려병자, 실향민 등이 기도원에 기거하며 생활했다고 알려진다. 이 기도원은 이후 사회복지법인 ‘구덕원’과 오 이사장 일가의 사회복지사업 모태가 됐다고 전해진다.
구덕원은 정신질환자 요양시설 설치 운영을 사업목적으로 해 1984년 설립됐다. 고 오성환 이사장 일가가 구덕원 운영을 도맡았다. 부산시는 구덕원과 노인 치매전문 요양병원 건립을 구상했고 사업비 37억 원가량을 지원했다. 구덕원은 1999년 설립된 노인건강센터를 부산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했다. 오 이사장 일가는 노인병원과 정신과병원 운영에 탁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 이사장 부친인 고 오성환 씨를 비롯해 큰아버지 오성광 씨 등은 경상도 일대 10여 개 병원을 운영했다. 대부분 노인전문병원이나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병원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의 출발은 좋았지만 오 이사장 일가의 법인과 병원 운영은 2000년대 들어 여러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사회복지법인과 의료법인들을 세워 병원을 운영하는, 문어발식 경영을 하기도 했다. 이들 법인과 관련해 비리와 횡령 등 범죄 혐의를 받은 바 있으며 리베이트, 의료보험 부정수급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청도 대남병원의 폐쇄병동은 온돌방 형식으로 운영됐고, 환자별 병상이 따로 없다.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오 이사장 일가의 재단 운영 문제점과 비리 의혹은 특히 2000~2010년 집중된다. 오 이사장 일가는 2000년대 초반 메디체인, 메디푸드, 제이에스메디칼 등 병원과 연계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외곽 회사를 다수 설립했다. 식자재, 의료기기, 의료 컨설팅 납품을 주 사업목적으로 하는 이들 회사의 이사진에는 오 이사장 일가와 연관된 인사들의 이름이 여러 회사에 걸쳐 공통으로 올랐다. 또 각 병원이 별도 회계처리를 해야 함에도 당시 경리직원 한 명이 청도와 부산 일대 오 이사장 일가의 재단과 대부분 병원의 자금관리를 2010년까지 도맡을 만큼 운영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시기, 사적인 비리도 포착된다. 오한영 이사장의 아버지 고 오성환 이사장이 사망하면서 구덕원은 그 아내인 김 아무개 씨가 주로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보조금을 착복하고, 복지법인 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해 문제가 됐다. 국가보조금을 임금으로 지불했다 다시 계좌로 돌려받고, 경영진이 법인카드를 면세점, 백화점, 부산시내 등지에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부산지방법원은 2011년 김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3억 7879만 원의 추징금을 판결했다.
부산시와 구덕원 노동조합은 횡령 사건 이후 구덕원이 법인을 해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직 구덕원 노조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경영 정상화를 주장하던 노조는 2013년 구덕원이 병원을 매각하고 법인을 해체하는 데 합의했다”며 “이사장이 더 이상 사회복지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구덕원이 추징금과 과징금을 모두 지급하고 법인을 해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덕원은 사회복지법인 이름을 ‘이로운’으로 바꾼 후 아동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청도 대남병원 이사장의 동생으로 알려진 오 아무개 씨가 이로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로운 관계자는 “사회복지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지 않았고, 노인요양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며 “현재는 아동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 일가는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법인 이름을 바꾸고, 자녀세대로 승계해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청도 대남병원을 운영하는 대남의료재단, 에덴원, 이로운 등에는 오 이사장 일가 친인척과 친구 등 과거 구덕원 시절 이사진을 했던 사람들이 이사로 올라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