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교수·임찬양 대표 “3월 2일 기점 뚜렷한 감소세…데이터로 미래 판단은 안해”
#추이로 본 코로나19…감소추세
‘확진자수와 검사당 확진자수 추이’ 그래프. 사진=이원재 교수 제공
매일 오전 10~11시쯤이면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페이스북에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온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데이터 자료를 토대로 이 교수가 직접 만든 ‘확진자수와 검사당 확진자수 추이’ 그래프다. 쉽게 말하면 일별 확진율의 변화를 담은 그래프다. 그래프 하나를 보기 위해 이 교수의 페이스북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확진율의 변화를 제대로 뜯어볼 수 있다면 코로나19의 실질적인 확산 현황도 가늠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일부 언론사에서도 관련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교수의 그래프 추이를 살펴보면 확진율 변화 곡선은 31번째 환자 발생 이후인 2월 20일부터 가파르게 상승한다. 대구 신천지 교회 교인들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던 시점이기도 하다.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으로 상승세를 탄 곡선은 3월에 들어서 점차 하락세를 보인다. 특히 도드라지는 지점은 3월 2일부터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감소추세를 명확히 볼 수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3월 2일부터의 일별 확진율은 △2일 5.56% △3일 5.33% △4일 4.92% △5일 4.62% △6일 4.40% △7일 4.27% △8일 4.22% △9일 4.12% △10일 3.92%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10일에는 2월 26일 이후 처음으로 3%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왼쪽)와 임찬양 노을 대표. 사진=본인 제공
특히 관심을 둔 부분은 일별 변화(전날 대비 오늘 확진자 비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느냐다. 이 교수는 “일별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함을 발견한 이후부터 일별 변화량에 관심이 생겼다. 확진율은 그냥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전날 대비 오늘의 확진율이 유의미하게 변했다면 이는 실질적인 향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주장하는 통계적 유의성은 3월 3일~6일, 10일, 12일에 반복되어 발생했다. 이를 토대로 이 교수는 “여전히 주의를 늦출 수는 없다”면서도 “상황은 개선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봤다.
스타트업 노을의 임찬양 대표도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졌다는 입장에 동의한다. 15년차 의료기기 회사 투자자로 근무해온 임 대표는 2월 말부터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하는 1차 데이터를 토대로 ‘진단 건수’ ‘일별 진단건수’ ‘일별 검체수집건수’ ‘일별 확진율’ ‘지역별 유행곡선’ 등의 통계 분석과 그래프를 제공하고 있다.
임 대표는 “국내 상황은 다른 나라와 달리 신천지 관련 확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는데 신천지 관련 확산은 지역사회 감염이라기보다는 특정 집단 내 감염 형태였다. 현재 신천지 관련 집단감염은 어느 정도 해소되어 가는 상황으로 3월 13일 기준 일별 확진율은 0.84%로 2월 29일 10.24%의 최고점 이후 약 12일간 하락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찬양 대표가 제작한 코로나19 관련 데이터 그래프. 사진=본인 제공
실제로 임 대표의 그래프 분석 내용에 따르면 3월 11일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일별 확진율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3월 10일 일별 확진율은 전일보다 1.43% 하락한 1.05%로 2월 신천지 교회 집단 감염 이전에나 볼 수 있었던 최저 수치였다. 이와 유사한 하락 추세가 2~3일간 이어진다면 코로나19 사태는 안정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봐도 된다는 것이 임 대표의 해석이다.
#감소 추세, 알면 종식 시기도 예측 가능할까
아쉽게도 추세나 경향성만으로 코로나19의 종식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다. 오늘의 추세가 내일까지 이어진다는 명확한 통계적 증거가 없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예를 들어 ‘오늘 날씨 따뜻하셨죠? 내일은 기온이 내려가 춥겠습니다’라는 일기예보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나의 분석은 전자에 해당한다. 이미 일어난 일을 보여주는 거다. 분석을 통해 수행하는 객관적 판단은 일별 변화량에 대한 것에서 멈춘다. 이게 앞으로 어떤 추세로 가느냐는 객관적 판단이나 논리적 결론이 아니라, 일종의 주관적 믿음이다. 물론 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단, 과학적 진술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어진 데이터의 정보를 읽을 뿐 이를 토대로 과거나 미래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끝날 것인가’ ‘앞으로도 감소세가 계속 될 것인가’에 대한 예단도 경계했다. 그는 “정교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프로야구 우승 예측 모델도 우승팀을 거의 맞히지 못한다”면서 “어쩌다 맞는 예측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예측이 우월해서라기보다는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의 결과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코로나19 종식시기 예측과 관련해서) 여러 해석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그 가운데 하나가 맞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형태로 논의들이 정리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임찬양 대표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종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재로서는 백신과 치료제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 그는 “1% 이하의 확진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해외에서도 지속적인 감염이 예상되므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불편하고 불확실성이 늘어난 일상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과도한 공포는 경계할 것을 조언했다. 지금의 확산 증가세가 꺾인 것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까닭이다. 이 교수는 “새로운 집단 감염 사례는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늦추면 안 된다. 그러나 결국 확진율 곡선을 끌어내린 이들은 현장의 의료진과 시민들이었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지만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 우리 능력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일선에서 노력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